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경찰, 지역사회 충격 안긴 ‘플래시 몹’ 도둑 떼 17명 공개수배

한동훈
2023년 11월 22일 오후 6:04 업데이트: 2023년 11월 22일 오후 6:41

10~20대 흑인 17명, 신원파악 위해 제보 요청

미국에서 10대 청소년 도둑 떼가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로스앤젤레스 경찰국(LAPD)이 용의자 신원 파악을 위해 주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LA경찰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전날 나이키 매장을 급습, 상품을 약탈하고 달아난 17명의 신원에 관한 제보를 접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복면을 착용한 이들은 19일 오후 5시 50분경 LA 시내 한 나이키 매장을 습격해 의류와 신발이 든 상자 등 총 1만2000달러(약 1560만원) 상당의 물건을 들고 달아났다.

이들은 15~20세 사이의 흑인 남성 13명과 흑인 여성 3명 등이었으며, 매장에 다른 손님들이 지켜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건을 훔쳐 쓰레기봉투에 담은 후 타고 왔던 차량 5대에 나눠 타고 도주했다.

경찰이 공개한 범죄 당시 사진에서 10대 도둑 떼 중 일부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얼굴이 노출됐으며, 한 명은 분재된 나무 그림과 ‘영혼의 의식(Ritual of the Spirit)’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검은 후드티 차림이었다.

미국에서는 수년 전부터 수십 명이 한꺼번에 상점을 습격해 기물을 파손하거나 물건을 약탈한 후 달아나는 이른바 ‘플래시몹 강도(flash rob)’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플래시몹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미리 약속한 날짜와 시간에 특정한 장소에 모여 사전에 모의했던 행동을 한 후 사라지는 행동을 가리킨다. 지금까지는 주로 춤을 추는 등 놀이의 하나였으나 최근에는 약탈로 변질되면서 지역사회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지난 8월 초에는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의 한 쇼핑몰 내 입생로랑 매장에 최소 30명의 용의자가 침입해 약 30만 달러(약 3억9000만 원) 상당의 의류 등을 훔치는 사건이 발생했고, 사흘 후에는 서부 웨스트필드 토팡가 쇼핑몰에 있는 노드스트롬 백화점에 30~50명이 난입해 약 10만 달러(약 1억 3000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같은 달 말에도 메이시스 백화점 두 곳이 각각 플래시몹 도적떼에 약탈당하는 사건이 꼬리를 물면서 현지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950달러 미만의 상품 절도범은 경범죄로 취급해 처벌을 완화하는 조치가 시행된 이후 좀도둑과 도둑 떼가 활개를 치고 있다.

경범죄의 경우 6개월 미만의 형을 받거나 1000달러 미만의 벌금이 부과되지만, 경찰 인력 부족 등으로 사실상 처벌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로 지적된다.

캘리포니아 공공 정책 연구소에 따르면, LA의 상업시설 강도 사건 발생률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높다.

* 이 기사는 소피 리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