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독립 성향 민진당 재집권할까 불안한 중국, 내년 대선에 AI 활용해 개입할 듯

최창근
2023년 06월 27일 오후 8:59 업데이트: 2023년 06월 27일 오후 8:59

2024년 1월 13일로 예정된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여야 3당 후보 간 희비가 엇갈린다. 라이칭더 부총통을 내세운 집권 민주진보당은 당 인사들의 성(性) 관련 비위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허우유이 신베이(新北) 시장을 후보로 선출한 제1야당 국민당은 지지율 하락의 늪에 빠졌다. 후보 교체론도 힘을 얻고 있다. 제3후보 커원저 대만민중당 주석은 지지율 고공 행진으로 고무돼 있다.

미중 간 대리전 양상을 보이는 대만 대선을 앞두고 중국의 선거 개입 경고가 다시금 제기됐다. “중국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선거에 개입할 수 있다.”고 대만 안보기관 고위 관리가 경고했다.

6월 25일,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와 영자 자매제 타이베이타임스(Taipei Times) 보도에 따르면, 대만 안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이 내년 대만 선거에 개입하기 위한 허위 정보 캠페인의 일환으로 딥페이크(deepfake·합성조작)를 활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지(認知)‧정치전의 일환이다.

해당 관리는 “중국이 생성형 AI를 통해 허위 정보를 대량으로 자동 생산하고, 사진·영상 디지털 조작을 포함한 신기술을 활용하여 정보 환경을 조작해 대만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치려는 노력을 배가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더하여 “중국이 선거 사기에 대한 거짓 주장을 지원하거나 특정 후보가 극단적인 연설이나 행동을 한 것처럼 묘사하고자 영상을 조작하는 데 해당 기술들을 사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중국의 허위 정보 캠페인은 대만 선거가 전쟁과 평화 중 양자택일을 하는 것이라고 제시하면서 대만 정부의 통치 능력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대만 국민 사이에서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 의구심을 퍼뜨리기 위해 펼쳐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의 캠페인은 미국으로부터 무기 조달, 대만 대표 반도체 기업 TSMC의 미국 사업 확장 계획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관리는 “중국이 합법적인 외국 기관으로 가장하고 외국 관리의 발언을 왜곡하고자 대만과 중국 외 지역에 등록된 가짜 사이트를 활용해 허위 정보를 퍼트릴 것이다.”라며 구체적인 분석을 내놨다. 예를 들어 미국 저명 싱크탱크 연구원의 발언을 빙자하여 “유사시 미국은 대만을 돕지 않고 방기(放棄)할 것이다.”라는 식의 가짜 뉴스를 유포하여 대만 국민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여 친중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안보기관 관리는 “중국은 시각적 스펙터클을 강조하고 조작된 중국 인민해방군의 위협적인 훈련 영상으로 대만 군의 방어 능력에 대한 대만인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자 한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말했다.

그는 중국의 궁극적 목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설명에 의하면 중국의 목표는 중국을 받아들이는 것이 평화의 길임을 제시하고, 전쟁 위협을 고조해 대만 독립운동을 저지하는 것이다.

중국의 대만 여론 조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대만 대중이 정부를 불신하도록 불화의 씨를 뿌리는 것도 중국의 핵심 노력이다. 중국 선전선동가들이 소셜미디어에 원자력발전소 단계적 폐지, 그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등 대만 민생 문제에 대해 부정적 댓글을 달았다.”고 주장했다. 탈(脫)원전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2016년 집권한 차이잉원 정부는 출범 후 원전 폐기 공약을 이행하고 있다. 이는 대만사회에서 찬반이 분분한 대표적인 이슈이다.

안보기관 관리는 “중국 관리들은 노골적인 위협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대규모 워게임이나 대만에 대한 경제 제재를 삼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대신 집권 민주진보당에 대한 부정 여론을 조작하고 특정 정치인을 둘러싼 부정적인 내러티브를 만들어 대만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2016년 집권하여 2020년 재선에 성공한 차이잉원 총통의 민주진보당 정부는 대만 독립 성향이다. 중국은 차이잉원 총통이 집권한 2016년 이후 대만과의 대화 채널을 단절했다.

중국공산당은 내년 대선에서 대만 독립 성향이 차이잉원 총통보다 더 선명한 라이칭더 부총통이 당선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대신 친중 성향의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 당선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허우유이 후보가 지지율 부진으로 당선 가능성이 낮아지자 차선책으로 제2야당 대만민중당 커원저 후보 당선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도 실용노선을 표방한 커원저는 대중국 정책에 있어서도 기존 대만 독립 노선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당선될 경우 중국과 문화·정치적 교류를 추진하겠다.”며 기존 대만 독립 노선에서 중도로 선회한 입장을 밝혔다. 커원저 후보는 지난 6월 21일 “대만은 미중 관계의 영향을 다루면서 균형을 취해야 한다. 대만 정부가 ‘유연하고 민첩한’ 상태로 남아 있다면 대만은 미중 상호작용의 파장 사이로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균형외교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은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후보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방중 시 중국 고위 관리들은 블링컨 장관에게 미국이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지, 민주진보당을 친구로 여기는지 등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블링컨 장관과의 대화에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라이칭더의 정치적 태도가 대만해협 양안 갈등을 심화하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해 미중 관계를 추가로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도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