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의장 “디지털 위안화, 中 정부가 감시…미국서 안 통해”

류지윤
2021년 04월 30일 오후 12:40 업데이트: 2021년 04월 30일 오후 6:13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중공의 디지털 위안화가 급성장한다고 미국까지 디지털 화폐 발행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또한 중공의 디지털 위안화가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각) 파월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달러 디지털화에 있어서 연준의 최우선 목표는 재앙적인 실수를 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을 고려한 발언이었다.

파월 의장은 “빨리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며 “중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통화(방식)는 여기서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위안화는 중공이 실시간으로 모든 거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의 중앙은행이 현재 디지털 통화가 가져올 수 있는 능력을 이해하는 데 시간을 쏟고 있으며, 달러를 세계 기축통화로 의존하는 국가와 국민에게 의미 있는 기술의 적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디지털 통화는 현재 가능하지만, 우리가 서비스할 사람들에게 좋은 일인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파월 의장은 의회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연준은 디지털 통화 발전을 추진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현재 미 연준 보스턴 지부는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디지털 통화 이니셔티브 프로그램과 공동으로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 프로젝트는 2년에서 3년 정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연준이 디지털 통화를 발표하기까지는 별도의 정책 수립 과정도 필요하다.

반면 중공은 속도에 치중하고 있다. 중공은 작년 10월 중국 선전에서 5만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위안화 결제 서비스를 시범 적용했다.

올해에는 디지털 위안화 공식 출시를 앞두고 상하이, 하이난 등 6개 지역을 시범구역으로 지정해 공개 테스트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같은 속도전에 관련 전문가들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의 위안화가 디지털 화폐의 뒷받침을 받아 달러의 위치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0년 말 달러는 세계 공식 외화 보유액의 60%에 육박하지만, 위안화는 2.25%에 불과하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도 파월 의장의 발언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공이 디지털 화폐 영역에 미국보다 더 먼저 뛰어들긴 했지만, 투자자와 시장 참여자들이 반드시 디지털 위안화를 받아들인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케임브리지 글로벌페이먼츠의 칼 샤모타 수석시장전략가는 “우리가 본 것(디지털 위안화)은 기본적으로 익명성이 없는 화폐로, 정부의 통제를 엄격히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샤모타 전략가는 “이건 마치 사과와 귤의 차이처럼 다르다. 미 연준이 실현하려는 것은 굉장히 다른 금융 시스템이고, 달성해야 하는 것 역시 굉장히 다른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