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서 돌잔치 한 날, 3명의 또래에게 새 생명 전하고 떠난 서정민 군

이서현
2020년 09월 28일 오전 10:23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42

세상에 태어난 지 12개월 된 아이가 아픈 또래들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났다.

사연의 주인공은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서정민 군이다.

서 군은 지난 7월 13일 불의의 사고로 뇌사 추정상태로 분당차병원에서 연명치료를 받아왔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뇌파가 잡히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다시 눈을 뜨는 건 ‘로또에 당첨될 확률보다 낮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서 군의 부모는 점점 아이와 이별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옴을 느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장기기증을 결정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장기기증을 하려면 아이의 작은 몸에 칼을 대야 했기 때문이다.

이나라 씨 제공=연합뉴스

서 군의 어머니 이나라 씨는 “살짝 넘어지기만 해도 아파하는 아이한테 어떻게 그렇게 큰 수술을 받게 하느냐”며 장기기증을 반대했다.

하지만 남편의 한 마디 때문에 마음을 바꿨다.

“(남편이) 우리 정민이가 아이들한테 새 생명을 주고 떠나는 일이 정말 값진 일이라고. 누구든지 할 순 있지만, 하는 게 어려운데 우리 정민이가 그런 대단한 일을 하고 가는 거라고…”

남편은 장기를 이식받은 아픈 아이들이 정민 군을 대신해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곳으로 여행 다니며 잘 뛰어놀 것이라며 이 씨를 설득했다.

지난 16일, 병상에서 첫돌 잔치를 한 정민 군은 그날 오후 장기기증을 위한 수술대에 올랐다.

이나라 씨 제공=연합뉴스

정민 군을 떠나보내야 하는 부모는 이 사연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랐다.

좋은 일을 하고 떠나는 정민이를 위해 많은 사람이 기도해 주고, 장기기증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사라지길 희망했다.

어린아이들의 장기기증 사례가 많이 없는 편이다 보니, 정민 군의 사연이 이런 편견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씨는 아들의 마지막 가는 길이 평온하길 바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많은 사람이 정민이가 뜻깊은 일을 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엄마 아빠도 고맙고 미안해. 건강한 옷으로 갈아입고 엄마한테 다시 와줘.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