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무임승차는 없다” 트럼프보다 더 살벌한 바이든의 동맹 개념

박상후 /국제관계,역사문화평론가
2021년 11월 24일 오후 3:42 업데이트: 2022년 05월 28일 오전 11:35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관계가 예기치 않게 이전에 도널드 트럼프가 주장했었던 것처럼 흘러가고 있다.

부시 때 국무장관인 제임스 베이커의 연구 보좌관을 역임하고 지금은 토니 블링컨의 특별보좌관인 데렉 촐렛이 폴리티코와 가진 인터뷰가 흥미롭다.

촐렛은 나토가 미국의 그늘에서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국방비를 더 쓰고 미국 무기를 사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국가들이 수년 동안 강한 군대를 가지겠다고 말만 하고 국내총생산에서 더 많은 부분을 국방비로 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토와 미군의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나토 회의에서 유럽 각국의 국방장관들은 군사력을 강화하겠다고 떠들어 놓고 자기 나라 의회나 정부를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는 회원국에 최소한 GDP의 2%는 국방비로 배정하도록 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나토 국가들을 무임승차자라면서 미국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맹비난한 적이 있다. 트럼프가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 입장을 취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바이든은 트럼프만큼 나토나 유럽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고 있지만, 나토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정상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1.6.14 | AP/연합

트럼프가 미국중심주의였다면 바이든은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이다. 바이든은 미국이 돌아왔다고 했지만 그의 행동은 레토릭과는 대조된다. ‘미국은 선택적으로 세계무대에 복귀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를 두고 자국 중심이라고 비난했던 이들은 바이든에 대해 아마 ‘더 심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바이든의 ‘미국이 돌아왔다’는 ‘이제 공짜는 없다’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영국-호주의 오커스(AUKUS) 군사동맹 결성이다. 오커스 태동과 함께 호주는 프랑스와 맺은 잠수함 도입계약을 파기하고 미국의 핵잠수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호주의 기습적 발표에 프랑스는 분개했다.

바이든이 로마에서 열린 ‘세계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참여한 것도 이런 프랑스, 나아가 유럽을 달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각자도생의 지정학에서 바이든의 ‘미국이 돌아왔다’ 레토릭은 미국의 돈으로 세계정세에 간여하겠다는 개념이 아니다. 미국의 무기를 사주고 자국을 지키기 위해 국방비를 늘리는 나라만 선택적으로 도와준다는 개념이다.

호주가 그 사례이고, 일본 역시 아주 두드러진다. 일본은 중국 공산당(중공)의 군사 위협과 북한 핵미사일 같은 안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 편성 중인 추가경정예산에 방위비로 7700억엔 이상을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되면 5조3422억엔 규모인 방위비 예산 총액이 6조엔을 돌파하게 된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다. 2차대전 이후 일본 정부는 국방예산을 GDP의 1% 이내로 유지해왔으나, 올해 처음으로 2%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2020년 3월 19일 조선업체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의 요코하마 사업소에서 이지스함 ‘마야'(사진) 인수식을 열었다. 배수량 8천200t, 길이 170m인 마야는 해상자위대가 인수한 7번째이자 최대 이지스함이다 | 교도/연합

일본 닛케이 등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안보 환경이 급변하면서 초계기, 수송기, 기뢰 같은 장비의 취득 시점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추경안이 통과되면 일본은 국방예산에 GDP의 2%를 배정하는 회원국이 별로 없는 나토와 뚜렷한 대비를 이루게 된다.

이밖에도 일본은 주일미군 분담 비용과 관련해 미국의 증액요구에 응하는 조정에도 들어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미국과 손잡고 중공에 군사적으로 맞서는 또 하나의 동아시아 국가는 대만이다.

대만은 지난 18일 차이잉원 총통이 참석한 가운데 서남부 자이(嘉義) 공군기지에서 미국에서 도입한 F-16V 전투기 전력화 행사를 가졌다. 대만 항공기 제작사 한샹(漢翔·AIDC)이 록히드 마틴과 협력해 업그레이드한 F-16V 전투기 64대를 과시했다.

차이잉원(중앙) 대만 총통이 서남부 자이 공군기지에서 군용차를 타고 F-16V 전투 비행단을 사열하고 있다. 대만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이날 최신형 F-16V 전투기 64대를 실전 배치했다. 2021.11.18 | 대만 총통실 제공/로이터/연합

F-16V는 5세대 전투기 F-35만은 못하지만 4세대 전투기 가운데는 가장 진화된 기종이다. F-35와 데이터가 연동돼 합동 작전을 펼칠 수 있다. 탐지거리가 대폭 늘어난 AESA레이더를 갖추고 슈퍼 사이드와인더 공대공미사일, 대함 하푼 미사일로 무장했다.

중공의 현 주력기종이라고 할 수 있는 다목적 전투기 젠지(殲擊·섬격)-10(J-10)보다는 월등한 성능을 갖췄다. 특히 파일럿이 쳐다보기만 해도 목표물이 자동으로 조준되는 헬멧은 근접 공중전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대만이 보유한 141대의 F-16A/B형 가운데 절반 정도가 F-16V로 성능이 강화됐다. 141대의 업그레이드가 모두 완료되면 타이완은 추가로 66대의 F-16V를 미국으로부터 직수입할 예정이다.

미국과의 동맹 강화로 대만은 아시아 지역에서 F-16 전투기의 수리·보수 라이센스를 독점 보유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F-16 보유국으로 떠올랐다.

대만의 공군전력은 미국제 F-16, 프랑스제 미라지 2000, 자국산 전투기 IDF 징궈(經國)를 포함해 모두 400대 정도로 세계 15위이다. 1400대의 전투기를 보유한 중공에 비해서는 수적으로 열세지만 그래도 맞서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이 참석한 F-16V 전력화 행사에는 미국의 대만 주재 외교공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의 샌드라 우드커그 타이베이 사무처 처장도 동행했다.

차이 총통은 F-16V 전력화의 의미를 미국의 동맹 강화, 항공산업 발전, 국방전력 강화 등 세 가지로 언급했다. 미국-대만 간 동맹 강화를 제일 앞에 내세웠다.

바이든의 레토릭 ‘미국이 돌아왔다’의 큰 그림을 보면 더 이상의 국방 무임승차를 용납하지 않으면서, 유럽에서 벗어나 아시아 태평양으로 초점을 돌리고 있음이 드러난다.

-박상후의 시사논평 프로그램 ‘문명개화’ 지면 중계
*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표현은 원저자의 ‘중공’ 대신 중국, 중국 공산당으로 변경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