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화웨이 견제, 퇴역 장성의 베이징 근무 경험이 계기됐다” 대만 언론

류지윤
2020년 06월 15일 오후 12:30 업데이트: 2020년 06월 15일 오후 6:19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IT대기업 화웨이에 대한 견제가 2017년 말에 퇴역한 한 미 공군 준장의 베이징 방문으로 시작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만 유력 시사주간지 금주간(今週刊)은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인 인식은 2018년 초부터 “빠르게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은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기획담당 선임책임자이자 퇴역 공군 준장인 로버트 스폴딩(Robert Spalding)의 베이징 방문으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스폴딩은 지난 1월 대만 방문 당시 금주간과의 인터뷰에서 2017년에 베이징 주재 미 대사관 무관으로 파견 근무를 했을 때의 경험을 언급했다.

당시 베이징에 도착한 스폴딩은 중국어를 습득하기 위해 현지 교사를 찾았다고 한다. 또 톈센트, 위챗, 바이두 등과 같은 앱을 자연스럽게 휴대전화에 다운로드받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스폴딩은 무심코 휴대전화에 내려받은 앱을 이용해 중국 정부가 얼마나 많은 개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지 놀랐다며 당시 경험을 회상했다.

그는 “식당에 들어가면 감시 카메라가 얼굴을 식별했다”며 “처음 보는 점원이 이름을 부르며 음식을 주문하라고 했다. 그래서 휴대전화를 꺼낼 필요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스폴딩은 이어 “우버(택시)를 부르려면 문밖으로 나가 정해진 지점에 가기만 하면 감시 카메라가 입술 모양을 보고 우버라고 말하는 것을 알아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놀랍게도 잠시 후에 우버가 도착한다는 것이다.

스폴딩은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을 정부가 데이터로 가져간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과 구매하는 것 그리고 꿈이 무엇인지 또는 어떤 문자를 보냈는지를 정부가 다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문은 이런 정부가 특정 누군가에게 제재를 가한다면 택시를 부르지도 대중교통을 탈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쇼핑을 할 때는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고 했다. 이유는 ‘사회 신용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스폴딩은 베이징에서의 경험으로 정부 통제 하에 과학 기술이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철저하게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5G 기술의 어두운 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2017년 5월, 워싱턴으로 돌아온 스폴딩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 기획실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지난 경험을 토대로 두 가지 과제를 스스로 선정했다.

하나는 백악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동료들에게 글로벌 패권국을 꿈꾸는 중국 공산당의 야심을 알리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미국과 동맹국의 5G 관련 사이버안보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는 화웨이와 ZTE가 각국의 5G 네트워크 구축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사실에 경각심을 가졌다. 중국 공산당이 해외로 침투해 지적재산권을 훔치는 행위는 이미 수십 년이 됐기 때문이었다.

이후 스폴딩은 ‘스텔스 워’(Stealth War: How China Took Over while America’s Elite Slept)라는 책을 집필해 “만약 중국 공산당이 5G 네트워크 통제권을 갖게 된다면, 각 국가와 도시의 정보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가져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폴딩은 백악관 입성 후에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킨다’는 주제의 포럼을 개최했다. 당시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경제, 정치, 법률 등 모든 차원에서 미국 국가안보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위협을 검토했다.

당시 토론회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비상한 관심을 모았고, 결국 그의 노력은 백악관 의사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2018년 1월 스폴딩은 사임해 백악관을 떠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 발표한 첫 미국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는 “미국의 인프라를 개선하고, 안전한 5G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글이 실렸다.

보고서에는 “주요 국가의 안보 산업을 미국 본토로 가져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2018년 2월에는 CIA, 국가정보국(NSA), 국가정보국(DNI), 연방수사국(FBI) 등 6대 정보기관 수장들이 해킹 등을 이유로 화웨이와 ZTE의 제품을 사용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이에 신문은 화웨이를 바라보는 미국 정부의 기본 시각은 2017년 말에 이미 정해졌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