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첫 대선…대만은 中 공산당에 굴복 않을 지도자 택했다

한동훈
2024년 01월 13일 오후 11:53 업데이트: 2024년 01월 14일 오후 4:35

집권 민진당, 중국 공산당 전방위 압력 속에서도 수성 성공
라이칭더, 전쟁 VS 평화 프레임에 “민주주의 수호”로 돌파
“반중 아니라 반공” 슬로건…공산당·중국 구분한 접근 강조

대만 대선(총통 선거)에 승리한 라이칭더 당선인이 이번 선거 결과를 “외압에 맞선 승리”라고 평가했다.

선거 당일에도 군용기와 군함을 동원해 군사적 위협을 가한 중국 공산당의 압력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라이칭더 당선인은 13일 승리가 확정된 오후 8시 30분(현지 시각) 민진당 대선캠프 미디어 센터에 도착해 기자회견을 열고 승리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만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을 써주신 대만 인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우리는 민주주의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만 인민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외부 세력의 시도에 성공적으로 저항했다”며 “우리는 대만 인민만이 자신의 대통령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는 라이칭더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일관되게 강조해 온 점이다. 그는 이번 대선을 “전쟁과 평화 사이의 선택이 아니라 전체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의 선택”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민진당 지지자들이 타이베이 베이핑둥로의 집회현장으로 모이고 있다. 2024.1.13 | 쑹비룽/에포크타임스

이는 ‘반공(反共) 정당이 승리하면 전쟁이 찾아온다’는 중국 공산당의 프레임 뒤에 ‘대만을 전체주의 체제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숨어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는 위기의식의 표현이었다.

라이칭더 당선인은 같이 치러진 입법위원 선거(총선)에서 민진당이 가장 많은 득표율을 확보한 것은 “대만이 계속해서 올바른 길로 나아갈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입법원(국회 격)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당의 노력이 충분치 않다는 걸 의미한다”며 유권자들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라이칭더 당선인은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효과적인 정부와 함께, 강력한 견제와 균형을 기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여론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말했다.

또한 “입법부의 새로운 판도는 대만이 소통과 협력의 정치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상대 후보들의 정책을 면밀히 연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다양한 정치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정부에 영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당·민중당, 선거 결과에 승복

민중당 후보로 청년층 표를 끌어안으며 존재감을 나타냈던 민중당 커원저 후보는 이날 패배 승복 연설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며 포기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커원저 후보는 타이베이시 신좡구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우리는 많은 기적을 이뤘다”면서 “대만은 계속 전진할 것이기 때문에 슬퍼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민중당 집회는 젊은 지지자들로 가득 찼다. 집회 참석자 절반 이상이 40대 미만이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대만 민중당의 총통 선거 후보 커원저가 부총통 후보 우신잉과 함께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2024.1.13 | I-Hwa CHENG/AFP/연합뉴스

커원저 후보는 “내일이면 해가 다시 뜨니 계속 열심히 일하자. 우리에게는 하나의 대만이 있을 뿐이다”라며 선거 결과가 실망스럽더라도 같은 대만인으로서 단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는 패색이 짙어지자 지지자들 앞에 모습을 나타내 패배 승복 연설을 했다.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를 향해 당선 축하 인사를 건넨 허우유이 후보는 “모든 정당이 대만의 도전에 직면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단결된 대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대만의 도전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것은 국민당과 자신뿐이라던 그간의 주장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이었다.

허어유이 후보는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며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도 정권 교체를 완료하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고 말한 후 고개 숙여 사과했다.

‘선거의 해’ 민진당 승리의 시대적 의미는?

민진당은 이번 승리로 3연속 집권에 승리했다. 대만 유권자들에게 있어 이번 선거는 어떤 의미에서 반(反)중국 공산당이냐 아니냐를 선택하는 승부이기도 했다.

선거 유세 기간, 대만 내 친중·친공 매체들은 라이칭더를 ‘반중’으로 몰아세웠다. 대만과 인적·경제적으로 밀접한 중국의 거대한 인구를 배척하는 후보로 프레임을 씌워 극단적 후보로 보이게 만드는 전략이었다.

라이칭더는 ‘반중이 아니라 반공(反共不反中)’이라는 슬로건으로 맞섰다.

라이칭더의 양안문제 접근법을 다룬 에포크타임스 자매매체 NTD의 방송 프로그램 | 화면 캡처

5천 년 역사와 거대한 인구를 지닌 중국과 맞서는 것이 아니라, 중국을 파괴하고 들어선 100년 역사의 공산당에 저항하겠다는 의미다.

중국과 중국 공산당을 구분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국무장관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가 제안하고 사용한 전략적 차원의 대중국 접근법이다.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의 중국 정책 자문인 마일스 위(중국명 위마오춘·余茂春)의 구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한편, 라이칭더 당선인은 오는 5월 20일 취임하며 총통 임기에 들어간다. 중국의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라이칭더 정부가 정국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 이 기사는 에포크타임스 대만지사 선거 특별취재팀이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