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의원 “NBC, 베이징 올림픽 비판 광고 거부”

하석원
2022년 02월 9일 오후 6:35 업데이트: 2022년 02월 9일 오후 6:35

왈츠 의원, 중계방송에 내보낼 30초 광고 제작
NBC 방송 불가 입장…”후원기업 로고 가려라”
의원 측 “中 후원기업에 책임 묻는 게 광고 핵심”

미국 NBC가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 내보낼 목적으로 제작된 ‘중국 비판 광고’의 방송을 거부하고 있다고 미국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이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마이크 왈츠 의원은 NBC와 계약을 맺고 올림픽 중계방송 사이에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비판하는 광고를 방송하려 했지만, “NBC는 중국 공산당이 두려워 방영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30초짜리 이 광고는 베이징 올림픽을 ‘집단학살 게임(Genocide Games)’이라고 비판한다. 경기장 밖에서는 학살, 강간, 노동착취 등 중국 공산당의 악랄한 독재가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광고에는 미국프로농구(NBA) 보스턴 셀틱스 소속 에너스 칸터 선수도 출연한다. 칸터는 중국 공산당의 인권탄압을 직설적으로 비판해온 몇 안 되는 스포츠 스타다. 그는 인권탄압을 부인하는 야오밍에게 “강제노역소를 보여 줄 수 있냐”며 응수한 바 있다.

미국에서 베이징 올림픽 독점중계권을 가진 NBC는 해당 광고에 베이징 올림픽 후원기업들의 로고가 보이는 것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로고를 가리지 않으면 방영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광고를 제작한 왈츠 의원은 미국 육군 특수작전부대(그린베레) 출신 첫 의원이자 오랫동안 공산주의 중국을 비판한 인물이다.

마이크 왈츠 의원 | 트위터 캡처

그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유태인을 학살한 나치 독일이나 1990년대 대학살을 벌인 르완다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주최국을 변경하지 않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방침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또한 “이런 올림픽을 후원하는 기업들은 치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이런 기업 대부분은 ‘사회 정의(social justice)’를 설교하고 사회정의 관련 시민단체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하면서도 정작 현재 진행 중인 대량학살은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들 기업 다수가 자체 공급망에 중국 내 인권탄압 대상자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BC가 방영을 거부한 이 광고에는 전자결제 네트워크 회사인 비자(Visa), 코카콜라, 나이키, 인텔, 프록터앤드갬블(P&G) 등 중국과 사업 관계를 중시하는 기업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BC는 방송 거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NBC 대변인은 “오랫동안 유지돼온 광고 가이드라인에 따라, 해당 광고가 방송될 수 있도록 변경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왈츠 의원실은 중국 공산당만 비판하는 것으로는 효과가 없다. 그들을 자금을 대주는 기업들을 폭로해야 광고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반박했다.

왈츠 의원실은 “기업 로고를 가리라는 요구는 중국의 인권탄압에 대한 미국 후원기업들의 책임을 부각하려는 광고의 주요 목적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은 신장 위구르족을 비롯해 티베트족, 기독교인, 파룬궁 수련자 등을 탄압해 국제적 비판에 직면해 있다.

최대 100만 명 이상의 위구르인을 ‘직업교육’이라는 구실로 수용소에 가뒀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다수의 위구르인들이 강간과 강제 불임시술 등을 당했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은 탄압을 비판하는 이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경제적 영향력을 이용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회사인 인텔은 신장 자치구 제품을 불매하기로 했다가 중국 내에서 보복 여론이 일자 작년 12월 사과성명을 발표하며 입장을 철회한 바 있다.

자국민이 자발적으로 일으키는 형태로 진행되는 각종 불매 운동은 중국 공산당이 교역 상대국을 압박하는 흔한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