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종교 수행을 하는 사람들의 두뇌에서 벌어지는 ‘기적’

브랜든 팰론(Brendon Fallon)
2023년 08월 10일 오후 8:20 업데이트: 2024년 01월 31일 오전 10:33

믿음·영성·명상을 실천해 온 역사는 인류 문명의 시작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런 일들이 수천년 동안 지속돼 온 사실은 사회, 가족, 개인에게 도움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잊혔을 테니 말이다.

우리는 대부분 믿음과 영성이 삶과 건강에 가져다주는 효용을 알고 있다. 우리보다 높은 어떤 존재와의 연결이 생존, 성공, 건강을 가져다준 사례를 공동체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그런 사례들은 차고 넘친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데이터는 그만큼 풍부하지 않다.

지난 7일(현지 시간) 영문 에포크TV ‘바이탈 사인’ 프로그램에는 신경학자 앤드류 뉴버그 박사가 출연해 신경학적 관점에서 명상 등 영적 경험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프로그램 진행자 브랜든 팰론과 뉴버그 박사와의 일문일답.

브랜든 팰론 | 에포크TV

-믿음, 영성, 명상이 두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해 줄 수 있는가.

“알츠하이머병,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두뇌를 스캔할 수 있다면 영성이 있거나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의 두뇌도 스캔할 수 있다. 연구팀이 이른바 ‘신경 신학’이라는 영역을 개척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두뇌 스캔 결과를 영성과 마음가짐 등의 효용에 대한 연구에 활용하는 건가.

“그렇다. 우리 연구팀은 그런 수행의 기전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지난 20~30년 동안의 연구 문헌들을 보면 명상과 기도 같은 행동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다양한 문제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여러 증거가 있다. 종교적, 영적 신념을 통해 사망률이 낮아지고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증거도 일부 존재한다.”

“연구팀은 그런 효과가 실제로 있다면 우리 두뇌와 몸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그것들을 알아보는 데 영상 기술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를 살펴보기로 했다. 이는 우리 인간이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행동하며 어떻게 성취를 이루고 행복, 건강을 유지하는지 알아보는 데 대단히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영적, 종교적 수행을 하는 사람들의 두뇌 스캔 결과 인상적인 점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점은 명상, 기도 등을 할 때 두뇌의 한 부분만 활성화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다양한 패턴을 통해 두뇌의 여러 부분이 활성화한다.”

“기도나 명상 같은 종교적, 영적 감정에는 인지적, 감정적, 경험적 요인이 있다. 그러한 수행을 통해 두뇌의 다양한 영역이 영향을 받을 걸로 기대됐고, 그래서 실제로 건강상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두뇌 관찰 결과 집중력, 주의력과 감정 조절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활성화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명상 등을 통해 집중력이 개선되고 스트레스나 불안을 더 잘 조절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집중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 두뇌 스캔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를 띠는가.

“명상을 시작한 사람의 이마 뒤에 위치한 전두엽이 ‘켜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혈류량이 증가하거나 대사 활동이 활발해졌다. 더 많이 일한다는 뜻인데, 흥미로운 점은 명상할 때 조용해지는 부위도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편도체 부위는 우리의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하는데 명상 등을 통해 스스로를 진정시킬 때 비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관심을 가졌던 또 다른 곳은 두뇌 뒷부분에 있는 두정엽인데 이곳은 우리가 어떤 시공간에 있는지 알도록 돕는 감각 정보를 담당하는 곳이다. 이 부분이 조용해지기 시작한다는 건 우리가 무아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주 관찰되는 현상은 사람들이 우주 혹은 인류, 신 등과 연결돼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두뇌의 감정적, 인지적 측면의 변화와 함께 두정엽에서는 그러한 변화가 동반됐다.”

-두뇌의 특정 부분에서 일어나는 신비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편도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뜻하는 트라우마와도 관련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연구 결과는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에게 어떤 점을 시사하는가.

“트라우마가 있는 경우, 자동차 사고라든가 총에 맞은 경험같이 트라우마를 촉발할 만한 어떤 낌새라도 들면 공포 반응을 관장하는 두뇌 영역인 편도체가 즉시 켜지게 된다. 그래서 두뇌 스캔을 해보면 많은 혈류량과 대사 활동이 관찰된다.”

“명상이나 기도를 하게 되면 그 부분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와 전두엽 사이에는 균형이 있다. 일례로 화가 나면 우리는 생각 없이 말하게 된다. 전두엽이 비활성화되고 감정에만 의존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면 우리는 숙고할 수 있게 되고, 침착해지고, 전두엽의 조절 기능을 통해 자제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명상이나 기도를 통해 일어나는 일이라고 본다. 두뇌가 균형을 더 잘 잡게 되고 그 결과 극단적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상당히 심각한 트라우마가 있더라도 극복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앤드류 뉴버그 박사 | 에포크TV

-영적으로 얻는 효과와 신체 변화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한 내용이 있는지.

“연구팀은 강도 높은 영성 수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기간 연구를 실시했다. 기독교에 기초한 수련법으로 사람들은 약 1주 동안 침묵하면서 대단히 강도 높은 명상, 기도, 자아 성찰을 하고 그 과정에서 그들을 이끌어주는 영적 지도자들과의 만남도 가졌다.”

“프로그램 전후로 두뇌를 스캔한 결과, 두뇌의 신경전달물질들, 특히 도파민 영역과 세로토닌 영역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는 우울증같이 우리의 감정을 담당하는 대단히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이다. 불안, 스트레스 등에 대한 반응에도 관여한다.”

“수련 프로그램 전후로 발견한 부분은 바로 이 세로토닌과 도파민 영역이 크게 변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도파민과 세로토닌에 대해 더 민감해졌다. 이는 매우 중요한데, 두 신경전달물질 모두 긍정적인 감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도파민은 보상 체계의 일부를 담당한다. 두뇌가 도파민에 민감해진다는 건 기분이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행복감을 느끼며 궁극적으로는 건강 전반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세로토닌에 대해서도 더욱 민감해진 걸 알 수 있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수련은 자연적으로 세로토닌을 증가시키고 두뇌의 민감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우울감과 불안을 줄이려고 (정신과) 약물을 투여하는 것에 비하면 마치 훌륭한 자연산 약물을 발견한 것 같았다이는 프로그램에 1주일간 참여한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인데 몇 주, 몇 달, 몇 년을 참여하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가는 대목이다.”

“아울러 오랜 기간 동안 명상과 기도를 한 사람들은 그러지 않은 사람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두뇌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이 연구의 성과 중 하나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 생각과 감정의 조절을 돕는 전두엽 같은 부위가 달랐다. 따라서 수련을 통해 장기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큰 잠재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항우울제 부작용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지표가 되겠다. 개인적 경험으로는 명상을 시작하고 나서 피부가 건강해진 느낌이었다. 가만히 앉아있었을 뿐인데 말이다. 그런 효과가 발생하는 건 어떤 이유에서인가.

“흥미로운 점은 수련이 두뇌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두뇌는 신체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신체 반응을 조절하게 되는데 ‘자율신경계’를 통해 주로 이뤄진다. 투쟁-도피 반응을 조절하는데, 우리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각성해서 이와 싸우고자 할 때 활성화된다. 신체의 안정 시스템과도 연결돼 몸을 이완시키고, 에너지를 회복하고 에너지를 아끼고 기분 좋게 느끼도록 도와준다.”

“자율신경계는 피부를 포함해 우리 몸 전체와 연결돼 있다. 피부를 통해 나오는 땀의 양에도 관여하고 모든 호르몬 시스템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그래서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 같은 생식 호르몬이나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모두 수련을 통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명상과 기도는 우리가 더 효과적으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다양한 신체적 변화를 가져온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변화는 면역 체계를 수정해 면역 체계가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돕는다는 점이다. 6~7년 전쯤 나온 연구에선 명상 수행을 하는 사람들은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면 항체를 더 많이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상황에서 코르티솔이 분비되고 그로 인해 면역 체계가 억제되곤 한다. 명상을 하고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면 면역 체계가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