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함’ 설치 공약 내 건 초등학생이 한 회사에 후원을 요청하며 쓴 글

이서현
2021년 02월 11일 오후 11:23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25

지난해 12월, 여성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피문데이가 한 초등학교 학생회로부터 생리대 후원 연락을 받았다.

해피문데이는 창업한 지 3년이 조금 지난 스타트업 기업이었다.

익히 알려진 대기업도 아닌 데다 상품도 정기배송 형태로 대부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초등학생들이 어떻게 알고서 연락을 준 걸까.

해피문데이 인스타그램

회사 담당자는 후원 요청을 한 학생회에 ‘어떻게 해피문데이를 알게 되었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똑 부러진 답변이 돌아왔다.

답신을 보낸 학생은 “제가 생리를 시작하고 나서 ‘아 나도 뭔가 알아봐야겠다’라는 마음으로 여러 동영상을 봤다. 그중에 해피문데이 사장님 영상도 봤다. 너무 멋있어서 생리대를 해피문데이로 바꿨다”라고 적었다.

이어 “너무 좋아서 학생들이 써봤으면 하는 생각에 전교부회장 공약에 생리대함 설치 공약을 넣었다”라고 덧붙였다.

학생은 이 공약을 지키기 위해 총 3곳의 회사에 후원을 요청했고, 2곳에서는 거절을 당했다고.

다음에 이어진 내용이 답신의 백미였다.

학생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좋은 것만 쓰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라며 “그럼, 후원 여부 답장 기다리겠다”고 승부수를 띄웠다.

해피문데이 김도진 대표 | 유튜브 채널 ‘시사저널e’

단순히 후원해달라는 게 아니었다.

기업에 대한 사전조사를 한 후 제품을 이용해보니 좋다는 후기까지 더했다.

이렇게 좋은 제품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과 자신이 내건 공약을 지키려는 간절함도 담겨 있었다.

다른 두 기업의 거절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이 학생의 말에 회사는 후원 약속으로 화답했다.

해피문데이 인스타그램

해당 초등학교에는 2021년, 1월부터 5,6학년 화장실에 해피문데이의 생리대함이 설치됐다.

한편, 해피문데이는 6만 명의 정기구독자에게 유기농 생리대와 탐폰을 제공하는 월경용품 브랜드이다.

안심할 수 있는 성분의 월경용품 제조를 시작으로, 월경 3일 전 알람을 주고 사용자의 주기에 맞춰 월경용품을 배송하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해피문데이 공동창업자 부은혜, 김도진(오른쪽) | 해피문데이 인스타그램

해피문데이 김도진 대표는 “어릴 때부터 생리통이 심하고 피부가 예민해서 월경 때마다 불편함이 컸다. 그냥 여자로 태어났으니까 체념하고 살다가 ‘깔창 생리대’ 기사 나고부터 생리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기배송 형태가 시작된 건 좋은 생리대를 많은 사람이 썼으면 하는 바람에서 유통 수수료를 없애고 수요와 공급 예측을 잘해서 관리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