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변이’정치 드러난 시진핑-리커창 ‘갈등설'(하)

샤샤오창(夏小強)
2017년 04월 14일 오후 12:09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26

중국에서 총리의 권한은 어느 정도일까? 역대 총리 7명을 살펴보면,

이 중 저우언라이를 뺀 6명 모두 3대 권력(군대, 선전 계통, 정법 계통)을 손에 넣지 못했다. 그나마 저우언라이는 군과 정부기관의 부분적 지배권을 확보했지만 늘 마오쩌둥의 눈치를 봐야 했다.

장쩌민이 국가주석을 하던 1998~2013년에 총리의 입지는 더욱 좁았다. 당시 중공 최고 권력을 장악한 장쩌민은 파룬궁 탄압을 확산하려 많은 당원과 공무원에게 탄압 가담의 대가로 부패와 비리를 묵인했다. 사실 장쩌민 자신부터 부패에 앞장서서 친족 중심으로 세력을 넓혀 ‘장쩌민파’를 형성했다.

이미 강대한 세력이 된, 부패한 공무원·당원 집단(장쩌민파)은 당시 주룽지 전 총리가 경제개혁과 반부패 정책을 추진하는 데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했다. 장쩌민이 내려간 후 후진타오 전 주석과 원자바오 전 총리 역시 여전히 강한 장쩌민파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후진타오 재임 시기에 3대 권력을 가진 사람은 쉬차이허우와 궈보슝(군대), 저우융캉(정법 계통), 리창춘(선전 계통) 등 모두 장쩌민의 심복들이었다. 당시 후진타오가 어떤 정책을 결정했어도 중난하이(중공 권력 중심지)를 넘어 지방 정부까지 정책을 집행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원자바오 전 총리는 그보다 더했다.

3대 권력이 없거나 3대 권력을 장악한 지지세력이 없다면 설령 총리일지라도 어떤 영향력도 행사 할 수 없는, 단지 중공의 집사에 불과한 것이다.

시진핑과 리커창의 관계

리커창은 시진핑과 달리 ‘태자당’이나 ‘관얼다이(官二代)’ 출신도 아니고 화려한 집안 배경도 없으며 친족 중심으로 정치적 이익을 나눠 갖는 파벌이 있지도 않다.

두 사람 사이에 근본적인 이익 충돌이 없으므로 리커창이 시진핑의 정치적 위협이 될 가능성은 적다. 두 사람의 불화설 주장은 중공 정치체제의 기본적 상식에 어긋날뿐더러 오히려 두 사람이 갈등을 겪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도마저 엿보인다.

장쩌민파가 통제하는 중공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해 5월, 리커창이 “상반기 경제는 양호하며 앞날도 (그럴 것이라) 낙관한다”고 말했지만 시진핑의 한 측근인사는 그와 다르게 “현 중국 경제는 L자형(장기 저성장형)”이라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친시진핑 홍콩언론 ‘명보’지는 “중국 경제에 대한 시진핑과 리커창의 다른 견해가 두 사람의 불화설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곧 시진핑이 리커창의 국무 권한을 빼앗았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두 사람의 갈등설을 연달아 보도하자 신경이 곤두선 중공 최고지도부가 최근 리커창 총리에 대한 보도를 늘렸다. 목적은 명백하다”면서 “국무원은 정부의 각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으로, 누구든 마음대로 국무원 총리의 권한을 빼앗을 수 없다. 그러지 않으면 여러 정부 기관·부서와 협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언론 ‘경제일보’도 “시진핑과 리커창은 당에서 각자 맡은 역할이 있다. 시진핑은 회장 위치에서 회사의 발전 방향과 전략을 정하면서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일상적 업무 집행도 총괄한다. 위치가 다르면 사안에 대한 인식도 다르다는 건 이상할 게 없다”고 지적했다.

왕치산이 장쩌민파를 겨냥한 시진핑의 ‘호랑이 사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면 리커창은 경제 분야에서 호랑이 사냥을 지원하고 있다. 두 사람은 시진핑 진영의 핵심 주력이다.

장쩌민파의 목적

장쩌민은 국가주석 당시 해외 언론사를 인수하거나 만들었다. 이런 언론들은 중공 내 장쩌민파 고위층의 제보를 바탕으로 여러 번 특종을 터뜨려 독자의 신뢰를 얻었다.

그리고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장쩌민과 장쩌민파에 유리한 ‘가짜뉴스’를 퍼뜨려 왔다. 이를테면 한 언론이 지난 2015년에 “장쩌민에 대한 경호등급이 1급에서 2급으로 내려갔지만, 생활면에서 예우는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2년간 장쩌민의 건강이 악화하자, 중국 정부는 해외에서 전문의를 초빙하도록 허용했다”고 보도한 것이 그렇다.

해당 기사는 겉보기에 장쩌민의 경호등급이 내려갔고 대우도 전만 못하단 내용이었지만, 사실 그 속에는 장쩌민이 여전히 건재하고 시진핑 진영에 의해 연금된 게 아니란 숨은 뜻이 있었다.

장쩌민파 언론이 시진핑과 리커창의 ‘불화설’을 보도한 것도 문제를 만들어 시진핑 진영의 힘을 약화시킴으로써 더는 장쩌민파를 건드리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현재 중공 최고 지도부 정황을 보면, 리커창과 왕치산, 위정성을 위시한 시진핑 진영과 장더장, 류윈산, 장가오리를 위시한 장쩌민파의 대결이 날로 거세지고 있지만, 갈수록 시진핑 진영이 힘을 얻는 추세다. 최근 시진핑은 군권 장악에 성공했고 장쩌민파를 겨냥한 <당내 정치활동에 관한 규칙>을 제정해 호랑이사냥을 강화함과 동시에 ‘장쩌민 체포’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패색이 짙은 장쩌민파는 끊임없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것은 장쩌민파가 이미 파룬궁 탄압에서 자주 보인 수법으로 놀라울 게 없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