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때 ‘슝안신구’ 지키려다 최정예 기갑여단 수몰…시진핑 격노”

강우찬
2023년 09월 6일 오후 8:25 업데이트: 2023년 09월 7일 오전 8:07

400조 들인 신도시 슝안신구…시진핑 최대 치적사업
중국 당국, 수문 조절해 다른 지역으로 홍수 유도 의혹
“수문 조절 계획, 리창 총리가 최종 승인…시진핑 뒤늦게 알았다”

지난 7월 말 이재민 500만 명이 발생한 중국 북부지방 홍수 때, 시진핑 치적 사업을 지키려다 베이징 방위부대가 물에 잠겨 전차와 항공기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시진핑의 승인이 필요했지만 긴급한 상황에서 연락이 되지 않아 리창 총리가 대신 방류를 결정했고, 뒤늦게 군부대가 수몰된 사실을 알게 된 시진핑이 격노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에포크타임스에 “지난 홍수로 줘저우가 침수되면서 이 지역에 주둔 중이던 66289부대도 침수됐다”며 베이징 방어를 담당하는 기갑여단의 탱크 대부분이 거의 못 쓰게 됐다고 말했다.

공개된 정보를 종합하면 66289부대는 베이징 방위를 담당하는 북부전구 사령부 예하 최정예 부대인 제82집단군의 기갑여단으로 줘저우시 둥청팡(東城坊)진 일대에 주둔한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최정예 기갑여단이다.

제82집단군은 2016년 인민해방군 개편 이전 체계에 따르면 베이징군구 38집단군으로 ‘만세(萬歲)군’이란 별칭이 있으며 한국과도 악연이 있다. 중국이 말하는 ‘항미원조’, 즉 한국전쟁 때 북한에 가장 처음 투입된 부대다.

2023년 8월 1일 중국 허베이성 바오딩시 줘저우시 둥샨포(東仙坡)진. 불어난 물에 트럭 윗부분만 남고 물에 잠겼다. 줘저우 66289부대가 위치한 둥청팡(東城坊)진에서 약 15km 떨어진 지역이다. | 웨이보

정예 기갑여단 수몰…최신식 전차 침수 가능성

침수된 전차의 종류와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66289부대의 전차라면 중국의 주력 전차인 99식 전차의 개량형인 99G식 전차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 육군의 최신예 전차가 침수로 고철이 된 셈이다.

피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통은 줘저우 도심 저지대에 위치한 항공대대와 바오딩항공학교 역시 수몰돼 수위가 2~3미터에 달했다며 항공기가 침수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기지 주변에는 6미터 높이 담벼락이 설치됐으나 철조망 구간 등이 있어 물길을 막지는 못했다”며 “우주 기반 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오딩항공학교는 7월 말부터 며칠간 기기 오류를 나타내는 비상음이 울렸다”고 말했다.

에포크타임스는 이 소식통의 제보 내용을 독립적으로 검증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중국 출신 언론인은 이번 홍수로 줘저우 지역에 주둔 중이던 군부대가 침수돼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미국으로 망명한 전직 중국 언론인 자오란젠(趙蘭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 계정에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며 “바오딩 주둔 군대가 베이징 방류로 발생한 홍수로 군 전체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줘저우는 행정구역상 바오딩 지역의 일부다. 이 지역의 홍수 피해가 컸던 것은 당국이 인위적으로 홍수 물길을 조절했기 때문이며, 그 목적은 슝안신구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고 자오란젠은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인밍해방군 군사 훈련 장면. 우측에 99A 전차가 보인다. | 웨이보

“당국, 슝안신구 보호하려 줘저우로 홍수 물길 유도”

베이징 남서쪽으로 1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슝안신구는 서울 약 3배인 총 1770㎢ 면적에 들어서는 신도시다. 2035년까지 총 400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시진핑 최대 치적 사업이다.

슝안신구는 베이징과 허베이성 일대가 물이 잠긴 지난 7월 말 홍수에도 홀로 멀쩡했다. 불과 70km 떨어진 줘저우 지역은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기며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슝안신구는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이를 두고 중국 정부가 슝안신구를 보호하려 홍수 물길을 임의로 조절해 줘저우의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이 같은 방침을 담은 내부 문건이 에포크타임스 중문판 취재진에 의해 발굴되기도 했다.

태풍 ‘독수리’ 상륙 당시, 허베이성 당국은 지역 내 저수지 수문 7개를 단계적으로 개방했다. 중국 지질학자인 판샤오는 CNN에 “저수지 수위를 조절하면 홍수 물길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당국이 슝안신구로 흐르던 홍수 물길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줘저우로 유도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자오란젠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허베이성 당국에 ‘슝안신구를 지켜라’라는 시진핑의 특명이 떨어져 있었다고 전했다.

‘시진핑의 도시’로 불리는 허베이성 슝안신구. 허베이성 폭우로 인근 지역이 수몰될 때도 피해가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 | 신화통신/연합

문제는 줘저우 수몰 방안에 대한 최종 승인을 시진핑이 아닌 리창이 내렸다는 점이다.

자오란젠에 따르면, 당시 허베이성 당국은 시진핑의 특명에 따라 홍수 물길을 줘저우로 유도하는 아이디어를 보고하고 시진핑에게 승인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상황이 급박해지자 승인이 더 늦어지면 위험하다고 여긴 리창 국무원 총리가 이를 대신 승인했고 그 결과 최정예 기갑여단이 물에 잠기면서 추후 이를 알게 된 시진핑이 격노했다는 것이다.

자오란젠은 “행정관료인 리창 총리는 줘저우에 정예 기갑여단이 주둔 중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 이 기사는 뤄야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