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게 맞은 교사에, 극단적 선택까지…학생인권조례 논란 가열

한동훈
2023년 07월 21일 오후 12:46 업데이트: 2023년 07월 21일 오후 12:46

교원단체 “과도한 학생인권조례에 교실 붕괴”

초등학교 교사들이 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되거나 학생에게 구타당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교권 추락을 더는 방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가 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 과도한 학생인권이 교실을 붕괴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성국 교총 회장은 “왜곡된 인권의식과 과도한 학생인권조례로 인한 교실 붕괴, 교권 추락의 현실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교권 추락의 원인을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제정한 학생인권조례에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는 20대 초등학교 A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의 감시카메라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타살을 의심할 만한 정황과 흔적이 없어 A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A교사가 그동안 학교폭력과 관련해 학부모의 잦은 악성 민원에 힘들어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번 사건이 교권침해와 관련됐을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서이초등학교에서 신규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한국교총 회원들이 20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진상규명과 교권이 존중되는 정당한 교육활동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2023.7.20 | 연합

교총이 기자회견을 하던 20일 서이초에는 숨진 A교사를 추모하려는 초등학교 교사들의 발길이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다. 학교 앞은 국화꽃과 근조화환으로 뒤덮였고, 교문 기둥에는 추모하는 글귀가 적힌 메모지가 한가득 붙었다.

이번 사망 사건은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학생에게 구타당한 사건과 맞물리면서 교권침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의 한 공립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 B씨는 지난달 30일 교실에서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이 가르치던 6학년 학생에게 맞았다.

B교사가 초등학교 교사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는 “20~30여 대를 쉴 새 없이 맞았다”며 얼굴과 몸을 구타당하고 바닥에 메다꽂힌 후 발로 밟혔다는 사연이 담겼다.

해당 학생은 키 160cm에 몸무게 70~80kg의 거구로 정서·행동장애가 있으나 인지능력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인권조례는 2009년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진보진영 후보로 출마한 김상곤이 제안했다. 당시 한림대 교수였던 김상곤은 1987년 출범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의 창립을 주도한 바 있다.

2012년 1월30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도교육청에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학생인권 보장은 올바른 교육의 첫 걸음으로 교육과학기술부는 서울학생인권조례 관련 소송을 즉시 취하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12.1.30 | 연합

‘무상급식 확대’, 혁신학교’ 등 공약을 내세우며 당선된 김상곤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제정위원회를 구성해 조례안을 만들고 일부 학생들을 참여시켜 검토한 후 발의했으며,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던 경기도의회는 2010년 9월 이를 통과시켰다.

김상곤 교육감은 2010년 7월 재선에 성공했으며, 문재인 정부 출범 때는 첫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맡아 진보적인 교육정책 확대를 이끌었다.

서울에서는 2012년 초 주민발의로 그해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다. 당시 서울시 교육감으로 재직하던 곽노현 교육감이 제정에 앞장섰다. 그러나 곽노현 교육감은 후보단일화를 대가로 한 금품수수 혐의로 2012년 징역 1년(3심)이 선고되면서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2012년 하반기 재보궐선거에서 보수진영 문용린이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학생인권조례가 주춤할 수 있다는 견해가 제기됐으나, 2014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보수진영 분열로 표가 나뉘면서 진보진영 조희연이 당선된 후 학생인권조례 시행이 굳어졌다.

현재 학생인권조례나 그에 준하는 조례를 시행하거나 제정 중인 지자체는 서울, 경기, 광주, 인천, 전북, 충남, 제주 7곳이다 인천은 ‘학교구성원 인권증진 조례’라는 명칭으로 학생뿐만 아니라 보호자와 교사, 교직원 인권까지 포함했다.

다만, 올해 2월 서울시의회에 주민조례청구 제도에 따라,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가 수리돼 3월 서울시의회 의장에 의해 발의된 상태다. 관련법에 따라 시의회는 1년 이내(1년 추가 연장 가능)에 조례안 통과 여부 등을 결정해야 한다.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인근에 고인이 된 서이초등학교 담임교사 A씨 추모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2023.7.21 | 연합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서이초 A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 학생인권조례가 교권과 충돌한다는 견해에 반대하고 “고인 추모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지난 3월 충남도의회에 수리 충남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안 수리와 관련해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반헌법적이고 비교육적”이라고 반발하며 조례 폐기를 청구한 측을 향해 “혐오와 차별 세력”이라고 비난했다.

충남의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은 학생인권조례가 “(도의원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학생들을 개조하려고 만든 조례”라며 “담배·술·음란물 등 지도가 곤란하고, 교사와 부모에게는 고발을 조장하며, 학생들에게는 학력 저하를 초래한다”고 폐지 청구 사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