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중국 유명 과학자 ‘장서우청’ 행보와 의혹

니콜 하오
2018년 12월 17일 오후 4:26 업데이트: 2019년 10월 27일 오전 10:08
스탠포드 대학 캠퍼스 전경. 장서우청은 이 학교에서 인정받는 물리학자이자 교수였다. | Pere Joan/Wikimedia Commons

노벨상 수상자로 거론되던 스탠포드 대학교 물리학자이자 기업가인 장서우청 박사가 지난 12월 1일 자살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의 자살로 그간 중국 정권의 목표 달성에 이바지해온 장 박사의 다양한 업적과 작업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이 천재적인 과학자가 어째서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의혹도 불거졌다.

장 박사가 자살한 12월 1일, 같은 날 화웨이의 CFO 멍완저우 부회장이 체포됐다. 해외 중국어 매체들은 장 박사의 죽음과 멍 부회장의 체포, 혹은 장 박사의 죽음과 지적재산권 탈취에 대한 미 정부의 조사 간에 어떠한 연결고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놓았다.

유족은 온갖 추측성 보도를 내놓는 언론에 대해 “경찰 조사는 없으며, 장 박사의 죽음에 대해 당국도 어떠한 혐의도 제기하지 않았다. 장 박사가 자살한 것은 맞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일이다. 하지만 유가족 성명을 통해 장 박사가 주기적으로 우울증을 호소했음을 밝힌다”라고 대응했다.

또한 “일부에서 제기한 장 박사의 죽음과 미중 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건 사이의 관련 의혹은 일절 존재하지 않음을 밝힌다. 이러한 오보는 사실이 아닐뿐더러 그의 유족, 친구, 동료들에게 커다란 마음의 상처가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양한 연결 고리

미국 지적 재산권 탈취 및 중국 내 억압을 위한 정보 사용에 대한 미 정부의 가장 큰 우려 사항인 화웨이와 장 박사의 연결 고리뿐만 아니라 장 박사가 중국 공산당 정권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는 정황 때문에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장 박사가 걸어온 발자취를 살펴보면 그가 중국 정권과 다양한 관계를 맺은 정황이 발견된다. 그는 국가 차원의 지원을 받는 학자이자 중국 정부를 위한 서구권 기술 프로젝트  후원자였고, 자신의 벤처 캐피탈 프로젝트가 국가 자금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중국 내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들과 개인적인 커넥션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연구 결과가 곧 중국 정권의 목표 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학자였다.

물리학자이자 벤처자본가 장서우청. | 스탠포드大

단화 캐피탈로 알려져 있던 장 박사의 디지털 호라이즌 캐피탈(DHVC)은 화웨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기술에 대한 주요 투자사로 중국의 국가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장 박사는 최근 상하이 기술 대학의 석좌교수로 임명되어 새로운 연구소 설립을 의뢰받기도 했다. 2013년 9월 이래 상하이 기술 대학의 총장은 전 국가 주석 장쩌민의 장남인 장몐헝으로, 그 또한 화웨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상하이 기술 대학은 상하이 시정부와 중국과학원이 공동 설립한 대학이다.

중국의 자금 지원

미 무역대표부는 11월 보고서를 통해 DHVC를 “중국 정부의 산업 정책 목표를 성공시키기 위해”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중국 기업 네트워크 중 하나로 언급했다.

지난 3월 발행된 중국 지적재산권 탈취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수정 보완한 ‘통상법 301조’에 따르면 이러한 벤처 캐피탈 기업들은 실로 광범위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데 “정도는 각기 다르지만 해당 기업의 정보와 기술, 그리고 경영에 대한 영향뿐 아니라 잠재적으로는 경영관리를 강제할 수 있는 능력”을 얻고자 한다.

장 박사의 기업 DHVC의 자금은 중국 정부 산하 기업과 연결고리가 있다. 국영 기업 ‘중관춘 개발 그룹(ZDG)’투자 부문은 실리콘밸리 소재의 수많은 벤처 캐피탈 기업 중에서도 유독 DHVC를 후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DHVC가 설립됐을 때 베이징 시장이 실리콘밸리에서 개최된 DHVC 서명식에 참석했다. ZDG 홈페이지에 실린 기자회견문에는 DHVC가 중국의 중관춘 기업단지 상업화를 이끌기 위해 스탠포드 대학을 비롯한 인근 대학에서 개발된 혁신 기술에 집중할 것이라며 “중관춘 자본이 해외로 진출해서 해외 선진 기술 및 인적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ZDG 투자 부문은 중국의 대표 IT 기업인 알리바바와 바이두를 설득해 DHVC 재정지원에 참여토록 했다. 이로써 약 9100만 달러(약 1031억 원)에 달하는 기금이 조성됐다. 중국 국가 재정 지원을 받고 공업신식화부와 긴밀한 협력하에 있는 중국의 음성 인식 기술 업체인 아이플라이테크(iFlyTek)도 DHVC 측에 500만 달러(약 56억 원)를 투자했다.

중국 정부가 최대 주주로 있는 기술 기업 BOE 테크놀로지 그룹은 약 6천만 위안(약 98억 원)을 투자했다.

보고서는 DHVC가 투자한 113개 스타트업 중 하나인 증강현실 IT 기업 메타(Meta)가 중국 투자자를 향한 중국 정부의 압박이 시작된 이후 실리콘밸리 자사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중국으로 사업을 이전하겠다는 지난 9월의 발표를 언급하기도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DHVC는 미 에너지부 및 공군을 고객사로 둔 데이터 관리 기업 코히시티(Cohesity)에도 투자하고 있다.

장 박사, 장몐헝 총장, 그리고 화웨이

장 박사는 화웨이와는 DHVC를 통해서, 장몐헝 총장과는 상하이 기술 대학을 통해서 특정 관계를 맺고 있는 듯하다.

화웨이 스마트폰 P10은 ‘핑거센스’라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데, 이 기능은 사용자의 손가락 관절, 손톱 등의 터치를 터치스크린이 각각 구분해 인식하는 기능으로, 미국 기업 퀵소(Qeexo)가 개발한 기술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2017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퀵소의 이상원 대표는 “화웨이와 퀵소의 협력 확대는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퀵소는 2012년 설립된 기업으로, 장 박사의 DHVC 및 또 다른 두 기업을 주 투자사로 두고 있다.

장몐헝 총장처럼 장 박사도 상하이 출신이다. 1980년 유학을 떠난 장 박사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미국으로 귀화했다.

1999년, 장 박사는 중국 교육부가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추진한 ‘창장 학자 프로그램’에 선발됐다.

2008년, 중국 정부가 해외 유수 과학자 및 엔지니어를 중국으로 유치하고자 추진한 ‘천인계획’에 선발되어 칭화 대학에서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장 박사는 중국 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는 중국의 과학 발전을 돕고자 하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2013년 그는 중국과학원 소속 교수가 되었다.

미 국립과학원에 따르면 2017년 장 박사는 “전자가 소실되지 않고 표면을 따라 이동하는 위상 절연체라는 새로운 물질 상태를 발견해 전력 소모를 대폭 낮춘 전자 기기의 새 시대를 열었다.”

이 연구는 저장 공간 및 처리 능력이 향상된 반도체 개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기술 강대국으로 거듭나려는 야망 실현을 위해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한 혁신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장 박사는 양자홀 효과, 양자 스핀홀 효과, 스핀트로닉스, 고온 초전도에 대한 연구에서도 명실공히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물리학 분야에서는 그의 타계를  큰 손실로 치고 있다.

장 박사는 2007년부터 자신의 연구 업적으로 올리버 버클리 상, 디락 메달, 유로피직스 상, 기초물리학 부문 물리학 프론티어 상, 벤자민 프랭클린 메달 등 국제무대에서 무수히 많은 상을 거머줬다. 사망 당시 장 박사와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노벨 물리학상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었다.

장몐헝과의 관계

1월 23일, 중국 국영 언론 차이나 뉴스 서비스의 보도에 따르면 장 박사는 상하이 기술 대학 내에 ‘프론티어 과학 기술 연구소’를 설립했다. 보고서는 이 연구소가 상하이 정부 화교판공실의 지원을 받았다는 화교판공실 쉬리 주임의 말을 인용했다.

장몐헝 총장과 장 박사가 정확히 어떤 관계였는지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중국의 대학의 총장은 보통 학교 소속 교수를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새 연구소 설립은 총장의 승인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장 박사의 사망 이후 그와 중국의 여러 기관 및 저명인사들과의 관계에 대해 보도한 기사들은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통해 모두 삭제되어 의혹과 불확실성이 증폭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