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사태, 야권 “尹정부 탓”…민노총은 文정부·민주당 비판

전경웅 객원기자
2023년 08월 4일 오후 8:03 업데이트: 2023년 08월 4일 오후 8:03

대통령실 “지금은 책임 따질 때 아냐…안전에 주력”

지난 1일부터 전북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2024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이하 새만금 잼버리)’가 세계적인 논란이 되고 있다.

열악한 환경 탓에 온열 환자 800명을 포함 180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고, 각국은 자국 청소년 안전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새만금 잼버리’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야권에서는 ‘윤석열 정부 책임론’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민노총은 ‘새만금 잼버리’ 파행의 근본적 책임이 대회를 유치하고 추진한 문재인 정부에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문 정부, 2018년 말 ‘새만금 잼버리 지원 특별법’ 제정

‘새만금 잼버리’는 전라북도가 유치를 추진했다. 일부 민주당 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전북의 잼버리 유치를 응원했다”며 현재 여당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새만금 잼버리’ 유치를 강력하게 추진한 건 전라북도와 문재인 정부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내 잼버리 유치 경쟁이 끝난 뒤인 2016년 3월 “정부 차원에서 잼버리 유치를 돕겠다”고 말한 게 전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새만금 잼버리 유치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한 뒤 전북도를 적극 지원했다.

같은 해 8월 새만금이 잼버리 유치 장소로 확정되자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새만금 지역 가운데 잼버리 개최 장소에 대한 매립 공사를 추진하고, 여기다 잼버리 지원 특별법까지 추진해 2018년 12월 통과시켰다.

주무부처는 청소년 업무를 담당하는 여성가족부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여가부와 전북도청이 함께 움직였다.

잼버리에 배정한 예산은 1082억 원이었다. 전북도와 새만금 개발청 등은 2017년 12월부터 잼버리 부지 매립 공사를 추진했다.

2022년 12월 공사를 끝낼 예정이었다. 공사가 끝나면 갯벌은 사라지고 관광레저단지용 부지가 생길 것이라고 전북도는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부지 매립에 2000억 원가량의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거액을 들여 6년 동안 준비한 ‘새만금 잼버리’는 8월 1일 개영(개막) 전부터 준비가 엉망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1인당 약 150만 원을 내고 온 잼버리 참가자들, 특히 국내 참가자와 지도요원들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대회 환경을 보고 분통을 터뜨렸다.

4일 전북 부안군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을 방문한 참가 대원들이 덩굴 쿨링 터널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3.8.4 | 연합

부지 매립 2천억 원, 대회 예산 1천억 원…어디 썼나?

지금까지 보도를 종합하면 예산을 어디에 썼는지 모를 정도로 대회 준비가 부실했다.

2020년 12월 1일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새만금 잼버리 예산으로 864억 원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부지 내 상·하수도 시설, 전기·통신 시설, 그늘 조성 등 기반 시설 조성에 쓸 예산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 ‘새만금 잼버리’ 현장은 전기·통신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건 물론 상·하수도 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화장실과 샤워 시설은 부족한 데다 불결하고, 식수 공급 등은 애로를 겪고 있다.

또한 냉방, 더위 대피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4만 3000여 명의 참가자가 텐트를 쳐야 하는 부지는 물웅덩이다. 게다가 이 물웅덩이에서 벌레가 들끓는 바람에 모든 참가자가 밤마다 고통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조직위원회는 “지난 7월 내린 집중호우 탓”이라고 했다. 보름 넘게 빗물이 빠지지 않았다는 말은 배수 공사를 하지 않았다고 자인한 셈이다.

이처럼 기본적인 준비는 엉망으로 해놓은 전북도가 정작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쓴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9월 전북도 의회는 도내 스카우트 대원에게는 총참가비 153만 원 가운데 103만 원을 지원해 주는 조례를 만들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새만금 잼버리 메타버스’라는 앱을 만드는 데 10억 원이나 쓴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이 앱은 사용자도 거의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오후 전북 부안군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을 찾아 폭염 대응 상황 및 편의시설 등을 점검하고 있다. 2023.8.4 | 연합

지난해 7월 ‘프레 잼버리’ 취소, “준비 부족 때문” 지적도

‘새만금 잼버리’ 부실 준비·운영 우려는 이미 지난해에 제기됐다.

지난해 7월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사전 점검 행사격인 ‘프레 잼버리’를 열지 않는다고 밝혔다. 개최 보름 전이었다. 내세운 명분은 코로나 유행이었지만 지역 언론은 “준비가 안 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같은 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현숙 여가부 장관에게 “제 지역구라서 저는 현장을 수시로 보고 있다. 코로나는 표면적인 이유고 (실상은) 지난 8월 잼버리 부지에 장마가 와서 배수가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본 행사에 대한 대책을 적극 강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원택 의원은 “잼버리는 세계적인 대회이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이 올 것이다. 폭염이나 폭우·해충 문제와 편의시설 대책을 점검하셔야 한다”며 “이런 것에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전 세계에서 다 바라보는 이 대회가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그가 밝힌 데 따르면 2022년 8월 기준 공정률은 37%에 불과했다. 잼버리 사태가 현실화한 최근, 온라인에서는 이원택 의원의 경고가 새삼 화제가 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3월에는 전주 MBC가 “새만금 잼버리 부지의 배수가 아직도 안 된다”고 보도했고, 5월에는 ‘새만금 잼버리’의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김윤덕 의원이 부지 배수 문제와 폭염 문제를 우려했다.

지난달에도 지역 언론 ‘전북의 소리’가 “지난해 7월 프레 잼버리를 취소한 실제 이유는 부지 배수 문제와 관련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많은 경고와 우려가 있었음에도 ‘새만금 잼버리’의 주축인 전북도와 여가부는 이를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약 5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짓는 ‘새만금 잼버리 메인 센터’는 잼버리가 끝난 내년에나 준공된다는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4일 전북 부안군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에서 참가 대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8.4 | 연합

민노총 “예견된 참사…문재인 정부, 민주당 내로남불”

폭염에 잼버리대회 준비 부실 논란 속에 민노총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민노총 전북본부는 3일 성명을 내고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며 참가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며 행사 중단을 요구했다.

성명은 “행사가 시작된 지 사흘도 지나지 않아 400명 이상의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예견된 참사다. 뙤약볕 아래에서 텐트만 치고 야영을 하는 것도 힘들 텐데, 바다를 메운 간척지로 그 어려움은 곱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무 한 그루, 그늘 한 점 없는 데다 바다를 급히 메운 땅이라 습도는 높고 모기와 날벌레가 극성인 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노총은 “새만금 잼버리는 준비 과정에서 정치적 잇속으로 논란이 많았다”며 “문재인 정부, 전라북도, 민주당 정치인들은 새만금 잼버리 행사를 빌미 삼아 새만금 신공항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저지른 짓에는 눈감고서 양평 고속도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종점이 변경된 것을 문제 삼는 민주당 정치인들의 내로남불에 기가 찰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부실 준비의 결과 잼버리 참가자들이 고스란히 뒤집어써

지난 7월 31일부터 4일까지 참가자 가운데 1750여 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1500여 명이 온열환자다.

열대야에서 치러진 2일 개영식 행사에서는 80명의 온열환자와 탈진환자가 발생했다. 이때 119 소방당국이 행사 중단을 요청했지만 조직위원회는 묵살했다.

행사 예산에 식사용 밀키트나 제공하는 식사 예산이 포함돼 있지만 국내외 참가자들이 SNS에 올린 사진을 보면 과자 한 봉지와 초코바, 젤리, 저가의 빵 1개만 제공되거나 곰팡이가 핀 삶은 달걀이 나오기도 했다.

조직위원회 측은 “곰팡이 달걀은 아무도 먹지 않았다”며 별문제 아니라는 듯이 대응했다. 대회 급식을 맡은 ‘아워홈’은 나중에 “지역 업체와 급식 공급 계약을 맺었는데 검수는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현장에 GS25 편의점이 있지만 상품을 부실하게 갖추고, 가격 또한 바가지를 씌운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오전에는 6000원이던 식용얼음이 오후가 되자 8000원으로 뛰기도 했다. 이런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GS25 측은 제품 가격을 시중가로 낮췄다고 밝혔다.

농업중앙회가 4일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증가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의 참가자들을 위해 위생과 안전에 필요한 5억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농협중앙회가 잼버리 야영장에 얼음물, 생수 등 지원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대기하는 모습. 2023.8.4 | 농협 제공/연합

새만금 잼버리 파행 알려지자 야권·뉴스댓글 “尹 정부 탓”

이처럼 ‘새만금 잼버리’가 세계 청소년들의 축제가 아니라 ‘생존게임’으로 변했다는 지적이 나옴에도 전북도와 조직위원회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놨다.

개영식 당시 온열환자 발생을 두고 최창행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음악이 나오자 에너지를 분출하다 보니 환자가 생긴 것”이라고 둘러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염영선 전북도 의원은 “요새 애들이 약해 빠졌다”느니 “정신력 문제”라는 요지의 글을 SNS에 올렸다 많은 질타를 받았다.

그사이 각국 정부는 자국 청소년의 안전에 대해 우리 정부에 문의하기 시작했다.

한 유럽 국가는 우리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항의문을 보냈고, 미국은 참가 청소년들을 평택 미군기지로 수송해 거처를 마련해줬다. 이번 대회에 단일 국가 가장 많은 4500여 명을 보낸 영국은 현장에 영사를 보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조직위원회 측은 지난 3일 오후 2시부터 언론 취재를 막았다. 동시에 민주당 의원들과 그 지지자들은 “새만금 잼버리 부실 운영 책임은 윤석열 정부에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포털 뉴스의 잼버리 관련 기사 댓글마다 “윤석열 잘못”이라는 글이 달렸다.

윤석열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4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준비 기간은 문재인 정부 때였다. 전 정부에서 5년 동안 준비한 것이고, 실무 준비는 전북도가 중심이 돼서 한 것으로 보고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신문은 이 관계자가 “지금 단계에서 누구한테 (잼버리 대회 운영 미숙) 책임을 묻기보다는 안전하게 행사를 잘 치르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나중에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이름을 걸고 하는 행사인 만큼 남은 기간 차질 없이 대회를 마무리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새만금 잼버리 현장에 냉방 시설을 갖춘 대형 버스와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참가자들에게 공급하는 식사의 질과 양을 점검하고, 정부 전 부처가 협력해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북도와 함께 이번 대회 부실 운영의 책임이 있는 여가부에 “장관은 대회가 끝날 때까지 현장에서 대기하며 문제가 없도록 살피라”고 지시했다.

다만,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새만금 잼버리’가 끝난 뒤 정부 차원에서 책임 소재를 따지는 조사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대강 재자연화 사업’처럼 감사원을 통한 감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