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가 불과 한 달여 만에 중국 공산당 대리인 5명을 기소한 가운데, 이들의 배후가 중국 본토의 공안 조직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4월 17일(현지시간), 뉴욕 동부 연방검찰과 법무부, 연방수사국(FBI)은 중국계 미국인 루젠왕(盧建旺·61)과 천진핑(陳金平·59)을 미국 내에서 중국 비밀경찰서를 운영한 혐의로 기소했다.
또 5월 11일, 중국계 미국 시민권자인 량리탕(梁利堂·63)을 보스턴에서 기소했다.
이어 5월 26일, 중국 공안부 소속 천쥔(陳軍)과 린펑(林峰)을 로스앤젤레스에서 체포했다. 이들은 비영리 파룬궁 단체의 면세 자격을 없앨 목적으로 미 국세청(IRS) 직원을 매수하려다 덜미를 잡혔다. 이 두 사람은 톈진(天津) ‘610 사무실’로부터 지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중국 공산당이 미국 화인 커뮤니티 내에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하고 중국 공산당의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을 갖고 있음이 입증됐다.
이 조직 중 국가안전부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610 사무실’을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조직을 파악함으로써 중국 공산당의 해외 스파이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610 사무실은 전 공산당 총서기 장쩌민이 파룬궁을 탄압하기 위해 설치한 파룬궁 탄압 전담 기구로, 나치 독일의 게슈타포와 유사한 조직이다.
해외 파룬궁 박해 지휘본부는 톈진 610 사무실
공소장에는 “610 사무실의 주요 거점은 수년간 중국 톈진시에 있었다”, “파룬궁 박해를 담당하는 중국 정부 관리들은 톈진에 집중돼 있다”, “로스앤젤레스(LA) 중국계 미국인 천쥔은 특별히 중국으로 돌아가 경비를 받고 지시를 들었다”, “천진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파룬궁을 무너뜨리는 계획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지난 5월 16일, 천쥔은 자신과 접선한 중국 공산당 관리가 ‘줄곧 이 일(파룬궁 박해 공작)에 관여한 사람’이라고 했다” “천쥔은 FBI 비밀요원에게 ‘그(린펑)와 중국공산당 관리는 친형제(blood brother)와 같다. 우리는 20~30년 전부터 (파룬궁 창시자와의) 투쟁을 시작했다. 우리는 한편이다’라고 했다”는 진술도 있었다.
이 사건에서 드러난 중국 공산당의 해외 침투 수법은 2005년 하오펑쥔(郝鳳軍) 망명 사건 당시 언론에 보도된 수법과 일치하는데, 두 사건은 마치 한 퍼즐의 다른 조각처럼 맞아떨어진다.
하오펑쥔은 전 톈진시 610사무실 관리로 1급 경사(警司)이다. 그는 2005년 2월 톈진 610사무실에서 대량의 내부 문서를 가지고 호주로 망명했다. 그는 호주 언론과 정부 청문회에서 610 사무실의 운영 방식을 폭로했다. 여기에는 중국 공산당이 해외 스파이 네트워크를 통해 파룬궁 정보를 탐지하고, 각종 종교 단체나 교회에 침투하고, 해외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하는 수법 등이 포함됐다.
하오펑쥔의 폭로에 따르면 중국 공안부는 2001년 6월 26일 중국 공산당은 톈진에서 610 시스템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전국 610 시스템 고위 관원들이 모두 톈진 탕이다(泰達)호텔에 모여 당시 공안부 부부장 류징(劉京)의 최신 지시를 들었다.
하오펑쥔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 공산당은 스파이 역량을 갖춰 3년 안에 중국 및 해외의 파룬궁 내부와 파룬궁 수련자들 사이에 배치하기로 계획했다. 주요 목표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홍콩 및 마카오의 파룬궁이다. 각 성·시는 위의 국가 및 지역에서 현지 파룬궁과 그들의 집합 장소, 뉴스 미디어, 커뮤니티를 겨냥한 태스크포스(TF)를 적어도 1개는 갖춰야 한다.”
이 계획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스파이 활동은 하오펑쥔이 속한 톈진 610 사무실에서 관리한다.
이 회의에서는 또 전국 각 성·시의 모든 해외 네트워크와 정보망을 파룬궁을 감시하는 데로 전환하고, 스파이 역량은 해외에 파견한 스파이 요원 또는 해외에서 포섭한 사람들을 이용해서 구축할 것을 요구했다.
해외에 파견된 스파이들은 기업인이나 다른 신분으로 위장해 활동한다. 중국 공산당은 현지 기업인·중국인, 심지어 중국과 무역을 하는 외국인까지 포섭해 스파이 활동에 이용하기도 한다. 포섭된 외국인들은 중공 당국으로부터 임무를 받아 자국의 안보와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하거나 각종 정보를 수집한다.
스파이들이 이런 정보를 중국 내 직속 상급 610 사무실에 보고하면 610 사무실이 베이징 공안부 26국(공안부 610판공실)에, 26국이 외교부에 보고한다. 그러면 외교부가 다시 각 대사관에 피드백을 준다. 따라서 중국의 재외 공관은 모두 블랙리스트를 갖고 있다.
공안부 26국은 이 블랙리스트에 따라 국경을 통제한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이 입국하면 즉시 체포해 현지 공안국에 인계한다.
공안부는 해외 스파이와 단선적인 연락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보고를 받는다. 스파이가 제공하는 정보는 공안부가 정보 등급에 따라 후한 대가를 지불한다. 하오펑쥔은 ‘180’이라는 코드명을 가진 스파이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180은 톈진 출신으로 뉴질랜드에 파견돼 오클랜드에 있는 A교회에 잠입했다. A교회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지부와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그는 A교회의 활동 정보를 수집해 톈진 공안국으로 보고했다. 그가 제공한 정보는 등급이 높아 공안부로부터 인정을 받았고 후한 보상을 받았다.
해외정보가 비싼 정보…후한 보상으로 장려
당시 하오펑쥔의 변호인 버나드 콜레어리(Bernard Collaery)는 하오펑쥔이 가지고 나온 대량의 기밀 문서에서 “610 사무실 관련 충격적인 증거를 발견했다”며 “이 증거들은 (파룬궁) 박해가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베이징과 직접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호주인들이 감시당하고 있는 내막도 드러났다”고 했다.
610 사무실은 중국 공산당의 파룬궁 탄압 전담 기구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첫째, 국제사회에 드러나지 않는 ‘은밀한’ 기구다. 그래서 내부 지시를 매우 조심스럽게 전달한다. 공안부 26국이 전국의 관련 회의를 열어 중앙의 정신을 전달하고, 중앙의 지시는 암호화해 전달하고 공식 문서를 사용하지 않는다.
둘째, 파룬궁 박해로 먹고사는 거대한 시스템이다. 610 조직은 매년 국가 재정부로부터 1억 위안(약 185억원) 이상을 받아 첨단 사무기기와 자동차 등을 구입하고 각종 특별 임무를 수행한다.
610 시스템의 인건비 및 운영비 또한 만만치 않다. 톈진시 공안국 610 시스템을 예로 들면, 시 공안국 610사무실 직원만 50명이 넘고, 시 전체 610 시스템의 상근 인원은 200명이 넘는다. 이들의 급여, 상여금 등은 지방 재정으로 충당하고, 또 공안부 26국으로부터도 활동비와 포상금을 받는다. 이들은 포상금으로 정보 하나에 적게는 3000위안, 많게는 수십만 위안을 받는다.
따라서 610 직원들은 경쟁적으로 자신의 해외 정보라인을 적극 양성해 1대1 단선으로 연결하고 코드명으로 관리한다. 당시 1년 동안 톈진에서 공안부 26국에 보고한 해외 정보만 해도 1000건이 넘었다. 당시 하오펑쥔은 미국·캐나다·호주 등에서 들어온 정보를 관리했다.
그는 호주 파룬궁 수강생 이(李)모씨에 대한 정보를 접수했고 공안부가 이를 받아들여 시 공안국에 1만 위안을 지급했다. 시 공안국은 이 돈을 해당 지국에, 지국은 다시 해외 정보원에게 연말 상여금으로 지급했다.
셋째, 초법적 기구다. 동급 또는 상급인 호적처, 치안처 등의 부처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힘이 막강하고, 610 조직의 관리는 다른 조직의 관리보다 더 높은 대우를 받는다.
하오펑쥔은 호주에만 1000여 명의 스파이가 파견됐다고 했다. 그는 중공 스파이가 정보를 수집하고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 “호주 주재 중국 공관 외에도 수시로 보충되고 끊임없이 구축되는 방대한 첩보 네트워크가 있다”며 “이들은 중국 국가안전 당국에 직접 보고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기존의 운영 시스템보다 훨씬 더 은밀하고, 고차원적이고, 효과적이다. 스파이들이 각자 단독으로 국가안전부의 통제를 받으며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자신을 이끄는 사람에게만 보고한다.
넷째, 610 조직의 목표는 파룬궁을 없애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모든 스파이 역량을 파룬궁 감시로 돌리는 한편, 중국 내에서는 매일 정치 수업을 통해 경찰을 세뇌한다.
하오펑쥔에 따르면 중공 당국은 당시 모든 해외의 스파이 역량을 파룬궁 감시로 돌릴 것을 요구했다. 즉 그들의 본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파룬궁 상황도 감시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