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옳았다…美 노리던 ‘브러싱스캠’, 이제는 한국 노리는 이유

전경웅 객원기자
2023년 07월 26일 오후 10:09 업데이트: 2023년 07월 26일 오후 10:09

만국우편연합 협약 따라 중국에 국제우편 요금 지원
중국 업체들, 저렴한 요금 악용해 ‘리뷰 사기’ 속셈도

지난 20일 이후 2100여 건의 정체불명 국제소포가 전국 곳곳으로 날아들었다. 모두 중국에서 보낸 것이었다. 경찰은 이를 ‘브러싱스캠’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발 ‘브러싱스캠’의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 등 선진국이 중국발 국제우편 요금을 지원해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2018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만국우편연합(UPU)에 국제우편 요금체계 개선을 요구했다. “미국 내에서 소포를 보낼 때보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소포 비용이 더 싸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었다. 개선하지 않으면 미국은 UPU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 언론은 당시 “트럼프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제우편 요금 인상 카드를 꺼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실제로 중국의 국제우편 요금 때문에 미국 기업이 큰 피해를 보고 있었다. 당시 ‘블룸버그 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2kg 미만인 소포를 중국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데 드는 돈은 평균 2.5달러였다. 미국 국내에서 소포를 주고 받아도 최소 몇 달러가 드는 것과 비교가 됐다.

UPU 협약에 따라 중국은 개발도상국으로 간주해 국제우편 요금을 낮게 책정하고 대신 다른 선진국이 그 비용을 보전해주기 때문이었다. UPU는 회원국을 1그룹(선진국), 2그룹(준선진국), 3그룹(개도국), 4그룹(저소득국)으로 나눠 국제우편 요금을 차등 적용하도록 했다. 3그룹이나 4그룹이 내는 요금 가운데 부족분은 1그룹에서 부담하는 형태로 요금체계를 정하고 있다.

즉 중국이 미국에 보내는 국제우편 요금을 미국이 부담하는 셈이 된다. 중국 ‘알리바바’에서 1달러짜리 제품을 주문해도 해외 배송이 무료인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런 내막을 모르는 소비자는 미국 내에서 사는 것보다 ‘알리바바’와 같은 중국 온라인 마켓에서 사는 게 더 저렴하다고 여긴다.

중국 업체가 이베이나 아마존 같은 다국적 온라인 마켓에 입점하고, ‘알리바바’와 같은 중국 온라인 마켓이 국제적으로 영업을 하면서 미국 제조업체와 USPS 같은 물류 업체의 불만은 점점 커졌다. 이 와중에 중국 판매자와 중국 온라인 마켓은 ‘편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바로 ‘브러싱스캠’이다.

온라인 마켓은 실물을 보지 않고 산다는 점 때문에 기존 구매자들의 평가가 실제 판매로 이어진다. 중국 판매자들은 상품에 가짜 평가를 달기 위해 다른 나라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내용물이 없는 국제소포를 보냈다. 소포를 받은 사람이 실제로 자신의 상품을 구매하고 좋은 평가를 남긴 것처럼 꾸미기 위해서였다. 앞서 말한 중국의 저렴한 국제우편 요금 덕분에 이런 사기가 가능했다. 이 ‘브러싱스캠’의 당초 대상국은 미국, 캐나다 같은 곳이었다.

미국우정공사(USPS)가 지난 2015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이 미국으로 보내는 국제소포의 60%가 2.5달러 미만의 요금만 냈다. 실제 소요 비용 가운데 나머지는 UPU 협약에 따라 미국 등 선진국이 부담했다. USPS는 “이런 불공정한 UPU 협약 때문에 중국이 미국으로 보내는 물건 1개당 최소 1달러씩, 연간 1억 7000만 달러(약 2180억 원)의 손실을 입는다”고 주장했다.

USPS 같은 물류 업체만 손해를 보는 게 아니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 이베이,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마켓을 통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미국 소비재 업체까지 판매 실적이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기업들의 요구에 따라 UPU 측에 요금체계를 개편하지 않으면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 ‘협상’은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라졌다. 다만 아마존과 이베이 등 미국의 대형 온라인 마켓은 2020년 9월부터 국제우편을 통한 식물·씨앗의 미국 수입·판매를 금지했다. 중국발 브러싱스캠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호주, 영국 등 다른 서방 국가들도 중국발 브러싱스캠 대비책을 수립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중국발 브러싱스캠이 갑자기 대규모로 발생하는 이유도 관련 대비책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중국발 브러싱스캠을 당했다는 것은 중국에 개인정보를 모두 털렸다는 의미”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