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페이스북 청문회 “유해성 알고도 방관…곧 조처할 것”

조셉 로드
2021년 10월 6일 오전 11:52 업데이트: 2023년 06월 16일 오후 5:15

페이스북 내부고발자 美 의회 청문회 증언
“아이들·10대 청소년 대상으로 악의적 광고”
민주당 의원 “조사팀 꾸려 알고리즘 직접 확인”

페이스북 내부고발자가 미국 의회에 출석해 회사의 운영 실태를 고발했다.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은 대규모 예산안 통과를 놓고 대치 중이었지만, 거대 정보통신(IT) 기업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선 초당적 의견 일치를 보였다.

페이스북 소비자 부문 제품 매니저로 근무하다가 올해 5월 퇴직한 프랜시스 하우겐이 5일(현지시간) 미 상원 상무위원회 산하 소비자보호 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했다.

하우겐은 최근 10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대한 인스타그램의 유해성을 알고도 모회사인 페이스북이 이를 방치했다고 폭로한 내부고발자다. 그녀의 폭로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녀는 이날 의회에서 “페이스북의 생산품이 아이들을 해치고 분열을 조장하며 우리의 민주주의를 약화한다고 믿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 섰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페이스북의 잠재력을 믿는다. 우리는 전 세계에 인종적 폭력의 씨를 뿌리지 않고,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민주주의를 분열시키지 않고, 우리가 즐기는 소셜미디어를 가질 수 있다”며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우겐의 내부고발을 인용해 자살을 생각한 10대 청소년들이 그 원인으로 인스타그램을 지목했으며, 페이스북이 이를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기사를 냈다. 이 기사가 의회 청문회를 개최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의회에 출석한 하우겐은 사측의 운영 행태와 관행을 더 깊이 파고들었다.

그녀는 페이스북에서 근무하는 동안 “회사의 이익과 시민의 안전 사이에서 갈등하는 페이스북의 모습을 목격했다”며 “그때마다 페이스북은 일관되게 회사의 이익을 선택했다”고 증언했다.

페이스북 전직 직원인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이 5일(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 Jabin Botsford/Pool via Getty Images

이용자보다 회사 이익을 내세우는 페이스북의 관행은 청문회에 출석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청문회 의장인 리처드 블루멘탈 상원의원(민주당)은 “사람보다 이익을 우선한다”며 자신의 팀이 인스타그램에 가짜 계정을 만들어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 콘텐츠를 추적하는 실험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블루멘탈 의원팀은 식이장애를 가진 10대 소녀로 가장한 계정을 만들고 관련 내용을 검색하게 했더니, 인스타그램이 거식증, 폭식증 등 식이장애를 미화하고 조장하는 내용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10대 청소년과 어린이를 광고 타깃으로 삼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하우겐은 “그들은 (어린이를) 훌륭한 마케팅의 기회로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녀는 어린이와 10대 청소년이 악의적인 광고에 의해 잘못된 습관에 물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무분별한 콘텐츠에 이끌려 자신을 해칠 수 있다고 했다.

그 하나가 전자담배 홍보 광고다. 현재 미국에서는 18세 이하 청소년 사이에서 전자담배 인기가 급격히 상승했는데, 그로 인해 폐질환과 중독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하우겐은 페이스북이 알고리즘을 활용해 사용자들의 감성을 자극,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은 콘텐츠를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목적은 더 많은 광고에 노출시켜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소셜미디어 방패 조항인 ‘통신품위범 230조’ 폐지 재점화

이날 청문회에서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법적 방패 역할을 해온 ‘통신품위법 230조’를 폐지하거나 대폭 수정하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1996년 제정된 230조는 소셜미디어 기업이 자사 플랫폼에 올라온 부적절한 콘텐츠를 차단하는 등 자율적으로 게시물을 규제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그 대신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이용자가 게시한 콘텐츠에 대한 법적 책임에서 면제된다. 이는 출판사나 신문사, 방송사가 콘텐츠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는 것과는 다른 부분이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기업에 대한 면제권을 제한하자고 제안했지만, 양당 의원들이 지지하지 않아 입법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내부 고발로 양당 의원들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콘텐츠 면책특권 폐지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하우겐은 230조 수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리감독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녀는 “많은 사람에 대한 무서운 영향력을 가진 회사는 실질적인 감독이 필요하다”며 “의회는 페이스북의 규칙을 바꿀 수 있고, 페이스북이 야기하는 많은 해악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이제 페이스북의 파괴적인 영향의 실상을 알게 됐다. 우리는 지금 행동해야 한다. 행동해 달라”며 의회가 입법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루멘탈 의원은 10대 청소년에 대한 해악성을 알고도 방관한 페이스북의 행위를 담배의 해악성을 알고도 감춘 미국 담배회사에 비유하며 “곧 조처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