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뒤늦게 ‘생물안전법’ 추진…전문가 “여태껏 안전 법규 없었다니, 공포”

류지윤
2020년 02월 18일 오후 12:31 업데이트: 2020년 02월 18일 오후 12:31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생물안전’ 발언이 국제적으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한 회의 석상에서 ‘생물안전법’ 제정을 촉구했는데, 지금까지 법규조차 없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4일 신화통신 인터넷판은 시진핑 총서기가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생물안전 입법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생물안전을 국가안전 시스템에 포함시키고 국가 생물안전 위험 통제와 관리 체계 건설을 체계적으로 계획해 국가 생물안전 관리 능력을 전반적으로 향상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생물안전법 제정을 조속히 추진해 국가 생물안전 법규 시스템, 제도 보장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물안전 관리능력을 강조한 시진핑 총서기의 발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실험실 유출 의혹과 맞물려 의미심장하게 읽힌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바이러스 유출 시인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학계와 언론에서는 그동안 코로나19의 진원지를 놓고 무성한 추측과 논란이 오갔다.

미국에서는 톰 코튼 상원의원 등 일부 정치인까지 나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의 생물안전 4등급 연구소에서 유출됐다”고 지적했다.

생물안전은 병원체의 위험성에 따라 총 4등급으로 나뉜다. 1~2등급은 증세가 가볍지만 3~4등급은 심각하다. 사스 바이러스는 3등급에 속하며, 4등급에는 치료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치명적인 에볼라 바이러스 등이 속한다.

4등급 바이러스를 다루는 연구소는 완전히 밀폐된 실험실과 엄격한 운영이 필요해 보유한 국가가 많지 않다.

그러나 중국은 허술한 관리시스템에 비해 우한 바이러스연구소를 비롯해 4등급 실험실(일명 우한P4실험실)과 3등급 실험실을 모두 보유해 그간 유출 위험을 지속해서 지적받아 왔다.

3등급 실험실 운영에 익숙한 미국의 한 바이러스 전문가는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시진핑의 ‘생물안전법 제정’ 발언에 대해 “놀랍다.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말인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전문가는 “중국에 아직 이런 법규가 없었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다. 중국은 생물안전 3등급 연구소 여러 곳과 4등급 연구소를 건설했다. 정말 두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법규가 왜 필요한가. 바이러스 유출은 매우 쉽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연구자가 실험용 샘플을 다루다가 장갑에 구멍이 났다고 하자. 책임자에게 알려야 하나, 아니면 그냥 퇴근해도 되나. 처리 절차가 필요하다. 나는 때로는 바이러스를 배양해 시험관 백 개에 나눠 담기도 했는데, 시험관 하나를 가지고 실험할 때마다 모두 컴퓨터에 기록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2004년에도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직속 연구소에서 사스 유출 사고

중국 바이러스 연구소에서는 이미 몇 차례 바이러스 유출 사고가 났었다.

지난 중국 인터넷 매체인 과학망(sciencenet.cn)은 중국과학보(中國科學報) 2014년 7월 25일 자를 인용했다며 ‘실험실 사스 바이러스 유출 사고 회고’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서는 지난 2004년 4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를 연구하던 국가질병예방통제센터 직속 생물안전 3등급 실험실에서 발생했던 연구원 감염 사고를 회고했다.

마침 2003년 12월 과학기술부와 위생부 합동으로 전국 생물안전 3등급 실험실 일제 안전전검을 마친 후였던 터라 더욱 뼈아픈 사고였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서는 지난 2004년 7월 “2004년 베이징과 안후이에서 발생한 사스는 실험실 연구원이 감염이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조사 결과 이번 사스는 실험실 내 감염으로 일어났다”며 “실험실 안전관리 부실이 원인이다. 규제가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고, 연구원들이 규칙을 어긴 채 실험을 하고, 안전조치가 부실해 실험실이 오염되고 작업자가 감염되는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한편, 18일 빈과일보(蘋果日報) 등 홍콩 언론은 광둥성 광저우의 화난(華南)이공대학 생물학과 샤오보타오(肖波濤) 교수가 지난 6일 발표한 논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후베이성의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