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윤석열 정부의 과제, 남녀갈등 넘어서야 한다

오세라비 /작가·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
2022년 04월 4일 오후 5:02 업데이트: 2022년 04월 4일 오후 5:02

남녀갈라치기 서로 책임 전가하는 정치권

제20대 대선 국면의 뜨거운 이슈 중 한 가지가 페미니즘운동이 불러 온 남녀갈등 문제였다. 3.9 대통령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2030세대 남녀 유권자 동향은 대선 판세에 있어 스윙보터로 작용했다. 지난 수년간에 걸쳐 들불처럼 퍼진 남녀갈등 양상은 ‘21.4.7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3.9 대선 결과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필자는 일찍이 이런 상황을 우려하며 남녀갈등을 넘어 남녀분리, 남녀분단 현상이라고 말했다.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여성가족부 폐지‘ 의제는 2030남성 유권자의 결집, 2030여성들은 반대 진영으로 급격한 쏠림 현상을 일으켰다. 또한 선거일 막판에는 ‘1번남’과 ‘2번남’ 차트가 새로운 논란으로 떠올랐다. 발단은 민주당 이재명 전 후보 지지자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시작됐다. 이것을 메가 인플루언서 유시민 작가와 방송인 김어준 씨가 유튜브 대담에서 자료 화면으로 띄우며 맹렬한 논쟁을 일으켰다. 이야긴즉슨, 기호 1번 이재명 전 후보를 지지하는 ‘1번남’은 다방면으로 멋진 남자인데, 윤석열 전 후보를 지지하는 ‘2번남’은 여러모로 열등하다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2030남녀 갈라치기에 이어 남성vs남성 갈라치기까지 등장했던 것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근소한 차로 누르고 승리한 후에도 남녀갈등은 식을 줄 모르고 오히려 더욱 격화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서로 남녀 갈라치기 원인 제공자라 떠넘긴다. 이 부분에 대해 정치적 분석을 하자면 길어지므로 다음 기회로 넘기겠다. 큰 틀에서 평가하면 전체적으로 양당 모두 책임이 있다. 남녀갈등이 이토록 사회문제화될 때까지 모른 척 발뺌하고, 때로는 그때그때 잠깐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했을 뿐이다. 한마디로 정치권의 직무유기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국가 주도 페미니즘 기조에 있다. 

문 정부 들어 페미니스트계의 파워는 막강했다. 586운동권 권력과 좌파 여성단체들은 80년대 중후반을 기점으로 출발이 같았다. 여성단체 출신들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하나둘 정치권으로 진입하기 시작하여 국무총리, 장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하면서 여성을 위한 법률 제정에 박차를 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때마침 불어닥친 페미니즘 운동은 여성계가 정치적 이익을 앞세워 남녀갈등을 조장하고, 증오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반남성주의 운동으로 변질된 페미니즘

미국의 페미니즘 비평가인 크리스티나 호프 소머즈는『누가 페미니즘을 훔쳤는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페미니즘은 남성 친화적 운동에서 반남성주의 운동으로 변질되었다.” 또한 미국 현대 페미니즘의 창시자라고 부를 수 있는 베티 프리던은 “남성성은 악의 씨앗이 자라나는 비옥한 토양”이라며 남성성 자체를 위험하고 폭력적으로 규정했다. 현대 페미니즘, 즉 1970년대 초반 이후 페미니즘은 급진적인 페미니스트들이 주도했다. 페미니스트들은 늘 여성들이 남성 집단에 의해 희생되었다 주장하며 남녀를 서로 적대적인 관계로 만들며 남성들에게 혐오를 씌웠다.

이러한 미국식 급진 페미니즘 모델이 뒤늦게 2015년 중반 무렵 한국 사회를 강타해 특히, 영페미니스트 집단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2015년 국내 페미니즘 운동은 이듬해인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성단체들과 연합한 좌파 정치집단이 선택한 전략적 의제 중 하나였다. 페미니즘 운동은 2013년 무렵 글로벌 담론으로 등장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즉 PC주의와 적극 결합했다. PC주의는 원래 1990년 초 미국 학계에 잠시 등장했다 곧 사라졌다. 이후 2013년쯤 미국 대학 여성학이 중심이 되어 PC주의를 되살려냈다. 예를 들어 PC주의 첨병은 디즈니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PC주의 가치를 담아 히트하며 문화적으로 지대한 영향력을 글로벌하게 전파하고 있는 중이다.  

페미니즘과 PC주의는 성별·인종·소수자를 차별하는 표현이나 언어에 대항하는 운동 개념을 서로 공유한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혐오 표현, 차별 용어를 찾아내 제재를 가하며 새로운 논쟁을 촉발시킨다. 페미니즘 운동과 PC주의의 득세는 오히려 억압적이며 역차별을 야기해 자유로운 토론과 논쟁을 움츠리게 한다. 때문에 페미니즘은 배타적 정체성 정치를 더욱 강화했다. 페미니즘을 비판하면 곧바로 성차별주의자, 여성혐오주의자, 반성평등주의자 딱지가 붙는다. 여기에는 지성적이고 합리적인 토론, 민주적인 정치 논쟁이 설 자리가 없다. 

페미니즘 이론의 부작용은 한쪽 성별이, 자기 집단이 희생되었다고 주장하는 순간, 남녀관계는 왜곡되고 그릇된 믿음과 갈등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다. 우리 사회가 건국 이래 이토록 젊은 세대 남녀갈등이 심각했던 때는 없었다. 이는 매우 비극적인 한국 사회의 질병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정치권이 앞장서서 문제를 진단하고 해소 방안에 노력을 기울여야 함에도 아전인수식으로 이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윤석열 정부, 남녀 어느 편도 들지 말고, 남녀 파트너십을 강조하라!

제20대 대선이 끝난 후 남녀갈등은 더욱 골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였다. 역대 대선 최소 표 차이의 패배였을지라도, 패인에 대한 반성과 평가가 우선돼야 함에도 현재의 민주당에게서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선거일 막바지에 결집한 2030여성들을 무대로 불러내 연일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2030여성들은 스스로 이재명 전 후보의 ‘개딸’로 자처하며 팬덤정치로 열성적인 지지를 보낸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잔뜩 고무된 모습으로 화답한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권인숙 의원은 이 전 후보의 대선 선대위 ‘성평등자문단 공동단장’을 맡아 활약하였다. 권 의원은 지난 3.31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이후, 2030 여성들의 민주당 입당 의미와 과제’ 토론회를 주최하며 2030여성들을 선두에서 견인하고 있다. 

슬픈 아이러니랄까. 가장 무겁게 책임을 져야 할 민주당 주류 586남녀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은 대부분 시야에서 사라졌다. 대신 새로 유입된 2030여성들을 앞세워 대선 패배 이유를 희석함과 동시에 이들을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위한 당내 권력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 엿보인다. 예로, 2030여성들이 대거 참여하는 민주당 당사 앞 촛불집회 구호가 ‘검찰개혁’ ‘언론개혁’이다. 또 ‘윤석열에 경고 한다’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워 행진을 한다. 아직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 촛불정국을 만들어 새 정부 출범을 뒤흔드는 정치적 행동이다. 민주당 메인스트림 586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뒤로 물러난 자리에 2030여성들을 불러 촛불전사로 만들자는 셈인가. 남녀 갈라치기가 문제라며 이전 후보를 지지하며 민주당으로 뛰어든 2030여성들이 정작 부르짖는 구호가 이렇다면 이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만큼 민주당 내 상황이 대선 패배의 후유증에 시달리며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민주당은 도그마로 제조된 메시지로 윤석열 정부를 계속 공격할 것이다. 그 중심에 남녀갈등 문제가 있다. 왜냐면, 윤석열 정부 임기 5년 동안 2022년 6월 지방선거, 2024년 4월 국회의원선거, 2026년 6월 지방선거까지 3번의 큰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때마다 남녀갈등 문제는 계속해서 불거질 것이고 정치권의 남녀 갈라치기 또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 앞에 놓인 국정 과제는 산적해 있다. 그러나 젊은 세대 남녀갈등 문제 해소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암울하다. 젊은 남녀가 서로 적대적인 사회가 정상적인가. 인생의 가장 별처럼 빛나는, 그러나 짧기만 한 젊음의 시기를 성 대결로 보낸다는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 비극적이다. 게다가 성별갈등은 필연적으로 세대갈등으로 이어진다. 

남녀는 서로 상호보완적인 파트너이자 동반자이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 인정하고 서로의 이익을 위해 함께 일하는 파트너십으로 발전해 왔다. 서로 경멸하고 억압과 차별을 받았고 희생자라 주장하는 것은 결실 없는 논쟁이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성 갈등’을 넘어서야 한다. 성 갈등 해소는 윤석열 정부가 풀어야 할 주요 과제다. 남녀 모두에게 공정해지자.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