예비군법 위반으로 검거한 30대 남성에게 오히려 ‘감사 인사’ 받은 경찰

이서현
2019년 09월 18일 오후 11:08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6:18

검거한 수배범의 딱한 사정을 알고서 그를 성심껏 도운 젊은 경찰의 이야기가 알려져 훈훈함을 전했다.

지난 14일 방송된 MBC 뉴스에는 예비군 훈련에 빠져 검거된 30대 장 모씨와 그를 검거한 인천 남동경찰서 김진석 경장의 사연이 소개됐다.

장씨는 여러 차례 예비군 훈련에 불참해 예비군법 위반 혐의로 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김 경장은 휴대전화 발신지 추적도 되지 않는 그를 부천의 한 찜질방에서 지난 8월 겨우 붙잡았다.

그런데 장씨의 몸이 말이 아니었다. 걷는 것도 불편해 보였고 다리에는 고름이 가득 차 있었다. 또, 며칠 굶은 것처럼 뼈만 앙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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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딱한 사정도 알게 됐다.

장씨는 중학교 때 사고로 부모를 잃었다. 13년 전 다리 골절 수술을 받은 후 돈이 없어 철심을 빼지 못했다. 다리는 괴사 직전까지 곪았고 통증이 심해 하루 일하면 이삼일은 앓아누울 수밖에 없었다. 주거지도 일정치 않아 1년 가까이 떠돌며 생활한 탓에 예비군 통보가 오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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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경장은 그를 유치장에 가둬둘 수만은 없었다. 팀 동류의 만류에도 불구속 상태에서 그를 도울 방법을 찾아 주민자치센터나 사회복지기관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김 경장이 뛰어다닌 덕분에 지난 3일 행려병자 등을 무료로 치료해주는 인천의료원에서 장씨는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김 경장의 배려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치료가 끝난 장씨가 사회에 잘 복귀할 수 있도록 긴급생계비지원까지 신청했다.

장씨를 위해 이를 알아보던 병원 사회복지사는 구청에 문의하던 중 김 경장이 이미 신청했다는 것을 듣고 “정말 흔치 않은 일이다”라며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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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경장은 인터뷰를 통해 “안 도와주면 진짜 삶을 포기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라며 “국민이 주신 공권력으로 도움이 필요한 국민을 도와주고 범죄를 예방하는 게 진짜 경찰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장씨는 “제가 잘못했음에도 친형제처럼 챙겨주는 게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라며 “앞으로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김 경장에 고마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