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정서인식’ 도입 추진…“감정·사상까지 통제하겠다는 의도”

차이나뉴스팀
2019년 11월 18일 오후 1:52 업데이트: 2019년 11월 19일 오전 10:46

중국 공산당이 정서인식 기술 도입으로 또 다른 차원의 인권침해 우려를 낳고 있다. 고압적 통치를 정당화하던 경제성장이 주춤하면서 더욱 노골적인 수단으로 주민 통제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중국 공산당이 안면인식 기술에 이어 정서인식 기술도 선보였다”며 “신장(新疆)에서 이미 정서인식 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테스트를 마쳤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 기자가 저장성 진화(金華)시 샤오순(孝順)진의 한 초등학교에 촬영하러 갔다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모니터링 헤어밴드’를 착용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헤어밴드에는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 뇌파상태를 감지한다. 해당 지방 교육당국은 학생들의 수업 집중력을 모니터링해 학부모에게 알려주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소개했다.

이 일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다. 또한 ‘모니터링 헤어밴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등이 인체에 해로운지 여부에 대해서도 전혀 확인되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됐다. 이에 해당 교육당국은 헤어밴드 착용을 중단했다.

정서인식 기술은 사람의 음성, 표정, 생체신호, 뇌파 등을 통해 정서를 읽어내는 기술이다.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당국의 정책은 중국 공산당의 사전 검토와 승인을 통해 이뤄진다. 중국 공산당이 학생들의 집중력을 모니터링한다는 구실로 또다른 형태의 주민감시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버지니아주 조지메이슨대 네트워크 엔지니어 수지아 공 부교수는 자유아시아라디오(RFA)와 인터뷰에서  “정서인식이 신기술은 아니지만, 사회에서 널리 쓰이는 것은 중국이 처음”이라며 “이 시스템은 기쁨이나 불안, 분노 같은 사람들의 정서를 판단할 수 있다. 만약 이 시스템이 일반화되면 중국 사회는 상상할 수 없는 두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 부교수는 “사상이나 정서, 심지어 마음속 생각까지 모두 유사한 기술을 통해 측정해낼 수 있는 것이다. 사회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이러한 감시는 세세한 부분까지 깊숙하게 파고들고 있다. 과거에는 겉으로 드러내진 못해도 마음속으로는 불만을 가질 수 있었고, 정권이 마음에 안 들면 눈빛으로나마 표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그런 눈빛까지도 중국 공산당이 알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현재 공산당은 특히 경제 방면에서 추락하고 있다. 과거에는 경제적 수단으로 국민들을 달랬지만 더는 그렇게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런 노골적인 폭력 수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지하철서 안면인식 이용한 안전검사 실시 예정

하루 평균 1천만 명이 넘는 승객이 이용하는 베이징 지하철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해 안전검사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지하철 탑승 시 개찰구에 들어갈 때 안전검사를 받아야 한다.

베이징시 철도교통정리 책임자는 최근 한 칼럼을 통해 “앞으로는 시내 지하철에서 승객들이 얼굴만 갖다 대면 안전검사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해 ‘화이트리스트’ 제도를 구축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안전검사를 통해 승객  분류기준을 만들어 그에 대응하는 얼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광저우(廣州) 지하철 일부 역에서 ‘안면인식 안전검사장비’를 이미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안전검사 통과대와 안면인식 측정 기계로 구성돼 있다. 승객들은 광저우 지하철 공식 앱을 미리 다운받아 ‘스마트 안전검사’ 섹션에서 실명인증과 얼굴 정보 수집에 응해야 하며, 승인 후 안면인식으로 안전검사를 통과할 수 있다. 이를 원치 않으면 기존 안전검사방식을 이용하면 된다.

베이징의 반체제인사 리웨이(李蔚)는 광저우의 안면인식 시스템을 언급했다. 그는 RFA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베이징 지하철에 ‘화이트리스트’ 승객이 생긴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블랙리스트’ 승객도 생긴다는 것”이라며, “나는 정부가 앞으로 승객 분류 기준을 정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주요 관리대상인 만기 출소자, 반체제인사, 탄원제출자들은 블랙리스트에 오를까? 이는 안전검사 요원, 특히 안전검사대의 공안 요원들이 분류처리를 하는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인권운동가 예징환(野靖環)도 RFA에 “불쾌한 경험을 피하기 위해 앞으로 가급적 지하철 이용을 삼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는 온 국민을 적으로 삼는 것이다. 즉, 모든 사람이 용의자가 돼 버렸다. 그러나 이는 사실 중국 정부의 불안감을 나타내는 것이다. 현재 베이징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평상시 마시는 물조차도 안전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대체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그들은 다양한 조치를 통해 국민들을 압박하고 국민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려 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 “개인정보는 개인의 권리”

칭화(清華)대 법학원 교수이자 박사과정 지도교수인 라오둥옌(勞東燕)은 위챗에 장문의 글을 올려 안면인식 기술 운용에서의 법적 문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는 명문대 법학 교수인 그녀 자신도 당국의 경계 대상이 됐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난 몇 년 동안 베이징 지하철 요금 인상은 여러 차례 공청회를 거쳤다. 요금보다 훨씬 중요한 개인정보 문제는 더욱더 토론을 통해 대중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나는 특히 이러한 경계 조치에 대해 ‘선의의 목적으로 하는 보호’라는 정부의 설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데이터를 통제하는 사람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개인 안전 문제를 다른 사람의 관리에 맡기는 것은 사실상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재미 중국 법률학자인 텅뱌오(滕彪)도 RFA와 인터뷰에서 “개인정보와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개인 권리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자 개인 자유의 일부분”이라며 이는 오래전부터 국제인권기준에 규정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법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이런 생체 인식 시스템이 일반화되는 것은 매우 무서운 일”이라고 했다.

텅뱌오는 “개인의 권리 보호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첨단 기술을 이용한 전면 감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중국의 인권 침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며, 그로 인한 여러 문제들도 앞으로도 계속 터져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