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선 TV 토론서 ‘홍콩시위·일국양제’ 쟁점…차이잉원 “中 공산당 믿어선 안 돼”

류지윤
2019년 12월 31일 오후 3:09 업데이트: 2020년 01월 11일 오후 2:28

내년 대만 대선(총통선거)을 앞두고 열린 마지막 TV 토론회에서 ‘양안관계’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고 미국의소리(VOA) 중국어판 등이 30일 보도했다.

전날 대만 공공TV(PTS)가 개최한 TV 토론회에는 현 총통인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후보, 야당인 국민당 후보인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 친민당 쑹추위(宋楚瑜) 후보가 참석해 공방전을 펼쳤다.

이날 토론에서 국민당 후보 한궈위 가오슝 시장은 현 집권당인 민진당 정권이 대만 독립세력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지만 대만 독립을 외치지 못한다고 공격했다.

이어 홍콩인들은 중국에 대한 항의 시위를 하면서 피를 흘리고 있는데, 차이잉원은 이를 자신의 선거에 이용하며 “수혈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당은 중국 공산당과의 협력 증진을 주장하고 있다.

민진당 후보 차이잉원 총통은 홍콩의 젊은이로부터 받은 편지를 언급하며 “대만은 홍콩과 같은 착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9일 대만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 참석한 민진당 후보인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친민당 쑹추위(宋楚瑜) 후보, 국민당 후보인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오른쪽부터) 2019.12.30 | AP=연합뉴스

차이잉원은 편지에 “대만사람들이 중국 공산당을 믿지 말고, 그 어떠한 친(親) 공산당 성향의 관리를 믿어서도 안 되며, 중국의 금전적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썼다고 전했다.

차이잉원이 말한 ‘홍콩과 같은 착오’는 중국 공산당이 제안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에 대한 약속을 믿고 협력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지난 1월 초 ‘일국양제 대만방안’ 발언을 언급하며 “대만의 주권이 현재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친민당 쑹추위 후보는 “그 어떤 변화라도 전 인민의 결정을 거처야 하며, 평화롭고 대등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중국과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총통선거는 내년 1월 11일 열린다. 선거운동 기간에 총 세 차례 정견발표 기회가 주어졌으며 29일 열린 정당별 후보 TV 토론회는 유일한 TV 토론회였다.

차이잉원 집권 이후 중국은 무력사용을 언급하며 대만을 통일하겠다고 위협해왔다. 지난달 17일에는 중국의 첫 국산 항공모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마침 이날은 차이잉원 측이 라이칭더(賴淸德) 전 행정원장을 총통선거 러닝메이트를 지목하고 대규모 유세에 나선 날이었다. 중국 공산당의 대만 총통선거 개입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중국 공산당은 TV 토론회 전날인 28일 대만 기업의 중국 투자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개정 ‘대만동포 투자보호법’ 시행을 발표했다. 대만에 대한 유화책으로 풀이됐다.

차이잉원 총통은 지난해 대만 지방선거 당시 가오슝시 시장선거에 중국 사이버군이 개입했다면서 한궈위 가오슝 시장이 최대 수혜자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한궈위 시장은 차이잉원이 인터넷 부대를 양성하고 있다며 인터넷 부대의 도움이 없었다면 라이칭더 전 행정원장이 민진당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 이날 TV토론회에 나왔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대만 여론은 한궈위 시장에 유리했으나 지난 6월 홍콩 시위 발발 이후 대만 내 반(反) 공산당 여론이 높아지면서 차이잉원 총통에 대한 지지율도 급증했다.

한편, TV 토론회 이후 대만 민영방송 TVBS은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누가 토론을 제일 잘했냐’는 질문에 응답자 41%가 차이잉원 총통이라고 답했고, 한궈위 29%, 쑹추위 13% 순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