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신종 변이, 백신 접종자도 감염 위험” 美 CDC 경고

잭 필립스
2023년 08월 25일 오후 2:31 업데이트: 2023년 08월 30일 오전 11:39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전 세계 곳곳에서 출현하고 있는 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피롤라(BA.2.86)’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특히 이번 변이 바이러스는 백신을 접종했거나, 코로나19 감염 후 완치해 항체를 지닌 사람에게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23일 CDC는 성명을 내고 “피롤라가 다른 변이 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백신 접종 또는 이전 감염으로 인한 항체가 피롤라 감염을 예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종 변이의 샘플이 충분하지 않아 항체와 면역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실험실 테스트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항체 보유자의 감염 가능성, 치명률 등을 파악하기엔 너무 이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피롤라의 가장 큰 특징은 이전 변이 바이러스인 ‘BA.2’보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돌연변이 수가 30여 개나 더 많다는 것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쉽게 말해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무기’로, 여기에 돌연변이가 많을수록 면역체계를 뚫고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CDC는 피롤라에 대한 세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미국에서 최소 2건의 피롤라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더해 이스라엘, 덴마크, 영국 등에서도 감염 사례가 나와 각국 보건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피롤라가 출현하고 있어 전파 경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CDC는 “앞으로 더 많은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고, 그것이 더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인은 대부분 백신 접종 또는 이전 감염으로 인한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항체가 변이 바이러스의 감염을 예방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의학적 데이터 및 정보 부족으로 인해 CDC가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본부 | 연합뉴스

CDC는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가 소폭 늘었지만, 이는 피롤라 확산으로 인한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현재 이 변이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얼마나 강한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다른 변이와 유사한 메커니즘으로 확산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피롤라를 오미크론 변이종인 ‘BA.2’의 하위 변이로 분류하고, 감시 대상에 추가해 확산 추이를 파악하는 등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의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연구원은 “이번 신종 변이인 피롤라는 유행할 수 있는 것들이 지니는 ‘전형적 특징’을 모두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유전학 연구소장인 프랑수아 발루 교수도 피롤라를 두고 “2021년 오미크론 등장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바이러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신종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섣불리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의 전염병 연구 및 정책 센터장 마이클 오스터홀름은 “새로운 변종에 대해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이 변종의 잠재적 위험성을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전했다.

한편 모더나, 화이자, 노바백스는 모든 연령대가 접종할 수 있는 새로운 버전의 코로나19 백신을 올가을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맞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앞으로 몇 주 안에 백신 추가접종(부스터샷)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 들어 미국의 일부 기업, 학교, 병원 등이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점점 더 광범위하게 시행될 수도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