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부, 이라크 무장단체 지도자 제재…반정부 시위대 살해 혐의

페트르 스바브
2019년 12월 9일 오전 9:30 업데이트: 2019년 12월 9일 오전 9:30

미 재무부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무장단체 지도자 3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들이 이라크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자국민을 살해했다는 혐의다.

재무부의 해외자산관리국(OFAC)은 이들이 이끄는 이라크 무장단체가 비폭력 시위대를 향해 총을 발포해 수십 명의 무고한 민간인들이 사망했다며 이라크에 심각한 인권 침해를 일으켜 제재를 가했다고 6일 보고서를 발표했다.

재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평화적인 시위대를 학살함으로써 이라크 국민들의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정부 개혁 요구를 억누르려는 이란의 개입은 끔찍하고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므누신 장관은 비폭력으로 대중이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항의하는 것은 모든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요소라며 “미국은 이라크 국민들의 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 이라크에서 시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부패 정치에 가담한 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라크 시위는 10월 1일부터 전기·수도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데 불만을 품은 젊은이들 중심으로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으로 시작됐다. 시위대는 공공 서비스 문제 해결뿐 아니라 기득권의 부패 청산을 요구하며 두 달 넘게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라크 경찰과 의료진은 이라크 무장단체의 보안군이 대부분 무장하지 않은 시위자들을 400명 넘게 살해했다고 밝혔다. 시위대와 충돌로 보안군도 12명 이상 사망했다.

제재 대상에 오른 3명의 지도자는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단체의 수장 아사이브 알 하크와 카이스 알 카잘리, 라이 알 카잘리 형제다. 세 사람 모두 최근 이라크 시위대에게 총격을 가했고, 대중을 위협하기 위해 치명적인 폭력을 사용하도록 부하들에게 승인했다. 알 카잘리 형제는 이란군의 한 부대인 이슬람 혁명수비대에 소속돼 있으며, 2007년 이라크 정부 청사 공격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당시 공격으로 미군 5명이 사망했고, 3명이 부상당했다.

이번 제재에는 3인 외에도 이란이 후원하는 이라크 국영 군사 단체의 인민동원부대(PMF) 수장 후세인 팔리 알 라미가 포함됐다. 수십 명 시위대가 희생됐던 2019년 10월 초, 시위대를 총으로 쏜 민병대를 지휘했다는 혐의다. 하지만 이라크 무장단체들은 시위대 공격을 부인하고 있다.

또한, 재무부는 국제적으로 상당한 권력을 행사하는 이라크 사업자 하미스 알 칸자르도 지목했다. 전 이라크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백만장자인 알 칸자르는 고액을 주고 정치인과 결탁해 국가 재산의 유용, 정부 계약과 관련해 부정부패를 조장하는 데 앞장섰다.

이 제재는 국제 마그니츠키 인권문책법(the Global Magnitsky Human Rights Accountability Act)에 근거해 인권 유린에 참여한 지도자들의 비자 제한 및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인과 거래를 금지한다.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2003년 미국의 침공 이후, 이란 동맹국들은 이라크 정부 부처는 물론 대부분 민간 시설을 장악하고 있다. 이라크의 반정부 시위대가 이란 국기를 불태우며 이란에 분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란 시위

이라크 시위는 이웃 나라 이란의 대규모 시위와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이란 이슬람 정권은 20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고 발표했다. 이란 반정부 시위가 진행되는 가운데 최소 208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제앰네스티가 지난 2일 보도했다.

휘발유 값 인상 때문에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젊은 층과 노동자가 주축이 돼 100여 개 도시로 확산됐으며, 성직자들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정치적인 성향으로 변했다.

이란 정부는 시위자들이 은행, 주유소 그리고 정부 기관 수백 곳을 공격하고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5월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후 이란에 재협상을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자 강력한 제재를 가해 이란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석유 산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 석유의 1일 수출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 합의 탈퇴를 선언하기 직전인 2018년 4월 250만 배럴이 넘었으나 5월에는 25만~50만 배럴로 현저히 감소했다.

석유 수출은 이란 정권이 대리전을 치러줄 테러 단체나 민간인 무장단체에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외화 공급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