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이식학회 서보양 회장 “중국, 이식환자 수 따라 사형집행자 수 결정”

Lee Jisung
2012년 10월 24일 오후 4:12 업데이트: 2019년 11월 6일 오후 3:18

UN 인권회의에서 중국 내 ‘생체장기적출’ 폭로
국내 의사도 중국서 장기이식 받아… 결국 사망

최근 흉흉한 사건들과 각종 강력범죄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 수원 오원춘 사건을 기점으로 장기매매와 인육매매 등 인간으로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 장기매매를 직접적으로 다룬 김홍선 감독의 영화 ‘공모자들’이 관객 160만 명을 넘기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공모자들’은 중국여행을 갔던 신혼부부 사건이 모티브. 사건은 지난 2009년 중국으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가 택시를 타고 이동 중, 택시 기사가 시동이 꺼졌다며 남편에게 차를 밀게 하고는 신부를 납치해 간 이야기다. 한참 후 부인이 발견됐는데 장기가 모두 적출당한 상태였다.

문제는 이 사건이 실제 발생한 일이라는 것. 더 충격적인 건 이런 일이 중국에서는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지난 9월 18일 제네바에서 개최된 UN 인권이사회 제21차 회의에서 중국의 ‘생체장기적출’ 문제가 이슈가 됐겠는가. 당시 UN 인권회의에서는 중국공산당(이하 중공)정부가 1999년부터 탄압을 시작한 파룬궁 수련자들의 장기를 적출해 정부 차원에서 매매해 온 것으로 드러나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파룬궁(法輪功)은 1992년 중국에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전통 심신수련법이다. 파룬궁은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데 있어 그 효과가 탁월해 중국에서는 당시 가장 많은 사람이 수련했으며, 중공정부에서도 적극 권장했던 수련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수련자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이에 위협을 느낀 중공정부는 정치적인 이유를 구실로 파룬궁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을 시작했다.

파룬궁 탄압이 막 시작된 직후엔, 감옥에 수용된 파룬궁 수련자들은 단순한 탄압과 고문의 대상이었다. 그러다 2001년 이후, 부패한 중공정부와 관료들에 의해 수련자들은 산채로 장기를 적출당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자국민 장기를 하나의 무역 아이템으로 삼은 셈이다.

끔찍한 일이지만 중국에서는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2012년도 대한이식학회 ‘제9차 한일이식포럼’에서 만난 한국과 일본의 의사들을 통해 이런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中, 이식환자 수 따라 사형자 수 결정?

대한이식학회 서보양 회장은 중국의 불법 장기이식에 대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인권침해”라며 이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 “캐나다에서 나온 논문을 보니 한국과 일본에서 장기이식을 받으러 중국으로 많이 갔다고 하는데요”

“네, 그렇게 간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2002년 뇌사자 장기이식법을 통과시켜 생체를 기증하는 사람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가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예요. 2002년 전까지는 그런 심사가 강화되지 않아 장기를 파는 경우가 좀 있었는데, 제도가 강화되니까 많은 사람이 중국으로 가게 된 거죠. 그렇게 많은 사람이 중국에서 이식받고 한국에 와서 면역 억제제 치료를 많이 했어요. 우리 학회에서는 그 당시 문제가 생긴 환자들에 대한 정보가 많이 보고되고 그랬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전까지 (중국에서는) 이를 거의 허용하다가 국제적인 여론이 악화 되니까 표면적으로 억제 시켰죠.”

▶ “장기이식은 생명을 살리는 일인데 중국에서는 살인과 다름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적 약자가 피해자가 된다는 점에서 인권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중국에서는 이식 환자의 수에 따라 사형 집행자 수가 결정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인권침해입니다. 엄격하게 법대로 처리해야지 엉뚱한 사람 장기를 얻기 위해 사형집행이 된다면, 이건 뭐 인간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또한, 사형집행이 결정된 사람이라도 본인이나 가족의 동의를 얻어 기증할 수 있도록 그렇게 진행돼야 정상이에요.”

▶ “중국에서 시술받은 한국 환자들이 국내에 돌아왔을 때 수술에 대한 데이터를 안 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죠. 데이터가 공식적으로 넘어오는 것이 아니고, 환자 개인이 쓰고 본 정보를 의사에게 주면, 그것을 가지고 처방을 하고 치료를 하죠. 그래서 문제가 생겨도 중국에 책임을 물을 수 없어요. 수술을 했으면 어떻게 했는지 정보가 있어야 하고, 인터내셔널하게 자료를 서로 공유해야 하는데 그런 정보 교환이 거의 없죠. 자신들이 불법적으로 그런 일들을 하니까 그걸 외부에 내놓기가 힘들겠죠. 무언가 요구를 하면 우리는 그런 거 없다, (수술)안 했다 그러겠죠.”

▶ “중국에서 장기이식하고 와서 피해 본 사례를 알고 있나요?”

“이식학회에 정보들이 모이니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 병원에서도 한 소아과 의사가 중국에 가서 간이식을 하고 왔는데 5년 뒤 사망했고, 경북대 신경과 전문의도 이식을 받고 왔는데 얼마 안되어 죽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내가 아는 사람만 해도 주변에 의사가 2명이나 되니까 죽은 사람이 꽤 많죠. 일반인은 얼마나 피해가 있는지 잘 모릅니다.”

2006년, 캐나다 독립조사단이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사형수 장기로는 그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한다. 턱없이 부족하다고. 그래서 탄압의 대상이었던 파룬궁 수련자의 장기가 주요 장기 공급원이 됐으며, 당시 조사된 바로는 장기적출에 희생된 파룬궁 수련자 수가 8만 7000명 이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조사되지 않은 수까지 헤아리면 희생자 수는 몇 배로 늘어날 것이다.
현재 중공정부는 사형수 장기가 공급원이었음에는 일부 시인했다. 하지만 무고한 사람들인 파룬궁 수련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장기매매는 인간의 상품화

한국장기기증원 하종원 이사장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중국에서 불법 장기매매가 많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2005년 중국에서 조사를 했을 때 환자들이 가서 이식받는 병원이 20여 군데 이상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군 병원이 많았어요. 수감자를 데리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군 병원에서 하겠죠. 일부 큰 병원도 참여했습니다.”

▶ “최근 중국의 부패관료인 왕리쥔이 미 영사관에 기밀문서를 넘긴 사건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파룬궁 수련자 생체장기적출과 관련된 자료도 포함돼 있어 여러 국회의원들과 단체들이 지금 그 자료를 공개하라고 미국 오바마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개를 하나 안 하나 이미 그런 일들이 있는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요 뭐. 어쨌든 많이 바뀌어야 되죠. 장기이식 대기자는 많고, 기증자는 적고 한 상황에서 이런 일은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됐어요. 생체매매가 벌어지고 있는 거죠. 일단 매매가 되고 돈이 지불되면 그때부터 인간이 인간이 아닙니다. 상품이 되죠. 인간이 상품화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죠.”

한국에서는 장기 이식을 받기 위해서는 평균 7년이 걸린다. 일본은 약 17년. 그런데 중국에서는 단 2주면 장기를 이식받을 수 있다.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큰 유혹이다. 끔찍한 일이지만 중국이 자국민의 장기를 무역 아이템으로 삼은 것도 바로 수요가 있고,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벌을 받을 일이기도 하다.

▶ “이런 일들을 제지하기 위한 방법이나 노력이 있나요.”

“있죠. 2008년 이스탄불선언이 그런 노력의 하나예요. 그런데 아직까지 장기매매가 중국 지방정부의 돈줄이 되니까 이게 안 없어지는 거죠. 옛날에 그런 이야기도 들었어요. 중국에서 ‘우리는 사형수들이 젊고 건강해서 장기가 좋다’는 광고도 한다고. 이식받지 못하는 사람, 그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중국으로 갑니다. 의사들 입장에서는 무조건 막을 수도 없고, 수술받고 오면 안 봐줄 수도 없죠.”

▶ “중국에서 하는 이식 수술은 어떤가요?”

“초기에 (중국에서) 간 이식하면 사망률이 40% 정도였죠. 이식하러 가면 절반 죽고, 절반 살아서 돌아오는 거죠. 또 와서도 많이 죽어요. (수술) 잘하려면 돈이 드니까 그냥 막 하는 거죠. 돈 안 들게.”

▶ “국내 의사들 중에도 중국에서 이식받고 사망한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피해 사례가 얼마나 돼죠?”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내기가 쉽지 않아요. 또, 중국에 가서 불법행위를 했기 때문에 수술이 잘못돼도 말 못하죠. 어쨌든, 이식받은 간 자체가 좋지 않은 경우도 많고, 감염된 사례도 굉장히 많아요. 한국에 없는 기생충에 감염돼 온 경우도 있어요. 수술을 잘 못해서 다시 해야 하는 경우는 부지기수입니다.”

중국의 불법 장기이식에 대해서는 일본의사들 역시 한목소리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지방 국립병원 케이 쿠리하라 의사는 “중국에서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주로 파룬궁 수련자)의 장기가 불법 이식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국제적인 제제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오사카에서 온 마찌다 의사 역시 “수감자의 장기를 동의 없이 불법으로 이식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