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학자 “선거 앞두고 中 ‘인지전’ 총력…목적은 내분 조장”

정향매
2023년 07월 31일 오후 8:00 업데이트: 2023년 07월 31일 오후 8:54

내년 1월, 대만에선 제16회 총통·입법원 선거(대선·총선)가 치러진다. 대선과 총선을 불과 6개월 앞두고 대만에서는 중국의 인지전(認知戰)에 대응하기 위한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지전은 지속적으로 적국 국민의 의사결정 과정을 교란해 판단력과 전쟁 의지를 무력화하는 전략이다. 중국 당국의 인지전은 대만 대선 시기마다 정점에 달했다. 

가운데 대만과 유럽의 다수 언론에 중국의 정보전, 인지전에 대한 분석을 제공해 온 한 대만 학자의 강연이 눈길을 끈다. 선붜양(沈伯洋) 대만민주실험실 이사장 겸 대만 타이베이대 범죄학연구소 부소장이 그 주인공이다. 

선 이사장은 지난 27일 대만청년디지털문화창신협회가 주최한 ‘허위 정보, 사이버 범죄 및 국가안보 포럼’에 참석해 ‘미래의 인지전’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다음은 그의 강연 내용이다. 

선 이사장은 “중국 당국은 △군사 행동으로 상대방을 위협하는 심리전 △온라인 허위 정보를 확산하는 사이버전 △우호 관계 유지, 경제 협력을 내세우는 통일전선 공작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지전을 실행한다. 인지전 사용 빈도와 강도는 시기별로 다르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구미 각국 중견 정치인이 대만을 방문할 때마다 중국인민해방군은 대만해협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해 대만을 위협했다. 당시 온라인 허위 정보도 증가하는 추세였다. 최근까지도 각국 정치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유포한 온라인 허위 정보는 줄어든 반면 군사 위협 횟수와 통일전선 공작 사례는 늘었다”고 설명했다.

대만은 지난해 11월 26일 지방공직인원 선거(지방 선거)를 실시했다. 대만 지방 선거 이후 많은 주민회장(이장·里長), 민간단체장이 ‘양안(兩岸) 교류’ 명분으로 베이징에 초대됐다. 

선 이사장은 “이들 주민회장은 귀국 후 ‘팬데믹이 끝났으니 열심히 운동하자. 중국이 주민센터에 헬스 기구를 기증했다. 중국이 이렇게 대만에 신경을 써주는데 대만을 침공할 리가 없다’고 선전하기도 했다”며 “이는 중국 공산당이 사용하는 가장 오래된 여론전 수단”이라고 평했다. 

사이버전과 관련해 이사장은 중국 당국은 허위 정보를 확산하는 대신 ‘스토리텔링 전술’을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토리텔링 전술은 흥미로운 이야기로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전술이다.

선 이사장은 대만에서 발생한 실제 사례를 언급했다. 2018년, 중국 댓글부대는 매일 약 2만 개의 페이스북 계정에 대만 공기오염 데이터를 공개했다. 같은 시기 “예전에 핑둥시에는 살면 아침마다 다우(大武)산이 보였다. 지금은 공기 오염이 너무 심각해서 다우산이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이 한 달간 다수 페이스북 계정에 잇따라 게재됐다. 다우산은 핑둥시 외곽에 있는 산이다. 결국 대만 사람 다수가 ‘대만의 가장 큰 문제는 공기 오염’이라고 믿게 됐다. 

이사장은 “당시 게시된 공기 오염 데이터는 진짜 데이터다. 대만은 확실히 공기 오염 문제가 있으며 대우산도 흐릿하게 보인다. 이는 허위 정보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여론을 유도하고 상대방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기 위한 전략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토리텔링 전략 대응하는 방법은 허위 정보 대처 방법과 전혀 다르다”고 덧붙였다. 

대만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수 여론조사에 의하면, 대만 국민의 50~60%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저항하겠다’고 답했다. ‘항복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25%였고, 나머지 20%는 ‘의견이 없다(沒意見)’고 했다. 선 이사장은 “중국 당국은 ‘의견 없는’ 20% 중도층을 인지전의 핵심 타깃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틱톡 콘텐츠는 민진당 또는 국민당 지지자들의 정치 성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중도층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 선 이사장은 “중국 당국의 목표는 약 20%에 달하는 중도층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생각이 바뀌면 기존에 ‘저항’을 주장하는 25%와 합쳐 약 50%에 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 공작이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선 이사장에 의하면 중국의 댓글부대는 어느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대만의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게 목적이다. 대만 국민이 미국, 대만 정부를 불신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약화하는 게 중국 당국의 속셈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수 해외 전문가는 ‘대만은 중국 당국이 인지전을 실행하는 실험실’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실험실은 중국 본토 신장, 홍콩 등의 지역”이라며 “중국 당국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내 안정을 유지하는 것으로, 중국 공산당이 자국 내에서 사용하는 여론 통제 수단을 이해하면 대만에 대한 공격도 모두 이해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