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문한답] ‘워싱턴선언’의 의미와 정책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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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2023년 05월 3일 오후 2:51 업데이트: 2024년 01월 10일 오전 11:11

‘워싱턴선언’의 의미와 향후 정책 과제는 무엇인가요?

답변_박휘락 한반도선진화재단 북핵대응연구회 회장

육군사관학교 졸업·임관 후 연세대와 미국 국방대에서 각각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경기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대령 예편 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원장으로 활동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워싱턴선언’의 의미를 설명해 주세요.

“북핵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동 대응 방향을 전 세계와 북한에 천명한 첫 번째의 선언으로서 그 의의가 매우 큽니다. 지금까지 한미 양국은 양국 정상이나 국방장관, 외교부 장관 간의 회담이 있을 때 북핵에 대한 대응 방향을 논의한 후 그 결과를 공동성명에 넣어서 발표하기는 했지만, 그 내용이 단편적이었고 하나의 문서로 집대성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워싱턴 선언의 경우 북핵 문제를 중심으로 한 별도의 선언을 발표했고, 그 내용도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 양국의 구체적인 방향과 방안, 다수의 구체적인 조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한국 국민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가 항구적이고 철통같고…북한의 한국에 대한 모든 핵 공격은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며…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는 핵을 포함한 미국 역량을 총동원해 지원된다’고 강조한 점 등입니다.”

그만큼 북핵 위협이 심각하다는 뜻인가요?

“실제로 그렇습니다. 이번 선언을 통해 한미 양국은 북핵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명확하게 공유했습니다. 선언의 어조나 내용이 북한의 핵 공격이 임박한 상황을 연상시킬 정도입니다. 북한은 수소폭탄을 포함한 100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미사일에 탑재해 한국, 일본, 미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이 핵무기를 바탕으로 한국에 대한 공격 의도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4월 창군기념일에 남한에 대한 무력 적화통일 의도를 ‘제2의 사명’으로 공식화했습니다. 그들에 의하면 제1의 사명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또는 핵우산을 차단하는 것인데, 수소탄과 대륙간탄도탄(ICBM) 개발로 이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북핵 위협은 국가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치명적 위협이 된 상태이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양국 정상이 이러한 북핵 위협의 심각성에 합의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신설 예정인 ‘핵협의그룹(NCG)’을 나토의 ‘핵기획그룹(NPG)’과 비교하면서 비판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미 양국의 ‘핵협의그룹(NCG·Nuclear Consultative Group)’ 설립은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미국의 핵전력을 사용해 보복하는 문제에 관해서도 긴밀하게 상시 협의하겠다고 합의한 것입니다. 나토의 핵기획그룹(NPG·Nuclear Planning Group)은 냉전이 한창이었던 1966년부터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발전해 왔습니다. 따라서 우리도 NCG를 지속해서 강화하면 됩니다.”

“나토의 경우 ‘핵공유(nuclear sharing)’라는 용어를 사용하고는 있으나 실제로는 핵무기 사용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어 실질적인 내용은 협의 수준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이 NCG를 더욱 발전시킬 경우 한국과 미국의 1:1 협의와 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NPG에 비해서 더욱 신속하고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북핵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경우 다수의 미국 전문가가 제안하고 있듯이 일본이나 호주 등의 다른 동맹국들이 참여하는 다자 차원의 기구로 격상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선언에 포함된 ‘미국 전략잠수함의 한국 기항’은 유례를 찾기 힘든 사항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은 ‘미국 전략잠수함의 한국 기항’에 합의함으로써 한반도 주변에서 미 ‘핵무장 잠수함(SSBN)’의 활동을 공식화했습니다. 미 SSBN의 경우 그 존재와 활동 여부가 극도의 비밀로 유지해야 함에도 이번에 한국 기항을 발표한 것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억제 효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원산 앞바다에서 평양까지는 150km밖에 되지 않아 이 SSBN이 동해에 존재할 경우 북한 수뇌부는 심각한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겁니다.”

“특히 이 SSBN이 탑재하고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중에는 5kt TNT의 폭발력을 갖는 저위력 핵무기 W76-2도 있어서 북한 수뇌부가 거처하는 지역을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습니다. 전략적 수준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북한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그 기술적인 부분을 조종해 배치하게 될 것입니다. 이로써 한반도에서의 현장 핵균형(on-site nuclear balance)을 어느 정도 보장하게 됐고, 그만큼 실질적인 억제 효과를 가지게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직접 “북한의 핵 공격은 (북한) 정권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언급한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김정은 자신의 죽음을 각오하지 않는 한 핵공격을 마음먹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는 한국이 2016년부터 ‘3축 체계’의 한 요소로 포함해 구현한 개념과 능력을 발전시키고 있는 ‘대규모 응징보복(KMPR·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실 북한은 김씨가 통치하는 왕조 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북한 지도자 또는 정권의 안위에 대한 위협은 북한의 도시에 대한 보복 공격의 위협보다 더욱 강력한 억제 효과를 가질 수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까지 천명했기 때문에 미군들은 유사시 이를 수행하기 위한 계획을 더욱 세부적으로 발전시킬 것이고, 북한의 지도자는 자신의 안위를 더욱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 공격이 억제될 가능성도 커지게 됩니다.”

앞으로 정부의 정책 방향은 어떠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모든 국민, 정부, 군대는 북핵 위협의 심각성을 있는 그대로 냉정하게 봐야 하고, 안보 정책의 기준을 ‘북핵 대응 필요성과 기여도’로 변경해야 합니다. 외교 및 국방정책의 최우선 기준은 북핵 대응에 대한 효과성으로 삼고, 이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외교 및 국방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국가의 다른 분야에서도 다소의 부작용이나 문제점이 있더라도 북핵 대응에 효과가 있다면 채택해야 하고, 아무리 균형된 외교 또는 국방정책이라고 하더라도 북핵 대응에 기여하지 못하면 우선순위를 낮춰야 합니다.”

정부와 군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요?

“핵협의그룹(NCG)을 나토의 NPG와 같은 수준으로 계속 발전시켜야 하고, 그 노력은 한국이 주도해야 합니다.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미국에 적극적으로 요구함으로써 관철해야 합니다. 상시 기구로 운영하고, 전문가를 참가시켜 권위 있는 협의를 보장해야 합니다. 북핵 위협이 더욱 심각해질 경우 일본과 호주를 포함하는 다자 핵협의체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이번 워싱턴 선언에서 약속한 ‘미 전략잠수함의 한국 기항’이 의도한 효과를 나타낼 방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합니다. 본토에 있는 원거리 핵균형(off-site nuclear balance)에 비해서 이 현장 핵균형 전력의 효과는 크기 때문에 이것을 극대화하는 것은 다른 어떤 한미협의보다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이들의 기항 자체가 북한에 대한 억제 효과를 산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필요할 경우에는 일부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억제 효과를 증대시킬 필요도 있습니다. 저위력 핵무기인 W76-2의 사용을 중심으로 유사시 핵보복 계획을 함께 수립해 발전시켜야 하고, 한국의 의견을 미군이 수용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들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이러한 실질적인 조치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핵에 대한 모든 국민들의 총력 방어 결의를 고양하는 것입니다. 국민들은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해야 하고 북핵 대응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협조해야 합니다. 특히 북핵 대응을 위한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무조건 비판만 하는 정당, 전문가, 일부 국민들이 북핵 억제 및 대비 태세를 약화하지 않도록 국민 여론을 통해 강력한 북핵 대응을 견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야당은 정부의 북핵 억제 및 방어가 미흡한 부분은 더욱 강화하도록 질책해야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 북핵 외교를 일방적인 시각으로 폄훼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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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선진화재단 한선 브리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