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원 “정치적 견해 다르면 탄핵…잘못된 선례 남겼다”

이은주
2021년 02월 15일 오후 12:20 업데이트: 2021년 02월 16일 오후 1:31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미 상원에서 부결된 가운데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이번 탄핵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14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틀렸다는 것이 입증되길 바라지만, 정치적 견해차를 근거로 한 탄핵이 예외가 아닌 규범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도 ‘당파적 증오’에 기반해 대통령직을 박탈하려는 탄핵이 표준이 될까봐 우려한다고 밝혔다. 트럼프에 대한 탄핵은 정치적 보복이었으며 미래 대통령이 같은 이유로 탄핵 심판대에 서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인 셈이다.

상원은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란 선동 혐의에 대한 탄핵심판 표결에서 무죄 선고를 내렸다. 상원 표결에서 유죄 57표, 무죄 43표가 나왔다. 유죄 평결을 위해선 67표가 필요하지만, 10표가 모자랐다.

민주당에서는 전원, 공화당에서는 리차드 버, 빌 캐시디, 수잔 콜린스, 리사 머코스키, 밋 롬니, 벤 새스, 팻 투미 등 7명이 탄핵 찬성표를 던졌다.

그레이엄 의원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핵심 절차와 관행이 누락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 증인도 없고 전해 들은 말로 재판 기록이 채워진 이번이 마지막 상원 탄핵이 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전인 지난달 6일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사태를 부추겼다는 이유로 13일 하원에서 탄핵소추됐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당시 지지자들에게 “평화롭고 애국적인” 시위를 하라고 촉구했었다.

이번 탄핵심판에서 핵심 쟁점은 임기가 만료된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트럼프가 더는 공직에 있지 않기 때문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은 위헌이라고 주장한 반면, 하원 탄핵소추위원단은 현직이 아닌 연방정부 공직자이더라도 탄핵할 수 있다고 맞섰다.

무죄 평결이 난 직후 탄핵소추위원장 제이미 래스킨(민주당) 의원은 “미 역사상 가장 초당적인 대통령 탄핵 표결에서 (트럼프) 의회 양원 과반수는 전 대통령이 연방과 의회를 상대로 폭력적 반란을 선동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역사는 그의 끔찍한 헌법상의 범죄를 기록할 것”이라는 글을 트윗에 남겼다.

트럼프 유죄에 찬성했던 머코스키 의원은 재판이 끝난 뒤 “내 투표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알래스카 주민들이 있을 것이지만, 자랑스러워 하는 주민들도 있을 것”이라고 폴리티코에 전했다. 머코스키 의원은 2022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그녀는 탄핵에 찬성한 7명의 의원 중 재선에 도전하는 유일한 의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낸 성명에서 이번 탄핵을 “우리 시대에 대한 슬픈 논평”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앞으로 다가올 수개월간 여러분과 공유할 게 많다”며 “우리 국민 모두를 위한 미국적 위대함을 성취하려는 우리의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여정을 함께 지속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