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임기제한 없앤 시진핑, 후계자 문제 여전히 딜레마

린옌(林燕)
2023년 05월 25일 오후 10:33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10:33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은 줄곧 후계자 선정을 비밀리에 추진했다.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시진핑도 마찬가지다. 권력이 크다고 후계자 선정이 쉬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뒷일’에 대비해 더 신중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시진핑은 오는 6월이면 만 70세가 되는데, 그는 잠재적 후계자를 지정하거나 육성하지 않았다. 현재 고위층으로 발탁된 당내 측근들 가운데는 연령이나 경력 면에서 후계자로 적합한 사람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자 기사에서 시진핑의 후계자 선정의 어려움을 분석했다.

“독재자들은 은퇴 후 자신의 유산을 지켜주고 이익을 보호해 줄 수 있다고 믿는 자를 후계자로 지명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후계자는 취임 후 해임되거나 실권을 잃지 않으려면 미리 자신의 권력 기반을 다져야 한다. 확실한 후계자가 등장하면 정치 엘리트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충성도를 재조정하기 시작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현 지도자의 권위는 약화될 수 있다. 그러면 현 지도자는 후계자가 권력 찬탈 모의를 하고 있다고 우려할 수 있다.”

권위주의 지도자들은 타의에 의해 권력을 잃을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안다. 물론 자발적으로 은퇴하더라도 후계자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없다면 그들의 안전은 거의 보장되지 않는다. 

2010년에 발표된 한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예일대 교수 알렉산더 데브스(Alexandre Debs)와 로체스터대 교수 H.E. 고먼스는 191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전 세계 정치 지도자 1800여 명의 운명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 독재자 1059명 중 퇴임 1년 이내에 망명하거나 투옥되거나 사망한 비율이 41%에 달한 반면, 민주 국가 지도자 763명 중 이 비율은 7%에 불과했다.

“중국 공산당의 후계 투쟁은 괴이한 난투극”

WSJ은 “시진핑은 후계자를 선정하지 않음으로써 당내 엘리트들을 긴장시키고, 자신의 당내 장악력을 유지하고, 잠재적 후계자를 평가할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후계자 공백이 길어지면 지도자의 지위가 약화되거나 쿠데타의 불씨를 키우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했다.

시진핑 가문은 마오쩌둥 시절에 당내 투쟁으로 인해 엄청난 고초를 겪었다. 그래서 시핑은 권력투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너무나 잘 알 것이다.

미국 아메리칸대학(American University) 조교수이자 역사학자인 조셉 토리기안(Joseph Torigian)은 스탈린과 마오쩌둥 사후 소련과 중국의 후계 투쟁을 분석한 책을 썼다.

그는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권위가 아무리 굳건했어도 그들의 통치 체계가 사후에까지 유지될 수 없었다며 마르크스-레닌주의 정권에서 엘리트들 사이의 투쟁은 “기괴한 규칙을 가진 칼싸움” 같다고 했다.

그는 또 “독재자의 유산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그 자신”이라고 했다. 독재자 자신의 행적이 자신의 정치 유산을 무너뜨리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시진핑은 과거 공산당 지도자들과 달리 역사에 남길 치적 쌓기에 과도하게 집착한다. 그는 중대 정책을 자신의 역작이라 선전하고 성공 사례를 모두 자신의 공으로 돌렸다. 최악의 실정 중 하나로 꼽히는 코로나19 정책마저 자신의 지도력으로 싸워 승리했다고 포장했다.

지난 18일 시진핑과 부인 펑리위안이 시안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을 환영하고 있다. | Florence Lo/POOL/AFP via Getty Images

권위주의 정권, 의외로 취약할 수 있다

시진핑은 후계자 문제가 안정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는 당 내에서 중국 부흥의 핵심으로 추앙받고 있고, 그의 독재자 스타일은 격동의 세계에서 안정적인 힘으로 정당화되고 있다.

WSJ는 “시진핑은 겉으로는 침착하고 힘있게 국정을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침착하고 힘있다고 해서 강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확인했듯이, 겉보기에 강대한 정부가 실제로는 놀라울 정도로 취약할 수 있다. 당시 소련이 무너질 것을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시진핑도 “우리 당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정당이다. 우리를 패배시킬 수 있는 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WSJ는 “시진핑은 자신을 중심으로 (당이 운영되도록) 당을 리모델링했다. 그래서 중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드는 미션을 수행하는 데 시진핑 자신이 가장 약한 고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은 지도자의 종신 집권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시진핑이 당 관료들의 만장일치 ‘지지’를 받아 세 번째 당 총서기가 됨으로써 이러한 관례가 깨졌다.

시진핑은 2027년 당 총서기 세 번째 임기가 끝날 때 74세가 된다. 당내 일각에서는 시진핑이 경제 발전과 군사 현대화를 포함한 그의 대표적인 계획들을 완료하는 공식 목표일인 2035년까지는 연임하려 할 것으로 본다. 그때 시진핑은 82세가 된다.

외국 정보기관, 시진핑의 건강 예의주시

WSJ는 한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시진핑이 2018년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폐지한 뒤 외국 정보기관들이 그의 건강에 대한 조사를 강화했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WSJ에 “미·중 정부 정보 당국자들과 시진핑 후계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며 “그들이 우려하는 것은 공산당에 계획된 승계 절차가 없어 시진핑 유고 시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

명확히 명시된 권력 승계 절차가 없는 상황에서 시진핑이 갑자기 사망하거나 중병에 걸리거나 사임할 경우, 후계자 선정 과정에서 피비린내 나는 정치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은 2012년 집권한 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이 그랬듯이, 자신을 위협하는 잠재적 경쟁자들을 당내 기율을 내세워 조사한 뒤 제거했다.

더구나 시진핑은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 같은 혁명 혈통도 아니고 개인적 영향력도 부족하다. 그래서 그는 권좌에 오르고 나서 10년 동안 자신의 ‘칭호’를 매우 중시하는 등 정치적 입지 강화에 힘썼다.

시진핑도 후계자 육성의 중요성 인지

외부에서 보기에는 시진핑은 임기 제한이 없어 미리 후계자를 결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내부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실제로 그는 2018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려면 한 세대 또 한 세대가 신뢰할 수 있는 후계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후계자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정권 인수인계가 원활히 이뤄지려면 시진핑은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잠재적 후계자를 육성해야 한다. 이렇게 육성된 후계자는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국가부주석에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

WSJ에 따르면, 당내 일부 인사들이 시진핑에게 마오쩌둥 당시의 당 주석직을 부활시킬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 시진핑은 당 주석이 돼 종신 집권을 할 수 있고, 또 일상 직책을 후계자에게 넘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마디로 ‘권력도 쥐고 후계자 문제도 해결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묘안’이었다.

“시진핑, 70년대생 중에서 후계자 뽑을 것”

누가 시진핑의 뒤를 이을까? 1960년대생 고위 관료들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이들은 시진핑(1950년대생) 세대보다 10년가량 젊다.

시진핑이 발탁한 60년대생 관료들은 이미 높은 직위에 올랐다. 세 명의 부총리, 베이징·상하이·톈진·충칭 등 4개 직할시 당서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시진핑이 통치권을 연장하려 할 경우 60년대생을 건너뛰어 70년대생, 심지어 더 젊은 관료들 중에서 잠재적 후계자를 발굴할 수도 있다.

지금 중국에서는 시진핑 후계자 선정과 관련 있을 것으로 보이는 신호는 모두 관심 대상이 된다.

일례로, 5월 10일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가 “리윈쩌(李雲澤) 쓰촨성 당위원회 상무위원이 국가금융감독총국 당서기로 임명됐다”고 발표하자 언론들은 “70년대생이 키를 잡는다(掌舵)”며 그를 집중 조명했다.

재미 시사평론가 리린이(李林一)는 “후계 문제는 시진핑이 비켜갈 수 없는 문제”라며 “누군가 승진해서 후계 가능성이 점쳐지기 시작하면 공산당 내부에서는 마오쩌둥 때처럼 새로 부상하는 후계자들을 하나하나 쓰러뜨릴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중국 공산당 관료계에 70년대생 후보군이 등장할 것이다. 시진핑은 그중에서 선택할 것이고, 누가 시진핑의 정책과 정치 강령을 잘 실현할 것인지가 후계자 선정의 기준이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