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 대학 공자학원 비판 고조 “선전·스파이 기관”

2021년 06월 16일 오후 5:37 업데이트: 2024년 01월 27일 오후 9:02

‘모차르트의 나라’ 오스트리아에서 중국 공자학원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됐다.

오스트리아 보수계 일간지 중 가장 권위 있는 신문인 ‘디프레세(Die Presse)’는 최근 국립 빈대학교 내에 설립된 공자학원에서 자국 군 장교들이 중국어 교육을 받고 있는 현실을 집중 조명했다.

신문은 ‘군대와 중국을 이해하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링크)에서 “베이징이 설립한 공자학원은 (공산주의) 선전과 스파이 혐의가 문제 되고 있는데, (오스트리아) 군인들은 여전히 그곳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지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장교를 대상으로 한 중국어 교육은 1997년부터 중국인 강사를 채용해 시행됐다. 외교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한 과정이었다.

그러나 2006년 빈대학교에 공자학원이 설립되면서 장교들의 중국어 교육을 전담하는 기관이 계약직 강사에서 공자학원으로 변경됐다. 여기에는 지난 30년간 빈대학 중국학과에서 근무한 대표적 친중학자 리차드 트라플(70) 교수의 역할이 있었다.

베이징에서 유학한 트라플 교수는 빈 주재 중국대사관의 추천을 받아 공자학원 원장으로 임명돼 지금까지 재직 중이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트라플 교수는 1974년부터 1년간 베이징 언어문화대학에서 중국 정부 장학금을 받고 수학했으며, 이듬해부터 매년 한 차례 이상은 중국을 방문했다.

그는 2008년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작년(2007년) 한 해에만 중국을 8번 방문했다”고 밝혔으며, 오스트리아의 청년들에게 중국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디프레세는 공자학원은 중국 정권이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위해 설립한 기관으로, 중국 정권의 자금을 받아 전 세계에 500여 곳이 운영 중이며, 중국인 교직원은 이념 성향을 평가받는다고 전했다.

리차드 트라플 교수(왼쪽 세번째)가 빈대학 공자학원 관계자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빈 대학 공자학원 홈페이지

또한 신문은 빈대학의 공자학원이 오스트리아 군의 비기밀 문서를 중국어로 번역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스위스, 독일, 미국 등 외국 대학들이 ‘스파이 활동을 하고 학문의 자유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공자학원과 관계를 끊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스위스는 작년 4월 마지막 공자학원을 폐쇄했다. 벨기에 정보기관은 현지 공자학원 부원장을 스파이 혐의로 고발했으며, 포르투갈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는 현지 공자학원 책임자가 회의 프로그램을 소개한 책자에서 “베이징의 이념에 부합하지 않는” 페이지 전체를 찢어내 참석한 학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빈대학의 공자학원 홈페이지에서는 이 공자학원이 오스트리아와 유엔(UN) 빈 사무국 등지에서 중국과 관련된 활동을 추진하는 중심기관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공자학원 홈페이지에서는 “오스트리아 빈은 UN 공식 사무국이 설치된 국제도시”라며 “공자학원은 현지 기관과 함께 ‘UN 중국어의 날’, ‘UN 평화의 날’, ‘세계 평화 합창제’ 등 행사를 개최하며 오스트리아 외교부, 국방대학, 외교대학 등을 위해 중국어 수업반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공자학원은 중국 교육부 직속기구인 국가한반 소속이지만, 실제 운영은 중국 공산당 중앙통일전선공작부가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전선’은 상대방과 내통하거나 더 강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 적과 손잡는 공산주의 전술을 가리킨다.

이와 관련 에포크타임스 현지 취재진은 빈대학 공자학원에 중국 공산당 및 정부와 관계에 대해 이메일로 질의했지만 기사를 내기 전까지 응답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에포크타임스 중국취재팀이 입수한 중국 지방정부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빈대학에 설치된 공자학원은 중국이 오스트리아를 포함해 주변국에 침투하는 교두보다.

중국의 해외 침투는 중앙정부 외에도 지방정부 차원에서 각개전투로도 진행된다.

이 문서는 하이난성 단저우(儋州)시 외교담당 부서가 지난 2016년 작성한 것으로, 단저우시가 빈대학 공자학원에 중국어 및 중국문화 교재를 제작·공급하기로 중국을 방문한 트라플 교수와 합의했다고 기록했다.

중국 교육부 관리들의 발언을 빌리면 교육부나 지방정부에서 제작하는 중국어 교재는 언어 교육이 아닌 “사상 전파 수단”이다.

교육부 직속 교육신문사가 작년 10월 천바오성(陳寶生) 교육부장(장관), 한춘융(韓春勇) 교재국 종합교재처장의 발언을 인용한 기사에 따르면, 모든 교재는 “당의 전면적인 지도를 강화하며, 시진핑 신시대 특색 사회주의사상을 전달하는 수단”이다.

이는 각국에 설치된 공자학원이 중국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중국어 교육을 제공하는 대신 교재와 커리큘럼에 대해 재량권을 갖는 이유다.

해당 부서에서 작성한 또 다른 문서인 ‘단저우시와 오스트리아의 교류 상황’에는 트라플 교수가 공자학원과 관련된 업무 외에도 단저우 등 하이난성 지방정부와 오스트리아 버젠란드주(州) 등 여러 도시 사이의 우호도시 협약 체결을 주선한 사실도 담겼다.

트라플 교수는 단저우시를 여러 차례 방문해 시장 등 지역 고위 간부 여러 명과 만났으며, 하이난성 지방정부가 버젠란드주(州) 등 오스트리아 몇몇 지역과 우호도시 협약을 체결하도록 주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우호도시 관계를 이용해 자국 인사를 현지에 파견한 뒤 다양한 문화, 경제협력을 논의하며 이를 통해 중국이 주도하는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에 참여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대일로는 인프라 건설을 제안하며 중국 자본을 빌려주는 대신, 중국 건설업체와 자재, 인력을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투입한 자본을 회수하고 참여국에 거액의 빚만 남기는 악질 프로젝트로 지목되고 있다.

/강우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