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주의 국가 중국에 협력하지 말 것” 폼페이오, 실리콘벨리에 당부

캐시 허
2020년 01월 15일 오후 2:03 업데이트: 2020년 01월 15일 오후 2:03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 리더들에게 중국 공산당 정권과 협력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하면서, 미국의 기술이 ‘전체주의 감시국’에 힘을 실어주지 않도록 해달라고 간청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샌프란시스코의 커먼웰스 클럽 행사에서 열린 실리콘밸리 리더십그룹 회의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국의 군대를 강화하거나 그들의 탄압을 돕는 거래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미국의 기술이 국가의 존립을 위해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전체주의 국가에 희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 리더십그룹은 캘리포니아 기술 허브에 있는 350개 이상의 회사 리더들이 결성한 모임이다.

진보된 감시 기술

폼페이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 정권이 국내 감시와 통제를 위해 첨단 기술 사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중국 정부는 CCTV 카메라 네트워크를 4명당 1대꼴로 확대했으며 카메라 대부분에 안면인식 기능이 탑재됐다.

미 의회 의원들과 전문가들 또한 최근 미국의 기술 회사들이 중국의 감시 능력을 구축하는 데 일조한 역할에 관심을 기울였다.

2019년 12월 하원이 통과시킨 ‘위구르 인권 법안’에는 신장 서북부 지역의 국가 지원 감시를 돕는 안면·음성 인식 기술을 포함, 개인에 대한 감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물품의 대(對)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신장 서북부에는 1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위구르인들과 다른 이슬람 소수민족들이 재교육 수용소에 구금돼 있다. 위구르 인권 법안은 지난해 9월 상원에서 통과됐으며 12월 하원에서도 가결돼 대통령에게 제출하기 위한 절충안을 마련 중이다.

지난해 2월 매사추세츠에 본사를 둔 실험실 장비 제조업체인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Thermo Fisher Scientific)은 신장에 DNA 염기서열 분석기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회사 제품이 중국 당국의 탄압 활동을 돕는 개인 식별 도구로 사용됐다고 의원들이 탄원한 후 내린 결정이다.

지난 2일 구글의 경영 간부였던 로스 라주네세(Ross LaJeunesse)는 구글이 중국 정권과 손잡고 인권보다 이익을 우선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중국 당국의 검열 기준을 수용한 검색 엔진 ‘드레곤플라이’ 프로젝트와 베이징에 있는 인공지능(AI) 센터 등을 예로 들었다.

드래곤플라이 프로젝트는 구글이 중국 시장 재진입을 위해 중국 정부의 검열 정책에 맞춘 검색 엔진을 개발한 계획이었다. 2010년 당시 구글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해킹 사건이 발생한 후 구글은 중국의 검열 정책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구글이 비밀리에 추진했던 드래곤플라이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며 안팎으로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중국 시장 공략의 최대 난관인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을 뚫지 못한 구글은 중국내에서 검색 엔진을 출시하기 위해 중국과 타협하는 방식을 택했다. 중국의 검열 정책을 통해 차단된 웹사이트를 자동식별하고 걸러내는 검색 엔진 드래곤플라이를 개발한 것이다. 이용자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웹사이트를 검색하면 ‘관련 법규에 따라 삭제됐을 수 있다’는 화면을 띄우는 방식이다.

라주네세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미디엄(Medium)에 “인간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더욱 헌신해야 할 때, 구글은 (물질적으로) 더 많은 이익과 더 높은 주가를 추구하기로 결정했다”고 게재했다.

폼페이오 장관 또한 이날 연설에서 조셉 던포드 전 합참의장의 “구글이 중국에서 하고 있는 일은 중국 군부에 간접적으로 이익을 주고 있다”는 2019년 상원 증언을 인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위성사진을 분석하는 AI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를 명령했다. 미국에 중요한 정보나 군사적 이점을 줄 수 있는 신흥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폼페이오 장관은 군사력 증강을 위해 민간 산업과 대학 연구를 활용하려는 중국 정권의 노력을 상기시키며 중국 정권은 ‘군·민융합’이라는 군사 개발 전략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 법에 따라 중국 기업과 연구자들은 반드시, (반복해 말하는데) 반드시, 중국 군대와 기술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여러분의 기술이 평화적인 용도로만 사용된다는 것을 중국 공산당이 보증한다 하더라도, 여러분은 엄청난 위험이 있다는 것을, 미국의 국가 안보도 마찬가지로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리더들에게 당부했다.

중국, 지적재산권(IP) 도용

폼페이오 장관은 또한 중국 정권의 ‘지적재산권 도용’이 널리 퍼져 있음을 강조하며 그로 인해 기업 자체에 피해를 볼 뿐만 아니라 미국의 혁신과 발전을 위태롭게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의 재계 지도자들이 중국 경제 스파이의 표적이 되는 것에 대한 근심과 우려를 사적으로 토로했다고 전했다. ‘해킹당할까’하는 염려, ‘중국 국영기업이 자사의 이윤을 빼앗을까’하는 염려, ‘중국 회사가 자사의 아이디어를 훔쳐 중국에서 제조한 다음 특허 침해를 이유로 자사를 사업에서 제외시키지 않을까’하는 염려를 사업가들은 하고 있다고 그는 전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현재 FBI는 1000여 건의 지적재산권 공개 사례를 확보하고 있다며 “거의 모든 건이 어떤 루트로든 중국과 연결돼 있다”고 덧붙였다.

연방 당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사이버 해킹, 미국 기업의 경제 스파이, 대학 및 연구소의 중국 연구원의 기술 이전 등 중국 국가가 지원하는 지적재산권 절도 사건을 단속해 왔다. 이와 함께 미국 행정부는 보안을 위협하는 중국 기업 규제를 강화했다.

국무부와 국토안보부, 미군은 사이버 보안을 위해 모든 직원에게 정부가 지급한 전화기에 중국 소셜 미디어 앱 ‘틱톡’ 다운로드를 금지했다.

한편 내무부는 1000대 가까운 중국제 드론을 영구히 정지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될지 모르는 위험 때문이다.

비슷한 보안 문제로 2019년 미국은 중국의 거대 기술기업 화웨이와 미국 기업의 거래를 금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