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강 외교부장 실종 이면엔 군사기밀 거래” 中 공산당 내부자

숀 린
2023년 07월 31일 오후 10:43 업데이트: 2023년 08월 7일 오후 5:47

한 달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친강이 유명 TV 앵커와 불륜관계를 맺고 혼외 자식을 낳은 것이 몰락의 주요 원인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에 대해 중국공산당 내부 고위 관계자와 가까운 소식통은 에포크타임스에 친강의 해임은 혼외정사 때문이 아니라 중국공산당의 주요 금기를 위반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폭로했다.

익명의 이 소식통은 친강이 숙청당한 데에는 중국 전략미사일부대인 로켓군 수뇌부 숙청설과 관련이 있다고 증언했다.

미스터리한 실종

친강이 공식석상에서 사라진 건 지난 6월 25일(이하 현지 시간)이다. 친강은 이날 베이징에서 스리랑카·베트남 외교장관, 러시아 외교차관과 잇달아 회담을 마친 뒤 돌연 자취를 감췄다. 보이지 않는 친강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건강 문제”라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정확히 한 달 뒤인 이달 25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는 한 달 넘게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 친강을 전격 해임하고 전임자인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임명했다.

이에 해외 소셜 미디어에서는 친강이 홍콩 봉화위성TV 소속 유명 앵커 푸샤오텐(傅曉田)과 불륜관계를 맺고 있으며 혼외정사를 통해 미국 국적의 아이를 두고 있다는 설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이상한 점은 평소 인터넷 검열을 엄격히 하는 중국 당국이 이번 친강 관련 게시글들에 대해 검열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군 기밀 유출?

중국 인민해방군(PLA)에서도 가장 폐쇄적인 조직으로 알려진 로켓군은 핵미사일을 포함한 전략 미사일을 운용하는 부대다.

지난해 10월 미국 공군대학 산하 중국우주항공연구소(CASI)는 242쪽 분량의 중국 로켓군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로켓군 조직 구성, 각급 부대 지휘관 및 주요 간부의 신상, 로켓군 기지 위치, 배치된 미사일 종류와 전력 평가 등 구체적이고도 광범위한 정보가 망라됐다.

현재 미국에 망명해 거주 중인 야오청(姚誠) 전 중국 해군 중령은 에포크타임스 자매매체 NTD와의 인터뷰에서 보고서의 수준이 가히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야오청에 따르면, 로켓군은 중국군에서 가장 알려지지 않은 부대로 꼽힌다. 야오청은 미 공군 보고서에 언급된 정보들이 위성사진만으로는 쉽게 파악할 수 없는 고급 정보라고 보고 “이런 수준의 전면적인 정보는 내부 기밀 규정 때문에 하급 간부로부터 나올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로켓군 숙청설

중국의 핵무기를 담당, 관리하는 핵심 조직인 로켓군은 시진핑 주석이 특히 힘을 실어 온 부대다.

그런 로켓군 숙청설이 처음 불거진 건 지난 5월이다. 홍콩과 대만 등 중국 안팎의 언론들은 로켓군 장성 여러 명이 줄줄이 축출됐다고 보도했다. 로켓군 내부 정보가 미국에 새나간 과정을 밝히는 게 주 목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들어서는 중국 로켓군 부사령관 우궈화 중장이 자택에서 자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10일 대만 뉴톡신문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 “중국군은 우궈화 중장이 병환(뇌일혈)으로 사망했다고 통보했지만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야오청은 로켓군 수뇌부라면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을 테고, 뇌일혈 같은 문제를 사망에 이를 때까지 방치했을 가능성은 낮다며 우궈화 중장의 사인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중국공산당이 우궈화 중장의 진짜 사인을 숨겼을 확률이 높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8월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 인근 해역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Eastern Theatre Command/Handout via Reuters/연합뉴스

내부자 “로켓군 숙청과 연관된 친강의 몰락”

친강 해임과 로켓군 숙청은 거의 동시에 진행됐다.

지난 26일 중국공산당 고위층과 가까운 내부 소식통은 에포크타임스에 친강 해임은 로켓군 관련 사건으로 인해 촉발됐다고 언급했다.

내부자에 따르면, 미국에서 유학 중인 로켓군 지도부의 아들이 돈을 받고 미국 정부에 로켓군 내부 기밀을 넘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에 있는 중국공산당 요원이 해당 사실을 파악하고 친강에게 보고했으나, 친강은 시진핑에게 사건을 즉시 보고하지 않았고 바로 이 지점이 문제가 됐다.

기밀을 유출한 사령관 아들 가족이 친강과 불륜 관계인 푸샤오텐과 평소 가까운 사이였고, 푸샤오텐을 통해 친강에게 기밀 유출 사실을 덮어달라고 부탁한 것. 소식통은 이 과정에서 사건 보고가 늦어졌다고 전했다.

호주로 망명한 전 북경대 법학과 교수 위안훙빙(袁紅冰)은 지난 17일 에포크타임스의 인터뷰에 응해 중국 당국은 군부와 정계 간 교류를 허용하지 않으며 이는 중국공산당의 주요 금기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친강은 로켓군 사령관 아들의 일에 개입하면서 해당 금기를 위반했다.

뒤늦게 전말을 안 시진핑은 기밀 유출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친강에게 크게 놀랐으며 의심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간첩에 관한 소문

내부자는 또 친강의 내연녀 푸샤오텐이 이중간첩이라는 추측을 전했다.

영국 특파원, 중동 종군기자 등을 두루 거친 푸샤오텐은 헨리 키신저 같은 유력 인사들과 대담 프로그램을 진행한 유명 앵커다. 개인 SNS 계정에 아들 사진을 올린 바 있으나 아이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함구해 왔다.

푸샤오텐은 지난 4월 방송 활동을 갑자기 중단하고 친강보다 먼저 종적을 감췄다.

내부자는 “푸샤오텐은 표면적으로는 TV 앵커지만 실제로는 중국 총참모부 제2부 소속으로, 미국과 내통해 이중간첩이 됐다”면서 “목적을 가지고 친강에게 접근한 것”이라고 했다.

총참모부 제2부는 세계 각국에서 첩보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정보기관이다.

소식통은 푸샤오텐이 아이의 아버지인 친강을 해칠 의도까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친강에게 기밀 유출 사건을 은폐해 달라고 요구함으로써 친강을 연루시켰다고 설명했다.

친강이 실종된 뒤 몇 주 동안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에서는 친강 실각 관련 정보를 공유, 친강과 푸샤오텐의 내연 관계에 관한 소문이 급속도로 퍼졌다. 이에 중국 당국이 의도적으로 친강에 대한 온라인 검열을 느슨히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내부 소식통은 “이런 스캔들이 위챗에서 검열 없이 자유롭게 퍼지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 중국공산당이 친강에 대한 소문이 퍼지도록 방치해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태자당’의 중상모략도

내부자는 시진핑의 전폭적인 신임 아래 발탁된 친강이 ‘태자당’의 시기를 받아 제거됐다고 봤다. 그간 친강을 눈엣가시로 여기던 태자당이 이번 사건을 기회로 친강을 축출했다는 의견이다. 중국공산당 혁명 원로의 자제와 친인척들로 구성된 정치 계파인 태자당은 중국 성골 중의 성골이다. 시진핑 역시 태자당의 일원이다.

내부자는 또 “시진핑은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이 있을까 봐 두려워하는 편집증 환자이다. 조금이라도 위협이 되는 사람은 누구든 제거한다”며 “시진핑은 친강이 범죄를 은폐하려고 시도했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친강이 왕좌를 차지하려 한다고 의심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친강의 앞날은 그리 밝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소식통은 “중국공산당은 반체제 인사 제거에 있어 매우 잔혹하다”고 덧붙였다.

혜성처럼 나타났던 친강, 운석처럼 추락하다

친강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반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초고속으로 승진한 인물이다.

작년 말 외교부 장관급인 외교부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올해 3월 부총리급 국무위원에 선출되면서 국가 지도자급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혜성은 떠오를 때만큼이나 극적으로 추락했다. 친강은 7개월 만에 면직된 역대 최단명 외교부장이 됐다.

*이 기사는 번역 및 정리에 황효정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