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에 세워진 차를 본 회사원은 남다른 ‘촉’을 발휘해 ‘뺑소니범’을 잡았다

이서현
2020년 01월 13일 오전 11:24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29

앞 범퍼와 보닛이 찌그러지고 조수석 유리창이 깨진 차가 공터에 세워져 있다.

대부분 사람은 무심히 보거나 ‘사고가 났나 보다’하고 지나칠 것이다.

그런데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한 한 회사원에게 모든 흔적은 남다르게 다가왔고 그 ‘촉’ 덕분에 사망사고를 낸 뺑소니범을 잡을 수 있었다.

남다른 전공지식을 기반으로 시민의식까지 더해져 빛을 발했던 일화로 최근 누리꾼들에게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건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8년 9월 10일 충남 천안시 한 공터에 덩그러니 세워진 차 한 대가 회사원 박모 씨의 눈에 들어왔다.

차종은 SM5로 범퍼가 찌그러지고 조수석 유리창은 깨져 있는 상태였다.

보험처리나 견인도 없이 그냥 세워져 있던 것을 본 박씨는 곧바로 뺑소니 차량임을 직감했다. 바로 자동차에 난 사고 흔적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때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한 박씨는 차량이 찌그러진 형태로 사고 과정을 추측했다.

‘차에 치인 사람이 차량 위 보닛위에 떨어지면서 보닛이 찌그러졌겠구나. 그 상태로 속도를 줄이지 않고 액셀까지 밟으면서 사람의 머리나 등이 조수석에 부딪혀 유리가 깨진 거고…’

박씨는 곧바로 112로 전화를 걸어 “공터에 뺑소니 차량이 있다”라고 신고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그의 전화에 반신반의하며 출동한 경찰은 이 차량이 당일 새벽 천안의 한 도로에서 60대 남성을 치고 달아난 차량임을 확인했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이 너무 어두워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던 차였다.

박씨의 신고 덕분에 경찰은 곧바로 사고를 낸 24세 운전자를 붙잡았다. A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 치사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누리꾼들은 “와 멋있다…” “사고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진다는 건데 대단하네” “이런 게 시민의식이지” “지식의 순기능” “대부분 사람은 그냥 지나쳤을 텐데”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