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카르텔’ 보다 더 심각한 ‘외국인 유학생 카르텔’

전경웅 객원기자
2023년 07월 5일 오후 7:15 업데이트: 2023년 07월 5일 오후 7:15

윤석열 대통령의 일성으로 각 부처는 소위 ‘카르텔’ 제거를 준비 중이다. 그 중에서도 교육부는 첫 번째로 조치를 취한 부처다.

현재 교육부는 대입 수능 시험과 관련한 ‘사교육 카르텔’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카르텔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 바로 대학원과 외국인 유학생 간의 ‘학위 매매 카르텔’이다.

◇“국내 대학원 중국인 유학생, 적잖게 브로커 통해 입학”

수도권의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한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에 오는 중국인 유학생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학위 장사 브로커를 통해 대학원에 입학한다”며 “덕분에 브로커와 담당 교수가 챙기는 돈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공부할 생각 없이’ 한국 유명 대학원에 입학하려는 중국인 유학생이 주로 학위 브로커를 찾는다. 학위 브로커들은 석사 학위는 수천만 원, 박사 학위는 1억 원 이상의 돈을 받고 중국인 유학생과 대학원 교수를 이어 준다고 한다.

유학생의 입학을 허락해준 교수는 이후로도 돈을 받아 챙긴다. 예를 들어 해당 유학생이 우리나라 정부 지원금이나 민간 장학금 등을 받으면 이 돈도 입학을 허락해준 교수에게 고스란히 상납한다.

익명을 요구한 이 유학생에 따르면, 학위 브로커를 통해 국내 대학원에 입학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어도, 영어도 할 줄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배울 생각이 없다. 수업을 제대로 받겠다는 생각도 거의 안 한다.

그러다보니 한국어를 제대로 배워도 따라잡기 어려운 강의를 거의 이해 못하는 상태에서도 햇수만 채우고 석·박사 학위를 얻어 간다.

유학생의 말을 무조건 거짓이라고 매도하기 어렵다. 현실 때문이다. 2016년 8월 ‘조선일보’는 “10만 명이 넘는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은 36%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소개했다.

2017년 10월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데 따르면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외국인 유학생이 단 한 명도 없는 대학이 43개교, 전체의 19.8%에 달했다. 이 유학생은 “지금도 상황이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로커 통해 입학한 중국인 유학생, 허위 자료로 논문 통과

브로커를 통해 입학한 중국인 유학생들이 학위를 받는 과정도 문제라는 것이 이 유학생의 지적이다. 그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들이 학위 논문을 제대로 쓰기 위한 설문조사를 하거나 연구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반면 브로커를 통해 입학한 중국인 유학생들은 불법적인 행동을 한다. 이들은 학위를 받을 시기가 되면 중국 본토에 있는 업체를 통해 가짜 통계자료와 가짜 실험 결과를 구매해서 논문을 만든다.

중국인 유학생 대부분이 중국과 관련한 연구로 논문을 작성하기 때문에 중국 현지 통계나 자료가 필요하다. 문제는 우리나라 대학원 교수들이 중국 현지에서 설문조사를 했는지 사실 확인을 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논문 속 중국 현지 자료는 허위임에도 국내 대학원 교수들이 어쩔 수 없이 진짜로 간주해서 논문 심사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유명 대학원서 학위… 중국서 공무원 응시 스펙으로”

중국인 유학생들이 이처럼 거액을 써가며 국내 유명 대학원에 진학하는 이유는 중국 공무원 시험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유학생은 “중국 사회는 부모의 직업을 자녀가 잇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부모가 공산당 간부이거나 국무원 산하 정부 부처의 고위 공무원일 경우 자녀들도 같은 직업을 갖기를 바란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청년 실업률이 20%에 육박할 정도로 사정이 나쁘다.

교육부 전경. | 연합뉴스

이런 현실에서 한국의 유명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면 공무원 임용이 대단히 수월하다는 것이 유학생의 설명이었다. 우리나라 대학원에 거액을 주고 얻은 학위가 중국 사회에서 계급을 공고히 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다 우리나라 대학이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중국인 유학생에게 다양한 지원을 해주는 것도 문제다. 중국인을 포함해 외국인 유학생은 국내 대학이나 대학원에 손쉽게 입학하는 것은 물론 일부 학교에서는 장학금을 받고 기숙사비 면제에 용돈까지 받는다.

교육부는 현재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면 재정지원을 해준다.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가 밝힌 외국인 유학생 지원프로그램을 보면 성적 장학금 외에도 외부에서 8가지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 지방대는 정부 초청 외국인 대학원생에게는 등록금 전액 지원, 월 90만 원의 생활비, 귀국 시 항공료, 논문 인쇄비 등을 지원해준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정부, 특히 교육부가 외국인 유학생의 자질과 무관하게 그 숫자를 늘리겠다는 목표를 추구해온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3년까지 외국인 유학생을 20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목표를 악용하는 대학들은 자격이 없는 외국인들까지 유학생으로 받았다.

2021년 12월 ‘중앙일보’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학교를 정상적으로 다니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비자를 연장시켜준 경북의 한 대학 총장과 담당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고 전했다.

당시 검찰에 따르면 이 대학은 2018년 5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외국에서 온 어학 연수생들의 출석률을 조작한 성적증명서와 등록금을 납부한 것처럼 허위 발급한 영수증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제출해 212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비자 연장을 도왔다. 대학이 유학 브로커 역할을 한 셈이다.

아쉬운 것은 이런 사건이 꼬리를 무는데도 그동안 교육부가 유학생 입학자격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타파” 지시에 새로운 기대가 걸리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