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도착 대만 부총통 “위협에 굴복 안 해…중국과 대화할 용의”

한동훈
2023년 08월 14일 오후 4:11 업데이트: 2023년 08월 14일 오후 10:02

대만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이 12일(현지시간) 경유지로 택한 미국 뉴욕에 도착해 “대만은 권위주의의 위협에 굴하지 않는다”고 표명했다.

내년 중화민국(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집권 민진당 후보로 출마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라이칭더 후보는 “중국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12~18일 일정으로 중남미 수교국인 파라과이 방문을 시작한 라이칭더는 출국할 때 뉴욕을 경유하며 귀국할 때는 샌프란시스코를 거칠 예정이다.

공산주의 중국은 이를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했다고 반발하고 있으나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중국은 ‘하나의 중국’에 대해 동의하고 있으나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다. 중국은 ‘원칙’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미국은 ‘정책’이라고 표현한다.

중국 공산당에 있어 ‘하나의 중국’은 “중국(China)의 유일한 합법적인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이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원칙이다.

그러나 미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이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입장을 갖고 있음을 인정한다”는 개념이다. 여기에는 ‘미국은 대만을 중국의 일부라고 인정한다’는 개념이 없다.

즉, 중국의 입장을 받아들인다는 표현만 담겨 있다. 미국은 공식적인 ‘정책’은 대만의 지위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이나 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을 실효 지배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대만 역시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고 있다. 다만, 중화민국(대만)이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중국에서 공산당을 몰아내고 영토를 수복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다만, 민진당 천수이볜 집권 이후 대만 내에서는 ‘중화민국’ 혹은 ‘중국’이란 표현을 줄이고 ‘대만’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나타났다. 이는 대만과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을 별도의 합법적 정부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서로 주권국가로 인정하자는 이야기다.

이로 인해 대만에서는 ‘하나의 중국’에 관해 논란이 일고 있으나, 최근 중국 공산당이 대만에 대한 무력 침공 야욕을 노골화하면서 ‘대만 입장에서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고 중화민국의 정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하나의 중국’, 미국·중국·대만 간 시각차

중화민국(대만)만이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대만 입장에서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고 국제사회에서 이를 인정하도록 해야만 대만 침공은 주권국가(중화민국)에 대한 무장세력(중국 공산당)의 불법 침공으로 규탄받을 일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중국 공산당과의 명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야 향후 공산당이 벌일 선전공작, 인지전(가짜뉴스 등을 퍼뜨려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등 일종의 심리전)을 물리칠 수 있다는 논리가 담겨 있다.

한편, 라이칭더는 중남미 방문길에 오르기 전인 지난 8일 현지 매체 싼리신문(SETN)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 아니다”라며 “대만의 주권은 중국에 속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친독립 성향 후보’라는 평가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민진당은 평화의 정당”이라며 “대만의 모든 정당과 대만인 다수는 중국과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중화민국의 주권을 지키면서도 중국 공산당과의 전쟁 등 극한 대립을 피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민진당에 도전하는 국민당은 현재 민진당과 라이칭더 후보를 상대로 ‘친독립 성향’이라는 공세를 펴고 있다. 평화를 깨뜨리고 중국 공산당과의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대만 총통실에 따르면, 라이칭더는 뉴욕 도착 후 지지자들과 만나 재차 평화와 안정을 강조했다. 그는 “대만이 안전하면 세계도 안전하고, 대만해협이 평화하면 세계도 평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에 대한 권위주의의 위협이 아무리 크더라도 우리는 절대 겁먹거나 위축하지 않고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를 지킬 것”이라며 “존엄성과 평등의 기본에 대해 중국과 대화하고 평화와 안정을 기꺼이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만과 중국은 서로 종속되지 않는다”며 주권 수호를 강조하면서 “대만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대만 국민뿐이며 대만과 중국은 서로 종속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