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DA, 화이자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긴급사용 승인

2021년 12월 23일 오후 12:11 업데이트: 2022년 12월 29일 오후 4:49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2일(현지시각) 화이자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Paxlovid)’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1000만 회분(courses)을 구입하겠다고 밝힌 지 한 달 만에 전격적으로 승인이 났다.

팍스로비드는 캡슐 혹은 알약 형태의 약을 1회 300mg(150mg 2정)씩, 리토나비르(Ritonavir) 100mg 1정과 5일간 매일 2회 복용해야 한다. 리토나비르는 팍스로비드의 분해를 늦춰 효과를 높여주는 약물이다. 다른 질병에서도 보조약물로 종종 쓰인다.

팍스로비드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로는 최초로 FDA 승인을 받게 됐다. 치료제인 만큼 예방을 위한 약물인 백신과 달리 감염을 막아주는 기능은 없다. 또한 이미 중증인 환자들에게도 별 효능이 없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이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주는 약물이다.

FDA 약물평가연구센터 파트리지아 카바초니 박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승인은 새로운 변이종 출현에 따라 코로나19를 퇴치할 새로운 도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증으로 발전할 환자들의 치료를 더 잘 도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약은 일반의약품이 아닌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지만,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다. 처방전을 받으려면 먼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와야 한다.

FDA는 성명에서 팍스로비드가 중공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 전 예방요법(PrEP)’이나 ‘노출 후 예방요법(PEP)’을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했다. 또한 “이미 심각한 코로나19 증세로 입원한 환자들을 위한 약물은 아니다”라고 중증 진행을 막아주는 용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이 약으로 백신을 대체할 수는 없으며 여전히 코로나19 백신이나 부스터샷을 맞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FDA의 팍스로비드 긴급사용 승인은 전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미크론 확산과 관련한 대국민 연설에서 자가검진키트 5억 개 무료 배포 계획과 긴밀하게 맞아떨어진다. 감염 여부를 스스로 파악한 뒤, 감염됐으면 의사 처방을 받아 화이자의 경구용 치료제를 먹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팍스로비드 무료 보급 계획도 이미 발표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1월 50억달러(약 5조9300억원)으로 팍스로비드 1000만 회분 구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감염자들에게 무료로 보급해 치료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팍스로비드 무료 보급은 내년 초부터 시작돼, 약물 공급상황에 맞춰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우선 화이자가 공급하는 초기 물량 18만 회분 중 6~7만 회분이 미국에 공급된다.

화이자 최고경영자(CEO) 앨버트 불라는 이달 초 “이미 미국으로 보낼 물량을 선적했다”며 “FDA 긴급사용 승인만 떨어지면 즉시 준비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불라 CEO는 이날 FDA 승인 발표 뒤 성명에서 “입원과 사망을 상당히 줄이고 집에서 복용할 수 있는 이 획기적인 치료법은 우리의 코로나19 치료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FDA의 이번 결정은 화이자가 자사의 신약(팍스로비드)이 증상이 나타난 직후 복용할 경우 중공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이나 입원 위험을 최대 89%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나온 것이다.

이전까지 FDA의 승인을 받은 코로나19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베클루리’라는 제품명으로 판매되고 있는 렘데시비르이다.

렘데시비르는 작년 5월 긴급승인, 10월 정식 승인을 받으며 주목받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임상 데이터 부족을 근거로 중증 치료에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이후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미국에서는 최근 몇 달간 일부 중증 코로나19 환자와 가족들이 구충제로 쓰이는 이버멕틴으로 효과를 봤다고 밝힌 사례가 이어졌다. 이버멕틴은 저렴한 비용으로 저소득국가에서도 코로나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FDA는 소와 말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이버멕틴을 사람에게 사용하면 안 된다며 경고했지만, 최근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는 한 고령의 환자가 법원으로부터 이버멕틴 복용 승인을 받아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사례가 환자의 변호사에 의해 이달 1일 공개되기도 했다.

한편 FDA는 다국적 제약사인 머크와 미국의 생명공학기업인 리지백 바이오테라퓨틱스가 공동으로 개발하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사용승인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 약도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마찬가지로 5일간 하루 2회씩 복용해야 한다.

* 이 기사는 잭 필립스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