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애국주의 교육법’, 사회불안·반중정서 진압 목적”

베누스 우파다야야
2023년 09월 8일 오후 4:34 업데이트: 2023년 09월 27일 오전 9:46

지난 7월 1일(현지 시간)부로 중국은 ‘애국주의 교육법’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중국 본토에 있는 중국인은 물론, 해외에 거주 중인 중국인 디아스포라에게까지 애국주의 교육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중국공산당이 해당 법을 통해 중국의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중국 국내외에서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는 정치적 의견을 억누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평가한다. 다시 말해, 현재 중국공산당은 중국 국민들의 사상이 격변할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티베트 정책 연구소의 텐진 라돈 연구원은 에포크타임스에 보낸 서한에서 “애국주의 교육법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삼아 자국민을 동화시키고 재교육하는 오래된 중국 정책의 새로운 버전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애국주의 교육법 초안에 사상과 정치, 역사와 문화(문화적 유산 및 공산당 역사와 관련된 장소), 국가 상징(국기 게양 및 국가 제창 조항), 조국의 아름다움, 국가 단결과 민족 연대, 국가안보와 국방, 영웅과 그의 업적이 포함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또 학생과 10대 청소년들이 해당 법의 핵심 대상이라고 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초안은 모든 중국 국민이 애국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교육을 강조했다.

이는 사실 중국공산당이 두려움에 떨고 있으며 서둘러 미래의 대중 담론을 형성하려는 방증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라돈 연구원은 “이러한 정책과 법률은 당을 향한 지지를 강화하고 공고히 하며 모든 형태의 반대 의견을 차단하는 한편, 중국공산당의 통제를 더욱더 중앙집권화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 내부는 대중의 분노로 가득 차 있다.

미국의 중국전문매체 ‘더 차이나 프로젝트’의 분석연구에서 연구 저자 캐시 황, 케이 저우 씨는 이에 대해 “젊은 애국자들이 시위대로 변했다”고 발언했다.

황 씨와 저우 씨는 중국 청년층의 특징으로 높은 애국심을 꼽았다. 그러나 최근 이들 청년층 중 상당수는 지난해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와 같은 반정부 행동에 앞장서며 중국공산당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말 중국에서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중국공산당의 강력한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반발한 시위였다. 시위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저자들은 “코로나19는 종식됐지만, 이후에도 경기침체와 청년 실업 위기로 정부를 향한 불만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16~24세 중국 노동인구의 실업률은 올해 1월 17.3%에서 6월 21.3%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공식 수치는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높으며 구직난은 앞으로 10년은 더 지속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중국 청년들은 다른 삶의 방식을 찾아 나서는 중이다.

“일부는 당에 저항하기 위해 ‘탕핑(躺平·편하게 드러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을 택했다. 또 다른 일부는 중국 내 삶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룬(润·도망가다)’하고 있고, 다른 일부는 ‘부유(浮游·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하는 중이다”라고 저자들은 전했다.

이처럼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 위협을 느낀 중국공산당은 사회 불안을 통제하고 당의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 ‘애국 교육’이라는 검증된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중국 산시성에서 열린 대학 졸업생 취업박람회에 구직자들이 가득 차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간부의 자녀는 비슷한 학력의 또래보다 평균 15% 높은 초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China Photos/Getty Images/연합뉴스

애국주의 교육법, 해외서도 적용

중국공산당 전복과 중국 해방을 추구하는 민주화단체 ‘신중국연방’의 니콜 차이 대변인은 에포크타임스에 새로운 애국주의 교육법을 가리켜 “중국 국내외에서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응책”이라고 표현했다.

황 씨, 저우 씨는 “새 법은 홍콩, 마카오, 대만, 화교(해외 중국인) 그리고 인터넷까지 중국의 애국주의 범위를 확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마디로 중국공산당은 향후 국민 통제에 있어 가장 취약하다고 여기는 부분, 즉 청년층과 사이버 공간 및 본토 바깥의 중국 커뮤니티를 겨냥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은 애국주의 교육법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 장관은 “이 법은 국가(중국)와 홍콩을 사랑하는 주류 가치를 발전시키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돈 연구원은 “애국주의 교육법에 홍콩과 마카오, 대만, 화교, 인터넷이 포함된 것은 이 법이 현재 티베트, 신장, 내몽골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시진핑의 민족 통일법과 같은 선상에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봤다. 민족 통일법은 민족적 차이를 희석, 위협을 제거해 소수민족 문화 정체성을 희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라돈 연구원은 “새로운 애국주의 교육법은 시진핑의 ‘하나의 중국’ 내러티브를 강화하기 위한 필사적인 조치라고 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중국’에 대한 상당한 저항은 시진핑의 불안감을 가중하고, 이는 새로운 법안으로 이어진다”고 재차 설명했다.

차이 대변인은 최근 미국 여론조사 기업 퓨리서치센터가 전 세계 24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인용, “중국에 대한 대중의 정서는 부정적이며 중국공산당 지도자들은 이러한 인식을 바꾸려고 한다”고 했다.

성인의 약 3분의 2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새로운 애국주의 교육법은 중국 정권에 대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세뇌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이다.

시진핑의 저서 ‘시진핑, 국정운영을 말하다’|Kevin Frayer/Getty Images/연합뉴스

지정학적 미적분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미국은 중국공산당에 대해 몇 가지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즉 중국의 애국주의 교육법은 미국으로 인해 닥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도입된 법이기도 하다.

인도 비를라공과대학 연구소의 칼리아니 욜라 연구원은 에포크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티베트 문제에 대한 국제적 지원, 특히 미국의 지원이 눈에 띄게 급증하면서 중국의 권력 통로에도 반향이 일어났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22일 미국 정부는 티베트 어린이 100만 명 이상을 정부 운영 기숙학교에서 강제로 동화시킨 중국 정부 당국자들에게 비자 제한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올 초에 미 국무부는 2022년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공개하며 “신장에서 주로 위구르족을 대상으로 집단 학살, 구금, 강제 노동 등의 반인도 범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면서 중국을 집단학살 국가로 규정했다.

지난해 8월에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다. 이에 격분한 중국은 무역 제재를 가하고 대만 인근 해역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며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이듬해인 올해 4월 차이잉원 대만 총통 역시 미국을 방문했다.

이를 두고 라돈 연구원은 “중국의 공격성은 (미국 등) 전 세계 국가들의 훨씬 더 강력한 대응에 직면해 있다”고 귀띔했다.

욜라 연구원은 특히 미국 주도의 전 세계적인 반발이 중국공산당에 불안감을 불러일으켰으며, 당은 중국 내부의 충성도를 강화하기 위해 정책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중국 정권은 당에 맞선 대안 이데올로기를 따르는 자국민 수가 급증하는 것을 억제하려고 고군분투 중이다”라고 욜라 연구원은 전했다.

중국인 디아스포라에게까지 손을 뻗으려는 애국주의 교육법은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의 소프트파워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애국주의 교육법의 중국인 동질화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서다.

욜라 연구원은 “화교 커뮤니티 내에서 자체적인 문화 및 교육 참여를 강화해 각자의 문화에 관해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이해도를 높이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차이 대변인은 새 애국주의 교육법이 중국인들이 고국에서 벗어나 서방국가로 탈출하는 것을 가속화하는 역효과를 내리라 전망했다.

“미 국경순찰대는 남부 국경을 넘어 미국에 들어오려는 중국인이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공산주의 중국이 민주주의 서구보다 우월하다면 왜 그렇게 많은 중국인이 필사적으로 중국을 탈출하겠는가?”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