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대국외교’ 포기하고 G20 첫 불참…인도와의 결정적 장면 6

차이나뉴스팀
2023년 09월 8일 오후 6:14 업데이트: 2023년 09월 8일 오후 6:14

중국 당국은 4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진핑이 G20 정상회의에 불참하는 것은 그가 2012년 집권한 이후 처음이다. 따라서 이번 불참 배경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그 중 하나로는 인도와의 주도권 다툼이 거론된다.

중국 시사평론가 왕요췬은 “시진핑은 집권 후 대외정책을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감추고 실력을 키움)’에서 국제사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대국외교’로 변경했다”며 “G20 정상회의는 대국외교를 펼칠 중요한 마당”이라고 지적했다.

왕요췬은 또한 “하지만 시진핑은 갑자기 이 자리를 포기했다”며 2017년 7월 국경 분쟁 이후 답보상태에 머물던 중-인 관계가 올해 들어 더욱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인 갈등을 보여주는 6가지 사건을 거론했다. 이하 왕요췬의 설명을 정리했다.

미국, 인도와 밀착하며 중국 견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한 이래 인도는 미국이 중국 정권을 견제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가 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인도·태평양 전략을 한층 더 발전시켰다. 지난 6월 시진핑이 베이징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블링컨 장관을 ‘하석’에 배치했을 때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초특급 예우로 환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미국 외교 사령탑으로는 5년 만에 중국을 찾은 토니 블링컨(왼쪽에서 둘째)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이날 시진핑은 긴 테이블을 양쪽에 놓고 상석에 앉아 회의를 주재하듯 회동을 진행했다. | 로이터/연합

모디 총리를 위해 국가 원수만이 누리는 ‘국빈방문’의 예우를 했고, 성대한 군 의장대 행렬과 예포 21발을 쏴 환영했고, 귀빈 400명이 참석하는 국빈만찬을 베풀었고, 상·하원 합동 연설도 마련했다.

모디 총리는 이번 방문에서 첨단기술·안보 분야에서 공조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미중 관계가 수교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미국·인도 관계는 수교 이후 새로운 ‘절정’에 도달했다.

미국은 미국·인도 양자 관계, 미국·일본·호주·인도 4자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을 통해 인도와의 협력을 전방위적으로 심화해 인도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정권을 견제하는 중요한 극(極)으로 만들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6월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AP/연합

바이든이 이번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를 방문하면 인도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게 될 테지만, 시진핑은 바이든 대통령이 받는 예우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

과거 시진핑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면 주최국들은 통상 시진핑을 ‘국빈 방문’으로 초대했다. 그러나 이번에 인도는 시진핑을 국빈으로 초대하지 않았다.

중국 접경지역서 대규모 군사훈련

인도 공군은 G20 회의를 앞두고 4일부터 중국과 파키스탄 접경지역인 북부지역에서 삼지창이란 의미의 ‘트리슐(Trishul)’ 훈련을 개시했다. 11일간 진행되는 이번 훈련 기간에 공교롭게도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번 대규모 훈련은 인도가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서방 국가에 호의를 보이면서 중국 정권을 압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 분쟁지 카슈미르서 G20 행사

5월 22~24일 인도는 파키스탄과 분쟁 중인 인도 통제 카슈미르에서 G20 관광 실무단 회담을 개최했다.

1947년 영국 식민지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 독립한 이후 카슈미르는 인도가 5분의 3을, 파키스탄이 5분의 2를 통제하고 있다. 양국은 모두 이 지역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카슈미르를 차지하기 위해 두 차례의 전쟁을 치렀다.

중국이 카슈미르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악사이친 고원은 인도와 중국이 영토 분쟁을 하고 있는 지역이다.

인도가 이곳에서 G20 관광 실무단 회담을 개최한 것은 인도령 카슈미르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함이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회의 참석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사우스 정상의 목소리’에 중국 배제

인도는 1월 12~13일 ‘글로벌 사우스 정상의 목소리(Voice of Global South Summit 2023)’ 화상회의에 120여 개 개발도상국 정상을 초청했지만 중국은 초청하지 않았다.

주로 남반구에 몰려 있는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을 통칭하는 ‘글로벌 사우스’란 개념은 선진국 위주의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에 맞서 개발도상국이 한데 뭉쳐 협력하자는 주장을 펼 때 자주 사용한다. 남미·아시아·아프리카 120여 나라가 글로벌 사우스에 포함된다.

모디 총리는 정상회의 개막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함께 노력한다면 글로벌 어젠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중국은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개발도상국의 일원이 될 것”이라며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맹주임을 자처해 왔다.

그러나 인도는 중국 정권을 맹주로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의로 중국을 이번 정상회의에서 제외했다. 사실상 인도가 글로벌 사우스의 맹주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 중국 발표한 ‘표준 지도’에 강력 반발

지난달 28일, 중국 당국이 발간한 ‘공식 표준 지도’에는 인도와 국경 분쟁 중인 두 지역이 포함됐다.

하나는 인도가 실효 지배하는 인도 동부 지역인데, 인도는 ‘아루나찰프라데시주’라 부르고 중국은 ‘짱난’(藏南·남티베트)이라고 부른다. 다른 하나는 중국이 다스리는 인도 북부 악사이친 고원 지역인데, 인도는 이 지역을 인도 영토로 간주한다.

인도는 지난달 29일 이 지도에 대해 “국경 문제 해결을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이 영토는 인도에 속한다”며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다고 해서 자기네 영토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중국, 분쟁지역에 땅굴 등 군사시설 건설

인도 매체에 따르면, 최근 인도는 맥사(MAXAR) 위성사진을 통해 중국이 중국-인도 국경선에서 멀지 않은 계곡에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하고 있고, 계곡에는 이미 야영지와 도로가 여러 개 있음을 확인했다. 또 산을 뚫는 장면도 포착했는데, 터널이나 땅굴로 추정되는 입구를 최소 11개 발견하고 대형 설기계도 발견했다.

인도는 위성사진을 통해 중국이 중국·인도 국경 서쪽에서 인프라 건설을 하고 있음을 포착했다. 윗 사진 촬영 시점은 8월 18일. | 맥사(MAXAR) 위성사진 캡처

새로 건설된 터널 등은 장비나 물자 저장고 또는 방공호 용도로 보인다. 인도 매체는 구체적인 위치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현재 중국·인도 국경의 실제 상황을 감안할 때 양국 군이 충돌했던 갈완계곡 동쪽 구간 부근일 가능성이 높다.

2020년 6월 15일 밤, 중국과 인도는 국경 분쟁 중인 갈완계곡에서 무력 충돌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충돌로 인도군 20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도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이 이 민감한 지역에 군사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인도의 대중국 경각심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