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대법관 올해 퇴임…후임에 첫 ‘흑인 여성’ 예상

한동훈
2022년 01월 27일 오전 9:44 업데이트: 2022년 01월 28일 오전 11:58

바이든 대통령 “임기 내 흑인 여성 대법관 지명” 공약

미국 연방대법원의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이 올해 은퇴한다. 스스로 사임하기 전까지 종신직인 대법관에 공석이 발생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후임 대법관을 임명할 기회를 얻게 됐다.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원내대표는 26일 성명을 내고 브라이어 대법관이 올여름 회기가 끝나면 대법원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에서 진보그룹에 속하는 브라이어 대법관은 올해 83세로, 9명의 연방대법관 중 가장 고령이다. 지난 1994년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지명해 28년째 근무하고 있다.

브라이어 대법관의 후임으로는 ‘흑인 여성 법관’이 거론된다. 백악관은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동안 연방대법원에 공석이 생기면 흑인 여성을 후임에 지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주대법원에는 흑인과 여성 대법관은 있지만 흑인 여성 연방대법관은 아직 임명된 바 없다.

후임자에 대한 의회 승인은 상원에서 결정된다.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이 50석씩 동률을 이루고 있는 상원은 민주당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 행사권을 쥐고 있어, 승인안은 민주당만으로 자력 통과가 가능하다.

브라이어 대법관의 은퇴 여부는 그동안 미국 정치권의 상당한 관심거리였다. 좌파 활동가들과 진보 측 의원들은 2020년부터 최고령자인 그의 사퇴를 요구해왔다.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전 후보 시절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을 지명하겠다”고 한 공약을 이행하려면 대법원에 공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일부 좌파 매체들은 연방대법원이 강한 보수 성향을 나타낸다고 비판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중 보수 성향 판사 3명을 임명하면서 대법원 보수·진보 구도가 6대 3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보 성향인 브라이어 대법관은 대법관들이 정치적 판단을 내린다는 주장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지난해 4월 하버드대 로스쿨 강연에서 “판사로서 30년이 넘는 경험을 통해 남녀 판사들 모두 사법 선서를 할 때 진심으로 선서에 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들은 자신을 임명해준 정당이 아니라 법치주의에 따른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판사를 ‘법복 입은 정치인’으로 본다면 법원과 법치에 대한 신뢰는 하락한다. 입법부와 행정부에 대한 견제자로서 법원의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대법관들은 스스로 사법부를 약화시키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백히 했다.

최근 대법원 내 마스크 착용에 대한 미국 공영라디오(NPR)의 ‘불화설’ 보도와 관련해서도 진보·보수 대법관 모두 성명을 내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확인한 바 있다.

이들은 “가끔은 법에 대해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우리는 따뜻한 동료이자 친구”라며 재판 과정에서 서로 다른 견해를 통해 토론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하며 법치주의 실현에 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누구를 지명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3월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지명한 커탄지 브라운 잭슨 판사가 거론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법원 대법관인 레온드라 크루거 판사 역시 물망에 오르고 있다.

* 이 기사는 잭 필립스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