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만난 IAEA 사무총장 “수십 년간 日 상주하며 모니터링”

한동훈
2023년 07월 9일 오후 4:10 업데이트: 2023년 07월 9일 오후 7:15

민주당 대책위 “처음부터 중립성·객관성 상실” 비난
그로시 사무총장 “2년 이상 굉장히 심도 있는 분석”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야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방류 계획이 잘 지켜지는지 안전하게 검토하기 위해 일본에 계속 상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9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 의원들과 면담을 갖고 “여러분의 염려와 우려를 진심으로 이해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로시 총장은 “오염수 방류가 국제적인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지 파악하는 절차에 있어서 그 기능이나 모든 면에서 저희가 계속 검토하기 위해 수년, 수십 년 동안 상주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후쿠시마에 IAEA 상주사무소를 개설했으며 국제 전문가들이 상주하면서 검토하고 전체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주 일본에 전달한 최종보고서에 대해서는 “2년 이상에 걸쳐 굉장히 심도 있는 분석과 연구가 진행됐고 상당히 조심성을 갖고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그로시 총장은 “IAEA는 현재 나와있는 원전 관련 국제안전기준 법령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했다”며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기 이전에 기술적 역할 담당자들이 충실히 업무에 임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이 문제와 관련해 제가 갖고 있는 태도는 개방성과 존중”이라며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방식으로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대책위원장인 위성곤 의원은 이날 “IAEA의 활동을 존중한다”면서도 “후쿠시마 원전에 보관 중인 133만t의 오염수가 버려지는 데 대해 심각한 걱정과 우려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위성곤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인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최고 레벨 7등급에 해당하는 대형사고로 분류된다”며 “사고 원전의 핵 폐기물이 수십 년에 걸쳐 바다에 버려지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IAEA는 다종핵제거설비(ALPS)의 성능 검증도 하지 않았으며, 오염수 방류가 장기적으로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검토하지 않았다”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원전에서 정상적으로 배출된 냉각수와는 함유하고 있는 핵종에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했다.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 “전문성 없이 잘못된 지적”

그러나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은 ‘ALPS 성능 검증이 없었다’는 야당 지적에 대해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원자력 분야 국내 최고 권위 단체인 한국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정범진 교수는 에너지경제 기고문에서 “ALPS에 대한 검토는 이전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수행됐다”며 “‘성능 검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괴담”이라고 일축했다.

정범진 교수는 또한 “ALPS는 액체폐기물 처리 설비의 일부”라며 만약 문제가 생기면 전체 배출 절차가 중단되는 안전 장치가 설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해양 방류만 검토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전에 모두 논의를 거쳐 최종 선택된 해양 방류에 관해서만 안전성을 평가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오염수 장기 배출에 따른 우려에 관해서도 “배출 기준을 설정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하는” 사항이라며 배출 기준을 크게 까다롭게 설정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 밖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등급이라는 지적에 관해서도 방사선 배출량이 훨씬 적다고 정범진 교수는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방사선 대기 방출량은 체르노빌 사고 때의 10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은 IAEA 최종 보고서 검토에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 중 일부의 전문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그 하나가 김혜정 전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이다.

김혜정 전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오른쪽). | 연합뉴스

김혜정 전 이사장은 지난 5일 민주당 대책위 우원식 의원이 개최한 IAEA 최종 보고서 브리핑에 전문가로 등장했으며, 6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도 출연해 “원자력 전문가”로 소개됐다.

두 번의 행보에서 김혜전 전 이사장은 “실제로 제가 최종보고서를 살펴봤다”며 “IAEA 최종보고서나 그동안의 안전성 검토 과정이 과학적이거나 객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표적인 탈원전 활동가로 환경운동연합 원전안전 특별위원장을 지낸 김혜정 전 이사장은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지난 2021년 말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취임 당시 원자력 산업계 안팎에서는 중어중문학과 출신으로 기본적인 용어조차 모르는 원자력 분야 전문성 ‘제로(0)’의 인물이라며 대선 캠프 출신의 탈원전 코드 인사라고 비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