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 받았어요” 화재 현장에서 ’10인’의 생명 구한 알리 씨 반가운 근황

이서현
2021년 03월 1일 오전 10:22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07

지난해 3월 오후 11시께, 강원도 양양읍의 한 3층 원룸 건물에 불이 났다.

이 원룸에 살던 청년은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불을 발견하고서 곧바로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그는 “불이야”라고 외치며 모든 집 문을 두들겨 입주민 10여 명을 대피시켰다.

또 2층에 있던 한 여성이 대피하지 못하자 가스관을 잡고 올라가 구조를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등과 목, 손 등에 2~3도의 화상을 입었다.

당시 화재 현장 | 연합뉴스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

청년은 카자흐스탄 출신 율다셰프 알리아크바르(29) 씨였다.

알리 씨는 불법체류자였기에 신분이 드러날 경우 강제로 출국해야 했다.

또 고향에는 아내와 두 아이까지 있었다.

그런데도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을 구하는 데 한 치의 주저함도 없었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자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그가 한국에 머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글이 올라와 수만 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이후 알리 씨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은 최근 알리 씨를 만나 근황을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알리 씨는 지난해 영주권을 받게 됐다고 한다.

그에게 불길 속으로 뛰어들 때 무섭지 않냐고 물었다.

알리 씨는 “‘안에 있는 사람이 어떤 기분일까?”라는 생각밖에…”라고 답했다.

그는 화재 당시 과거 고향에서 보내준 화재 영상이 떠올랐다고 했다. 불길에 갇힌 사람들이 구조요청을 하는데 밖에 있는 사람들은 사진이나 영상만 찍고 있더라는 것.

지난해 화재 당시 그 장면이 떠올랐고, 주저 없이 뛰어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고 앞에 또 놓이게 된다면 다시 불길로 들어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래도 가봐야 된다. (구조에) 성공하든 못하든 그래도 가봐야 된다. 불 안으로 들어가는 건 나한테 아무 일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불법체류자 신분임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것을 언급하자 “사람이잖아요”라고 했다.

지난해 7월 의상자 증서 받은 알리 씨 | 연합뉴스

 

그는 2017년 말 관광비자로 한국을 찾은 후 공사 현장이나 공장 등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1년 전 화재 당시 다친 후에는 이웃 주민들의 도움으로 서울의 한 병원에서 화상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치료 과정에서 불법 체류 사실을 법무부에 자진 신고하면서 본국으로 출국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알리 씨를 향한 국민의 응원이 이어졌고, 정부는 지난해 7월 의사상자심사위원회에서 그를 의상자로 인정했다.

덕분에 그는 법무부에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됐다.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

알리 씨의 사장님은 경찰서에서 “얘가(알리 씨) 만약 불법체류자라서 도망가면 나를 대신 잡아가라”며 신원보증을 서줬다고 한다.

지난해 말 영주권을 얻은 그는 최근 인천 연수구의 고려인 마을로 이사해 인천 남동공단의 한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영주권을 받아든 순간 눈물이 다 났다”며 “지금도 지갑 속에 항상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서 3년 정도 일하고 나면 가족들을 데려올 수도 있다며 기뻐했다.

그의 근황을 접한 누리꾼들은 “영주권 받으셔서 다행입니다” “목숨 걸고 사람들을 구했는데 겸손하시네요” “‘사람이잖아요’ 한 마디가 뭉클합니다” “진짜 영웅”이라며 그를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