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총통은 중국으로, 現 총통은 미국으로… 마잉주와 차이잉원의 엇갈린 행보

최창근
2023년 03월 28일 오후 4:25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49

내년 1월로 예정된 총통‧입법원 동시선거를 앞두고 전‧현직 대만 총통의 행보가 엇갈린다.

제1야당 국민당 소속으로 2008~2016년 집권했던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은 3월 27일 중국을 방문했다. 전‧현직 대만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이다.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은 3월 29일부터 중미 수교국 순방길에 오른다. 일정 중에는 미국 경유도 포함돼 있다.

서로 다른 정당 소속 전‧현직 총통들의 행보는 내년 선거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마잉주 전 총통은 1949년 국민당 정부의 국공내전 패배, 국부천대(國府遷臺) 이후 전‧현직 대만 총통 중 처음으로 중국 본토를 밟았다. 대만 타오위안(桃園)국제공항을 출발한 마잉주 총통 일행은 중국 상하이(上海)에 도착했다.

출발에 앞서 마잉주 총통은 타오위안국제공항에서 “나는 37세 때 정부에서 양안 업무를 담당했는데 올해 73세이다. 36년을 기다려 대륙(중국)을 방문하게 됐다. 오래 걸렸지만 갈 수 있어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미국 하버드대 법학박사(SJD) 출신으로 1981년 총통부 제1국 부국장으로 정계 입문한 마잉주 전 총통은 1988년 행정원 대륙위원회의 전신인 대륙공작회보(大陸工作會報) 집행비서를 맡으며 양안관계 업무를 맡았다. 이후 1990년 국가통일위원회 연구원, 1991년 행정원 대륙위원회 부주임위원(차관) 등을 역임하며 양안관계 업무를 관장했다.

첫 기착지인 상하이에 도착한 마잉주 전 총통을 천위안펑(陳元豐)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부주임위원 등이 공항 영접했다. 대만 매체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최측근인 딩쉐샹(丁薛祥) 국무원 상무부총리나 쑹타오(宋濤)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위원(장관급)이 영접 인사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차관급인 부주임위원이 나왔다.

상하이를 출발한 마잉주 총통은 중화민국 옛 수도 난징(南京), 1911년 신해혁명(辛亥革命)의 시발이 된 우창봉기(武昌蜂起)의 현장인 우한(武漢)을 거쳐 종가(宗家)가 있는 후난(湖南)성 샹탄(湘潭)현을 방문하여 조상에게 제를 올리고 중일전쟁 시기 임시수도 충칭(重慶)을 거쳐 다시 상하이로 돌아오는 일정을 소화한다.

마잉주 전 총통은 1950년 영국령 홍콩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 마허링(馬鶴凌)의 원적은 후난성 샹탄이다.

조상 제사를 명분으로 방문했지만 마잉주 전 총통의 여정에는 ‘국민당색’이 진하게 배어 있다. 방문지가 국민당 사적지이기 때문이다.

‘중국국민당(中國國民黨‧KMT)’이라는 공식 당명처럼 ‘중국’에 뿌리를 두고 있는 국민당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중국(一個中國)’을 지지하며 1992컨센서스(92共識)를 존중하는 입장이다.

이 속에서 중국은 마잉주 전 총통을 환대함으로써 ‘국민당=양안 화해’ ‘민진당=양안 갈등’의 구도를 부각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2008~16년 마잉주 집권기 양안관계는 해빙기였다. ‘양안전쟁 휴전(休兵)’ 속에서 양안 교류는 증진됐고, 수교국 뺏기 경쟁도 중지됐다. 마잉주 집권 8년 동안 대만과 단교한 국가는 아프리카 감비아(Gambia) 1개국뿐이었다.

차이잉원 총통은 3월 29일부터 9박 10일 일정으로 중미지역 공식 수교국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한다. 순방의 공식 목적은 중국의 금전외교 공세 속에서 흔들리는 ‘수교국 잡기’이지만, 실제는 미국 경유외교이다. 차이잉원 총통은 출국 시 미국 뉴욕, 입국 시 LA를 경유하여 미국 조야(朝野) 인사를 만날 예정이다. 면담 대상자 명단에는 케빈 매카시 미국 연방 하원의장도 올라있다.

‘친미반중’ 성향의 차이잉원 현 총통과, 민진당에 비해 온건한 대중국 정책을 펴는 국민당 출신 마잉주 전 총통은 방문 기간 양안 관계에 대한 자기 노선을 분명히 하며 대만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