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신남방 정책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승격돼야”

이연재
2022년 05월 19일 오전 12:23 업데이트: 2022년 05월 19일 오전 11:44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 서울에서 처음으로 대면 회담을 하게 됩니다. 일각에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따른 한미 양국 정부 간 공조 대응방안이 우선 의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 측에 ‘요구’할 사항 또한 적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특히 ‘중국 견제’ 전선에 적극 동참할 것을 요청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를 만나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무엇이 될지 미국은 우리에게 어떤 요구들을 할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0일부터 취임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 순방에 나섭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방문하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겁니다.

이를 두고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김재천 교수는 “한미동맹이 미일 동맹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한국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 강화와 북한 문제,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에 관한 논의들이 오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의제 1: 한미동맹 강화에 관한 논의

[김재천 |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 :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 그다음에 중국과 벌이고 있는 신냉전 때문에 어떻게 보면 미국과 같은 중추적인 자유주의 국가인 한국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한미동맹의 역할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굉장히 더 중요해졌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저는 세 가지 정도 주요 의제가 있을 것 같은데요. 첫 번째 의제는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지키는 데 한국과 미국이 어떠한 역할을 같이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지금의 국제질서를 규칙에 의거한 국제질서라고 하거든요. 이런 규칙에 의한 국제질서, 자유주의 질서가 지금 도전받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고 중국 또한 지금 기존의 국제질서의 변경을 도모하려고 하고 있거든요. 이게 미국과 또 한국과 같은 자유주의 국가, 그다음에 현상유지를 희망하는 국가에게는 큰 도전이 되고 있는 것이에요.”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께서 취임식에서 ‘자유’라는 말을 서른다섯 번 했습니다. 그리고 자유가 억압받는 데에 한국이 조금 더 큰 역할을 하겠다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아마 바이든 행정부에서 반갑게 들었을 것이에요. 그래서 자유주의 규칙에 의거한 국제질서를 보호하고 강화하는 차원에서 논의가 될 것 같고요.”  

의제 2 : 북한 문제에 관한 논의

“두 번째는 역시 북한 핵 미사일 위협에 관한 논의입니다. 지금 북한이 또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는 그런 예측이 나오잖아요. 그리고 미사일 능력을 보여주는 그런 실험을 계속 강행하고 있고 한국은 안타깝게도 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미국의 ‘확장 억지’에 많은 부분 의존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책에 있어서는 저는 좋은 정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선택은 나쁜 정책과 더 나쁜 정책 사이에서의 선택이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핵과 미사일 위협을 없애기 위해서 선제적인 군사 공격을 한다는 것, 이건 가장 나쁜, ‘워스트(worst)’ 정책이고요.”

“그것보다 조금 낫지만 그래도 여전히 안 좋은 정책 ‘월스(worse)’ 정책은 북한이 해달라는 거 다 해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재를 해제해주고 그다음에 한미 군사훈련 중단하고 그러면 대화에 나오겠다고 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그러고 대화에 나오면 뭐 합니까? 북한은 결국 한미동맹의 해체까지 염두에 두고 미국의 군사자원을 한반도에서 퇴출시키려고 하는 것이고 그래서 어떻게 보면 북한 그리고 중국까지 포함한 그들의 의도에 넘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월스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배드(bad) 정책은 제재를 계속 유지하거나 강화하고 필요에 따라서 억지, 그다음에 방어력을 제고하는 것이죠.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북한 정권의 어떤 전략적인 셈법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에요.”

“이건 저도 배드(bad)  정책, 나쁜 정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아까 말씀드렸듯이 북한 정책에 있어서는 저는 좋은 정책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마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 확장 억지를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 조금 더 실질적인 어떤 논의가 진행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의제 3: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한 논의

“세 번째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어떠한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것 같은데요. 사실 2021년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서 구체적인 논의가 사실 진행이 되었고요. 그런 논의 결과가 한미정상회담 선언문에 다 반영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께서 선거 기간 동안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 그리고 ‘한국도 인도·태평양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 이런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양 정상이 인도·태평양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전략적인 지역에서 어떠한 협력을 할 것인지 어떻게 협력을 강화할 것인지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양국 간 경제 및 통상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일각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견제 차원에서 추진 중인 IPEF가 이번 순방 기간에 공식 출범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한미동맹 강화 차원에서 IPEF에 참여 의사를 밝힌 상황입니다.

[김재천 |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 :

“군사적인 협력을 보란 듯이 강화하면 이게 역작용이 있을 수 있거든요.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을 할 수도 있고 그리고 영내 국가들의 동참을 유도해내기도 어렵습니다. 근데 ‘경제적인 협력을 강화하자’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한국뿐만 아니라 지금 영내에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호응을 불러 일으키기가 더 쉬운 것이거든요.”

“지금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인도·태평양 전략 중에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 워크(IPEF)’라는 개념을 선보이고 있어요. 사실 오바마 행정부 당시부터도 미국의 아시아 관여 전략이 있었습니다. TP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가입을 폐기해 버렸어요. 왜냐하면 국내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었던 것이거든요.”

“지금은 미국이 어떠한 자유무역협정도 체결하기 어려운 그런 국내 정치적인 환경입니다.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은 수가 미 의회의 비준이 필요 없는 이코노믹 프레임워크, ‘IPEF’와 같은 정책 개념을 내놓는 것이에요. 그리고 이런 경제적인 관여 전략이 사실 굉장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영내에서 중국의 경제적인 영향이 굉장히 크고 더 커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적인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서 미국의 적극적인 경제 관여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러한 관여 전략의 일환으로 지금 ‘IPEF’라는 전략 개념을 내놓고 있고요. 그리고 지금 아세안 국가 정상들과 막 회의를 했습니다. 그 회의에서도 미국이 경제적인 관여 전략을 소개하고 그 전략에 적극적인 호응을 부탁했거든요.”

“한국에도 마찬가지로 ‘IPEF’라는 경제 관여 정책에 동참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할 것입니다. 미국은 미국 중심으로 핵심적인 산업 분야에서 공급망을 재편하고 강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러한 의지를 천명할 것 같고요.”

김 교수는 “미국이 추진하는 ‘IPEP’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IPEF는 무역, 공급망, 탈탄소 및 인프라 등 4개 주제를 중심으로 참여국의 경제 분야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협의체입니다.

그러나 IPEF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한 중국이 경제적 영토를 확장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대항마로서, 바이든 행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해온 인도·태평양 국가의 경제 협력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은 내년 11월 출범을 목표로 호주, 뉴질랜드를 비롯해 싱가포르,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IPEF에 포함한다는 구상입니다.

문제는 중국의 반응입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IPEF 구상을 경제와 기술 차원에서 옥죄려는 반중 연합체 구축 시도로 여기면서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한국 외교의 기본 방향은 자유민주주의를 포괄하는 ‘핵심’ 가치에 기반해야 한다”며 “한국은 중국에 대해 좀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보편적 가치와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한국이 전면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재천 |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 :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 국제 관계 학자들 사이에서는 ‘룰즈 베이스 인터내셔널 오더(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라고 합니다. ‘RBIO’라고 하거든요. 이러한 현상 질서를 유지하기를 희망하는 현상 유지 국가들이 있는 것이고 그다음에 그러한 국제질서가 ‘불편하다’는 그런 국가들이 있어요. 그런 국가들을 국제정치학자들은 수정주의 국가라고 합니다.”

” 기존의 질서를 수정하고 싶어 하는 것이죠. 그런 국가들은 중국, 러시아 그리고 북한도 거기에 지금 동참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국제관계가 좀 진영화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고요.”

“그렇다면 한국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룰스 베이스드 인터내셔널 오더’ 그러니까 규칙에 의거한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지킴에 있어서 보다 큰 역할을 해야 된다는 것이죠. 왜냐하면 한국의 정체성에 맞는 외교를 할 때가 된 것이에요.”

“한국의 정체성은 무엇입니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거든요. 이러한 제도가 국제적으로 잘 가동이 되었을 때 한국이 정말 역대급의 번영을 구가했습니다.
지난 30년간이 그랬어요. 이 기간이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잘 가동됐던 그런 시기입니다.”

“한국은 동북아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이기 때문에 우리의 주권을 지켜나간다는 것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에요. 그렇다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과 연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러한 국가 중에서도 역시 미국과 연대하는 것이 저희의 선택일 수밖에 없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한미동맹 위주로 가야 됩니다. 그러한 정책은 결국은 중국이 좋아할 리가 없는 것이죠. 북한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가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우리의 이익을 보전하고 강화시켜 나가는 데 있어서 우리가 주저해야 되고 그들의 눈치를 봐야 되냐?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저희가 훨씬 더 당당하게 외교를 할 수 있어야 되는 것이에요. 그러한 결정이 중국과 북한의 이익에 상반되더라도 저희들은 자신 있게 해 나가야 됩니다. 왜냐하면 저희의 주권을 지키는 것이고 저희의 핵심적인 국가이익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면 할수록 중국과의 관계 북한과의 관계도 조금 더 정상화될 수 있겠죠.”

윤석열 정부는 출범 전부터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한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포괄적 전략동맹이란 한미동맹을 대북군사동맹으로 국한하지 않고, 인권, 민주주의, 경제협력 등의 이슈로 확대하자는 취지입니다.

김 교수는 한미동맹이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가기 위해서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천명한 신남방 정책을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정상 회담에서 이런 논의들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재천 |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 :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을 할 때 아마 좀 긴 리스트를 만들어 가지고 올 거예요. 윤석열 정부가 한미 동맹을 더 강화하고 그다음에 한미 동맹을 주춧돌로 하는 외교안보 정책을 하겠다는 것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 입장 외에도 이제는 구체적으로 성과를 내야 된다는 것이죠. 미국과 어떠한 협력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나와야 되는 것이에요.”

“저 개인적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이라는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더 큰 개념의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승격시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전략을 추진할 때 한미동맹이 정말 포괄적인 동맹으로 진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국의 신남방 정책을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격상하고 미국과의 협력을 도모할 때 한미 동맹은 명실상부한 포괄적인 글로벌 동맹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NTD뉴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