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스키 타고 밀입국한 중국인 망명…“참 중국인은 받아줘야” 여론

전경웅 객원기자
2023년 08월 25일 오전 10:14 업데이트: 2023년 08월 25일 오전 10:14

지난 16일 밤 인천대교 아래 갯벌에서 붙잡힌 중국인 밀입국자가 실은 시진핑 독재에 반대하는 인권운동가라는 사실과 그가 망명을 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바뀌고 있다. 지난 6월과 7월에 있었던 동남아 출신 불법체류자의 체류 연장 사례까지 거론하며 망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트스키 밀입국 중국인, 시진핑 풍자했던 인권운동가”

자신을 인권운동가라고 밝힌 이대선 씨는 지난 22일 SNS에 “제트스키를 타고 밀입국했다는 중국인은 인권운동가 권평”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권평은 2016년 9월 자신의 SNS에 시진핑을 풍자하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 티셔츠에는 시진핑과 히틀러를 합쳐 ‘XITLER’라고 비꼬는 글귀 등이 적혀 있었다. 권평은 이 티셔츠를 입고 연길 시내를 돌아다니다 공안에 검거됐다. 그는 같은 해 10월 ‘국가권력전복선동’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1년 6개월을 살고 풀려났다.

1988년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출생한 권평은 미국으로 유학 가 2012년 아이오와주립대를 졸업했으며 그 후 연변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정치적 검열에 불만을 갖고 지내다 2016년부터 반독재 활동을 했다는 것이 이대선 씨의 설명이다.

그와 면회를 했다는 이 씨는 “권평이 (중국) 법을 위반한 것은 잘못됐지만, 중국의 정치적 탄압과 불공정한 재판, 그에 대한 중국 당국의 감시로 목숨을 걸고 밀입국이라는 절박한 선택을 했다”며 “조사를 성실히 받고 난민 신청 절차까지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권 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해양경찰은 그가 23일 현재까지 난민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양경찰은 일단 그를 밀입국 혐의로 지난 20일 그를 검찰에 송치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여론 “밀입국자 추방하라”에서 “참 중국인 받아주자”로

한편 권평이 중국 공산당 독재에 반대하는 인권운동가이며 한국 망명을 희망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더쿠, 에펨코리아, 인벤 등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그는 참 중국인”이라며 “망명을 받아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티셔츠 하나 입었다고 사람을 잡아넣는 게 중국”이라며 “짱X가 아닌 진짜 중국인, 진짜 재중동포인 권평의 망명을 받아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일부 네티즌은 “신변이 위험하지는 않겠느냐”며 그를 걱정하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이 “비행기나 배를 타고 오면 안전할 텐데 굳이 300km가 넘는 거리를 위험하게 제트스키를 타고 오느냐”며 의구심을 나타내자 “중국은 공산당이 매기는 신용점수가 낮으면 비행기나 배는 물론 기차도 탈 수 없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목숨을 걸고 제트스키를 타고 온 것으로 보인다”고 친절히 설명을 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실제 중국 공산당은 2018년 6월부터 모든 중국인에게 공산당 체제에 대한 충성도와 금융거래, 납세 충실도, 정부 순응도 등을 종합해 ‘사회신용점수’를 매기고 있다. 이를 위해 모든 중국인에게 18자리 코드를 부여한 뒤 인공지능(AI) 기반 감시체계로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이 ‘사회신용점수’가 낮아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은 열차나 버스, 비행기, 배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게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취업도 안 된다. 중국에서 영업하는 외국 기업 또한 이 체제에 따라 영업을 해야 한다.

지난 6월 IS 테러 막는 것 도운 불체자 사례 언급하며 “권평 망명 받아주자”

이런 중국 현실을 아는 네티즌들은 지난 6월 법무부가 테러조직 정보를 국가정보원에 제공한 불법체류자에게 체류를 허가한 사례를 언급하며 권평 같은 사람도 우리 정부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6월 16일 법무부는 국정원에 테러조직 IS 조직원 정보를 제공한 동남아 출신 불법체류자 A씨의 체류 연장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A씨는 위험한 상황임에도 2018년부터 국정원을 도와 국내에 있던 IS 추종자의 테러 모의 관련 중요 정보를 제공했다. 국정원은 A씨의 도움으로 그 조직원을 추방할 수 있었다. A씨는 법무부로부터 2021년까지 체류 허가를 받았다.

문제는 IS 조직원이 귀국한 뒤였다. 이 조직원은 현지에서 A씨의 가족에 대해 수소문하고 다니며 보복할 것을 암시했다고 한다. 결국 A씨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우리나라에 망명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6월 광주출입국사무소가 A씨의 체류 연장 신청을 거절하면서 위기에 빠졌던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A씨의 체류 연장 가능성을 내비쳤고, 우리나라에 더 머물 수 있게 조치했다. 한 장관은 A씨 체류 연장 조치 이후 “앞으로 공공의 안전 등 국익에 대한 기여를 외국인의 체류 자격 결정에 충분히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A씨의 사례를 말하며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며 망명을 신청하면 받아주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몇몇 네티즌은 ‘미국의소리(VOA)’ 방송 등에서 권평에 관심을 갖는 사실을 알리며 그의 망명을 받아주는 것이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