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대표단이 중국의 인권 탄압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중국 정권에 의해 구금된 파룬궁 수련자와 여타 무고한 중국인들을 즉각적으로 석방해야 한다”고 중국에 촉구했다.
9월 11일부터 10월 13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54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EU 대표단은 “중국 정부는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그런데 위구르족, 티베트인 및 기타 소수 민족, 종교 집단 등이 중국 정부에 의해 장기간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 내 인권 옹호자와 언론인, 지식인들도 감시, 괴롭힘, 협박, 고문, 불법 구금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공산당은 국가보안법 등 강압적인 법률 및 조치를 통해 홍콩의 인권과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며 “EU는 중국 정부가 홍콩의 법치, 자유, 민주주의 원칙 등을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역설했다.
파룬궁 박해
EU 대표단은 성명서에서 ‘파룬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현재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중국 당국에 의해 구금된 파룬궁 수련자인 쉬나의 사례를 언급했다.
불가(佛家) 전통에 뿌리를 둔 영적 수련법인 파룬궁은 1990년대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1990년대 후반 파룬궁 수련자의 수는 7000만 명에서 1억 명 사이로 추정된다.
당시 중국 정권은 파룬궁의 인기를 정권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파룬궁에 대한 대규모 탄압 및 박해를 지시했다. 파룬궁 정보센터에 따르면 중국 정권의 대규모 탄압으로 인해 파룬궁 수련자 수백만 명이 교도소 및 기타 시설에 구금됐으며, 그중 수십만 명이 끔찍한 고문을 당했다.
중국공산당이 파룬궁에 대한 대규모 탄압을 시작한 1999년, 파룬궁 수련자인 쉬나와 그녀의 남편 위저우가 당국에 체포됐다.
2001년, 당시 32세였던 쉬나는 다시 임의로 체포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2008년 1월, 중국 당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대비한 보안검사’를 명목으로 쉬나와 위저우를 구금했다. 당시 쉬나는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고, 남편 위저우는 체포된 지 2주 만에 고문으로 사망했다.
2020년 7월 19일, 중국 당국은 쉬나를 포함한 파룬궁 수련자 11명을 임의로 체포했다. 이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에포크타임스에 코로나19 관련 정보 및 사진을 제공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구치소에 1년 넘도록 수감된 쉬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3주 앞둔 2022년 1월 14일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중국의 파룬궁 탄압을 추적하는 미국 웹사이트 명혜망의 2023년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쉬나는 지난 9월 베이징 톈허교도소에서 베이징 여성교도소로 이감됐다. 베이징 여성교도소 측은 쉬나의 가족 면회 요청을 지속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형법 제300조
미국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가 지난해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중국 형법 제300조’를 법적인 근거로 들며 파룬궁 박해를 정당화하고 있다. 이는 ‘사교 단체나 미신 집단 등을 이용해 국가 법률을 어지럽히는 경우 3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인권변호사 우샤오핑은 “형법 제300조는 중국 헌법에 위배된다. 중국공산당은 이런 점을 무시하고, 형법 제300조를 파룬궁 탄압을 위한 ‘무기’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중국 인권변호사 왕용항은 중국 대검찰청에 공개서한을 보내 “중국 형법 제300조는 ‘명확성과 구체성’이라는 최소한의 국제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파룬궁 탄압을 정당화하는 법적인 근거로 쓰이지 못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파룬궁 수련자들을 변호하는 데 앞장섰던 왕 변호사는 다른 인권변호사들과 마찬가지로 중국 정권으로부터 박해를 받았다.
중국 대검찰청에 공개서한을 보낸 이듬해인 2009년, 왕 변호사는 중국 형법 제300조를 위반한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