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 외교위 “한·일, 오커스에 동참시켜야” 제안

헨리 욤(Henry Jom)
2023년 08월 31일 오후 3:33 업데이트: 2023년 08월 31일 오후 4:38

영국에서 미국·영국·호주 등 3개국의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의 방위기술 협력 협정에 한국과 일본을 동참시키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 30일(현지 시간) 영국 의회 특별외교위원회는 ‘기울어지는 시야: 통합적 검토와 인도-태평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 중국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분석했다.

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오커스의 목적이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을 공급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며 “사이버 및 첨단 기술 공유, 공동 개발 등의 요소 역시 핵 잠수함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술 분야 협력이 한국, 일본으로 확장된다면 영국에 안보·기술적 이익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호주와 합의해서 오커스 기술 방위 협력 협정에 한국과 일본을 가입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핵이 아닌 기술에 집중하다

지난 2021년 출범한 오커스 동맹의 핵심은 미국과 영국이 호주의 핵 추진 잠수함 개발을 지원하는 데 있다. 하지만 이 외에 해저 기술, 양자 기술, 인공지능(AI)과 자율무기, 사이버, 극초음속 미사일, 전자전, 국방 혁신, 정보 공유 등 8개 핵심 국방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계획도 추진한다.

영국 의회는 이처럼 두 축을 이루는 오커스의 역할 가운데 후자의 활동에 초점을 맞춰 한국 및 일본을 합류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제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위원회는 한국과 일본의 합류가 핵 추진 잠수함 계획보다 먼저 가시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앨리시아 키언스 영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인도·태평양에서 (오커스 등) 영국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면 중국의 경제적·정치적 팽창을 완화하고 인도·태평양 국가들에 민주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키언스 위원장은 “인도·태평양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곳”이라며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주요 경제 강국으로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태평양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전망했다.

또한 지난 수년 동안 영국과 중국 간 관계에서 신중하게 균형을 맞출 필요성이 거듭 강조돼 왔다며 “영국 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높은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해군 장교 “오커스-한·일 협력, 혁신을 가속화할 것”

중동연구소 연구원인 재스민 알사이드 미국 해군 수상전 장교는 한국과 일본이 오커스에 합류하면 인도·태평양의 지정학적 지형을 바꿀 수 있는 ‘통합억제 태세’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타임스에 실린 논평에서 알사이드 장교는 “한국과 일본의 오커스 합류는 (한일 양국에) 침략자들의 침공을 억제하는 기술을 활용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해당사자들이 역내 위협에 대한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모든 당사국이 인도·태평양 내 첨단 기술 사용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알사이드 장교는 “오커스 합의에는 AI 시스템과 자율무기 기술을 공동 개발한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는데, 한국과 일본 모두 AI 및 자율무기 기술 개발에 관심을 표명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한국과 일본이 합류하면 기술 개발 부문에 있어 큰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알사이드 장교에 따르면, 전쟁이 거론되는 등 안정이 위협되는 현 시기에 한·일과 오커스가 협력한다면 신뢰 구축 조치를 강화할 수 있다.

알사이드 장교는 “이는 또한 오커스의 군사적 허점을 보완하고 소프트파워 도구를 활용해 역내 안정을 도모하는 공동의 프레임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쿼드 가입도 촉구하다

위원회는 또한 영국이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에도 가입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영국이) 쿼드와 협력해 인도·태평양 해양 전체를 포괄하는 조정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기존 회원국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시기에 쿼드에 가입하는 것이 이점이 있다고 본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제 표준 및 규칙 기반 시스템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막고 이러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인도·태평양에서 활동하는 협의체에 가입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오커스와 쿼드에 대해 “분열과 대결을 조장하고 냉전 사고방식을 되살리려는 시도”라며 비난해 왔다. 오커스와 쿼드로 인해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하게 줄어들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그러나 위원회는 “중국 정부는 오커스와 쿼드를 적대적으로 인식하거나 거짓으로 묘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 의회의 이번 보고서는 미국 하원의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이 중국에 맞서 영국과 호주에 ‘전시 편성’을 채택할 것을 촉구한 이후 발표됐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