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흉기난동에 중증 정신질환자 ‘강제 입원제’ 공론화

전경웅 객원기자
2023년 08월 8일 오후 6:19 업데이트: 2023년 08월 8일 오후 6:49

정신질환·성격장애 증가 맞물려 강력범죄 증가세
환자 인권보호 VS 강제입원 필요성…논의 재점화

지난 7월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근처 칼부림 사건,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서현역 일대 칼부림 사건, 지난 4일 대전 대덕구의 한 고교 교사에게 일어난 살인미수 사건.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피의자가 정신병이나 사이코패스 등 성격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서 “조현병이나 성격장애 등 정신질환과 ‘묻지마 범죄’는 무관하다”고 주장이 나온지만, 통계는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1년 내놓은 ‘한국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는 2016년 8343명에서 2017년 9089명으로 증가하다가 2018년 7304명, 2019년 7818명으로 감소하다 2020년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다시 9058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이는 정신질환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과도 연관성이 있다. ‘2021 국가정신건강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기관이 파악한 중증 정신질환자는 약 16만 명이다. 건강보험공단의 2021년 10월 발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7만 5000여 명이다. 한 번이라도 병원에 들러 진료를 받아본 사람이다.

‘세계일보’는 지난 6일 “2021년 기준 중증 정신질환자는 65만 명에 이르고 있다”며 “3년 전인 2018년의 50만 명보다 약 13% 증가한 수치”라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성격장애’ 환자 또한 위험하다는 지적이 많다. 2015년 3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인격·행동 장애 환자’ 수는 이전보다 줄었지만 20대에서는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인격·행동 장애 등 전체 성격장애 환자 1만 3000여 명 가운데 20대 남녀가 약 55%였다. 10~30대까지로 범위를 넓히면 64%에 달했다.

‘인격·행동 장애’에는 지나친 의심과 공격성을 보이는 인격 장애, 병적인 중독 증상을 보이는 습관·충동 장애 등이 포함되는데 성격장애 환자의 42.8%가 인격 장애였다.

통계에 포함된 이들은 그나마 병원을 찾을 정도로 상황이 나은 편이다. 진짜 위험한 이들은 병원을 찾지 않는다는 게 의학계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국가정신건강포털’에 따르면 성격장애의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10~20% 정도로 추정된다.

흥미로운 점은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의 약 50%에서 성격장애가 동반된다는 점이다. 포털은 “성격장애 환자들은 정신의학적 도움을 잘 요청하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정신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분노나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향이 많다.

2013년 대검찰청 소속 검사가 내놓은 범죄 관련 분석에 따르면 범죄를 저지른 ‘인격 장애 환자’ 대부분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이유 없이 반사회적 행동을 반복한다. 범죄를 저지른 뒤에는 사회 탓, 남 탓으로 돌린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현실 불만과 만성분노를 ‘묻지마 범죄자’의 주요 특징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신질환자·성격장애 환자의 강력 범죄 잦아져

올해 일어난 ‘정신질환 및 성격장애 환자’가 저지른 강력 범죄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7월 18일 전남 영광군에서는 성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던 60대 남성이 특수재물손괴 및 주거침입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피해자 집에 침입해 애완견을 둔기로 죽였다. 이 남성은 정신질환을 이유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지난 6월 경기 평택시에서는 흉기 난동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분노조절장애를 갖고 있다는 20대 남성이 부모에게 “다 죽이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 남성은 경찰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앞서 5월에는 경기 안양시에서 지적장애 1급 장애인이 택시에서 난동을 부리다 경찰과 보호자에 의해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또한 같은 해 2월에는 조울증을 앓던 30대 남성이 스토킹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잠정조치를 당했다. 이 남성의 부모는 아들의 스토킹을 몰랐다고 한다.

올해 1월에는 제주도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린 20대 남성이 지나가던 사람을 돌로 내리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정신질환자 가운데 범죄자는 극소수다. 하지만 피해자 구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이들이 성인이고 독립했을 경우 가족이 통제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본인의 의지로 정신과 진료를 받거나 약물치료를 받는 것을 거절한다. 최근 일어난 ‘묻지마 칼부림’ 피의자들도 이런 과정을 거쳐 범행을 저질렀다.

반면, 이들의 관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난 7월 21일 ‘뉴시스’는 정신질환자 범죄와 관련한 경기남부경찰청 소식을 전했다. 도내 정신질환자 응급 입원 사례가 2021년 800건에서 2022년 1079건으로 34%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는 986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29% 폭증했다는 것이다.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정신질환자 보호조치는 현장 경찰이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는 업무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현행 정신보건법으로는 본인 동의 없이 강제 입원이 불가능한 탓이다.

의료계, 2016년 개정된 ‘정신보건복지법’ 거론

중증 정신질환 관련 범죄가 잇따르자 의료계에서는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6일 성명을 통해 “(사건 발생 초기) 이 사고의 정신질환과의 연관성이 분명히 파악될 때까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경찰의 조사 결과 …(중략)… 피해망상이 (범행) 원인으로 발표된 상황에서 이제는 이러한 비극의 예방과 사후관리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증 정신질환 치료가 어려워진 계기로 2016년 5월 인권 보호 등의 취지로 통과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지목했다.

‘정신건강복지법’은 본인 동의 없는 정신병원 강제 입원은 위헌이라는 2016년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을 계기로 제정됐으며, 이듬해 5월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은 정신질환자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하게 하려면 2명 이상의 보호의무자가 신청하고 2명 이상의 전문의가 일치된 소견을 내놓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위험한 중증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시키기 어려워진 이유다.

따라서 현재 법무부와 보건복지부가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지난 4일 법무부는 흉악 범죄를 일으킬 우려가 큰 일부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차별적인 흉기 난동 등으로 다른 사람들을 해칠 우려가 큰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 및 격리를 법원에서 결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다만, 인권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