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남태평양 전쟁, 모든 전쟁의 서막이 될 것인가

그레고리 코플리(Gregory Copley)
2022년 07월 30일 오후 5:48 업데이트: 2022년 07월 31일 오전 1:23

중국은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후 남태평양에 대한 전략적 공세를 강화했다.

호주, 영국, 미국을 아우르는 삼각 동맹인 오커스(AUKUS)의 이론상 전략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은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는 최근 몇 달간 서방 언론의 헤드라인 기사로 등장하지 않았던 변화다.

중국의 이러한 전략적 활동의 원동력 일부에는 2022년 후반기에 열리는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회의(제20차 당대회)를 앞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

이 행사는 시진핑 주석의 권력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이 남태평양 지역에서 강화한 ‘아일랜드 호핑(Island Hopping·섬과 섬을 잇는 짧은 여행, 군사전략에선 배후 도서지역을 적의 보급선으로부터 차단하는 전법)’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돌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

인도는 티베트 국경과 동남·남아시아에서 중국의 남진(南進)에 맞서 현상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으나, 이웃 나라 스리랑카가 경제·사회적으로 붕괴한 탓에 방해를 받고 있다. 스리랑카가 중국 공산당의 약탈적인 ‘일대일로’에 참여했다가 부채 함정에 빠져 주요 항구 운영권을 중국 공산당에 넘겼기 때문이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한 도로에서 작업인부가 건설 작업을 하고 있다. 2018.8.5 | Lakruwan Wanniarachchi/AFP/Getty Images=연합뉴스

중국 공산당은 미국의 전략적 관심의 초점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두는 조 바이든 정부가 감사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외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심을 쏟느라 중국에 대해서는 거의 ‘무선 침묵(radio silence)’을 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전랑(战狼·늑대전사)’ 외교를 부활시키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물리적 확장을 하는데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남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과 실제 군사력 확대에 주요 걸림돌이 되어온 것은 미국의 영향력과 능력이었다.

미 국방부는 꾸준히 중국의 태평양 침투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 지역을 명백히 무시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쿼드 4개국 회의에서 쿼드 회원국에만 대러시아 제재 지지를 요구했다. 이마저도 인도가 동참을 거부하면서 실패했다.

지난 2021년 9월 오커스 창설은 중국 공산당에 중요한 경고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이 남태평양 전역에 걸쳐 작은 독립 국가들과 협정을 맺으려는 시도를 저지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022년 4월 솔로몬제도와의 ‘중국-솔로몬제도 안보협정’ 체결 이후 이 지역 여러 국가를 장기간 휩쓸고 다니며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에 대한 중요한 반격은 미국, 호주, 뉴질랜드가 아니라 남태평양 정부들의 우려에서 비롯됐다.

최근 이 지역 일부 국가들은 기꺼이 중국 편에 서서 호주와 뉴질랜드 그리고 미국과 대립했다. 중국 측의 잠재적 투자자, 금융기관, 대출 관련 정부 기관들의 환심을 얻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피지와 파푸아뉴기니 정부는 이 지역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대신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공격적 시도에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 공산당은 호주와 가장 가까운 외국 항구인 파푸아뉴기니 남동부의 다루(Daru)항을 포함해 많은 지역과 국가의 항구를 통제하고 있다.

또한 필리핀, 호주 쪽에는 어선을 투입해 영해를 침범하도록 하고 있다. 이 어선들은 호주와 뉴질랜드 북부 사이에 위치한 노퍽 열도 바로 곁에 정박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것들은 중국이 다양한 위장 전술을 동원해 인도·태평양을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사례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중국 저장성 저우산 항구에서 출발한 중국 어선들이 동중국해로 항해하고 있다. 2021.8.1 | Chen Yongjian/VCG via Getty Images

현재 중국의 지리학적 위치는 1930년대 후반~1940년대 초반 일본 제국주의가 추구하던 ‘대동아공영권’과 매우 유사하다.

중국 공산당은 또한 2000년대 들어 미국과 서방의 영향력이 약화된 아프리카 지역에서 추진했던 전략적 영향력 확대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재연하고 있다. 서방의 영향력이 감소하거나 관리 소홀로 생긴 공백에 베이징이 들어서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은 ‘남태평양에 대한 종주권(suzerainty)이 호주, 뉴질랜드, 미국에 있다’고 여겼다면, 지금은 중국이 기세를 타고 있다.

지난 5월 28일, 중국은 이 지역에서 사모아와 또 다른 전략적 협정을 체결했다.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신임 총리가 태평양 제도에 제공할 “포괄적 계획”을 마련했다는 발표와 함께 취임 선서를 하고 바로 나흘 뒤였다.

호주의 새 노동당 정부 페니 웡 신임 외무장관이 즉각 이 지역을 방문해 설득에 나섰지만 이 ‘포괄적 계획’은 거의 실현되지 못했다.

지난 8일 호주 해양 전문가 스튜어트 발렌타인은 호주의 정치매체 <스펙테이터 오스트레일리아(The Spectator Australia)>에 쓴 글을 통해 “태평양 제도 국가들과 함께 일한 수십 년간의 경험으로 볼 때 이 지역 소규모 국가들이 그간 호주의 원조가 쓸모없을 뿐만 아니라 유지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었다는 점에 신물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호주가 제공한 값비싼 선물인 길이 39.5m 가디언급 경비정을 언급하며 이렇게 적었다.

“3년 전 호주는 사모아에 경비정 나파누아 2호를 제공했다. 용골 양쪽에 노출된 프로펠러와 방향타를 장착한 길고 날렵한 모양의 이 경비정은 바닷속에 산호초가 가득하고 좁다란 남태평양의 작은 항구에는 정박할 수 없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호주 납세자 세금 200만 달러(약 26억원)를 들여 잠수식 바지선으로 케언스까지 운반한 후 전손(全損·완전히 쓸모없게 됨) 처리된 셈이다.”

호주 조선업체 오스탈이 호주 국방부에 납품한 가디언급 경비정 ‘테쿠쿠파 2호’ | 사진=오스탈

“2천kWh급 캐터필러 2기를 장착한 이 경비정은 시동을 걸어놓는 것만으로도 자국 내 경유 가격이 1리터당 3달러(약 3500원)에 육박하는 13개 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 악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다. 따라서 32만 제곱킬로미터의 경제구역 순찰은 이 국가들의 빠듯한 예산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경비정은 거의 항상 놀고 있다.”

발렌타인은 “호주 외교통상부에서 이 남태평양 국가들을 방문해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사람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남태평양 섬사람은 대부분 친척이 많이 거주하고 일하고 교육받는 호주와 뉴질랜드에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나 그들은 중국의 투자와 대출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으며, 이제 미국 워싱턴과 호주 캔버라, 영국 웰링턴의 높으신 양반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즐기고 있다.

이 지역의 강국 피지는 호주와 수많은 마찰을 겪었으며, 그로 인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큰 열의를 보였다. 그러나 그랬던 피지 정부조차도 지금은 자국은 물론 남태평양 전반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12일 피지의 수도 수바(Suva)에서 열린 태평양제도포럼에 화상으로 연설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중국은 얻지 못한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했다. 태평양 제도에 대한 미국의 지원예산을 향후 10년간 기존 연 2천만 달러에서 6천만 달러로 3배 늘리겠다고 제안했다.

중요한 것은 이 포럼에 수바 주재 중국 대사관의 국방무관(武官)과 부국방무관이 초대받지 않고도 참석했다는 점이다. 이들을 알아본 기자에게 정체를 들킨 두 사람은 피지 경찰에 의해 포럼장 밖으로 호송됐다.

즉,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남태평양에서 새로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정신이 팔려 새로운 태평양 전쟁에 늦게 도착했다. 제2차 세계 대전에 늑장 참전한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러한 시선 분산은 누군가의 전략이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느라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필요한 제한된 탄약과 기타 자원을 소진했다. 이 과정에서 서방 방위군은 어떤 적과도 장기적인 군사적 충돌을 지속할 수 없음을 드러냈다.

새로운 호주 정부는 중국에 대한 방어체계를 구축하려 하지만, 사회 보장 예산이나 녹색 에너지 사업에 넉넉지 않은 예산을 배정해 상황을 풀어나가기 어려워졌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느라 이미 치솟은 인플레이션으로 타격을 입은 국방예산을 쥐어짜야 했다. 이렇게 우크라이나에 넘긴 무기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호주 연간 국방비의 2배에 육박한다.

페니 웡(좌) 호주 외무장관이 2022년 7월 8일 인도네시아 휴양지 발리 누사두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담과 별도로 열린 왕이 중국 외교장관과 양자회담에서 팔꿈치를 부딪치며 인사하고 있다. | Johannes P. Christo/Pool/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한편 중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생긴 연막을 이용해 대만과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중국 국무원의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지난 13일 대만과 중국은 모두 ‘하나의 중국’에 속하기 때문에 대만해협에 중심선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배수량 6600t급 초대형 순찰선 하이쉰 6호가 푸젠성 앞바다에서 구조·조사·감시 임무를 맡았다고 밝혔다. 대만 정부는 이 순찰선과 추후 발생하는 사건을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공산당의 인민해방군과 외교부는 대만 문제에 대해 언론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지난 8일 미국 릭 스콧 상원의원(공화당)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인민해방군 동부군구 대변인은 대만 문제는 중국 내정이라며 대만 통일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지난 6월 대만해협이 공해가 아니라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표에 이은 것이다. 현재 중국 해군은 대만해협에서 하이쉰 6호의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경계 태세에 돌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당 대회와 그 이후를 대비한 새로운 압박 도구가 될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단계적으로 군사적 압박을 증대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공식적으로 관여하지도 않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마치 마을에서 유일한 쇼(Show)인 것처럼 행동하는 사이 인도·태평양에서 큰 전쟁이 시작됐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