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선 D-10] 차이잉원 총통, 中 공산당 반발 여론에 재선 낙관

류지윤
2020년 01월 1일 오후 3:49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후 4:14

대만 총통선거(대선, 1·11)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의 재선이 순조로울 전망이다. 대만인들의 반(反) 중국 공산당 여론과 경제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발표된 대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에서 여당 민진당 후보 차이잉원 총통과 러닝메이트 라이칭더(賴淸德) 전 행정원장 조합에 대한 지지율은 48.6%로 야당 국민당 후보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장산정(張善政) 전 행정원장 조합(15.4%)을 33.2%포인트로 압도했다고 대만 빈과일보가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초 같은 조사에서 나왔던 지지율 격차를 15%포인트 이상 더 벌린 결과다. 앞서 5월에는 오히려 한궈위 후보가 지지율 42.4%로 차이잉원 후보(37.4%)를 앞지르고 있었다.

이러한 지지율 반전은 지난 6월 시작된 홍콩 시위가 기폭제가 됐다. 지금 홍콩의 모습이 대만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국민 정서에 자리 잡은 것이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발언도 대만인들의 불안감에 불을 지폈다.

시진핑은 지난 1월 2일 ‘대만 동포에게 고하는 글 발표 40주년 기념행사’에서 대만도 홍콩·마카오처럼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방식으로 통일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대만의 강한 반발을 일으켰다.

이어 그는 지난 9월 30일 중국 공산당 정권 수립 70주년을 하루 앞두고 열린 기념행사에서도 “본토의 완전한 통일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 대만을 언급해 다시 대만을 자극했다.

중국의 세력 팽창과 재통일론에 위기감을 느낀 대만 표심은 차이잉원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차이잉원 총통 역시 지난 29일 대만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시진핑의 1월 발언을 언급하며 “대만 지도자가 직면한 최대 도전은 주권을 지키는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대만 경제의 약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 속에서도 대만은 지난해 2분기 경제성장률 2.41%를 달성하며 한국(2.1%), 홍콩(0.6%), 싱가포르(0.1%)를 따돌렸다. 3분기 성장률은 2.91%를 기록했고, 대만 경제부는 4분기 성장률을 3%로 예상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서는 국제통상 전문가인 차이잉원이 집권 후 3년간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경제정책을 뚝심 있게 추진해 온 성과가 가시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차이잉원은 중국에 나가 있는 대만 기업이 본국으로 회귀할 경우 조세 감면과 토지 혜택을 주고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 터지면서 관세 부담을 피하려는 대만기업들의 유턴이 이어졌다.

애플의 파트너 폭스콘이 중국에 있던 공장을 대만으로 옮기기로 했고 홍하이정밀공업과 반도체 기업 TSMC도 생산기지를 대만으로 이전한다. 대만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이들 유턴 기업의 자국 투자가 대만의 국내총생산(GDP) 견인 효과를 0.7%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